나와는 너무 먼─의미, 보람찬 삶을 위해

『다크호스』_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

by 강미

대학 1학년 무렵 진로 고민이 많았다. 깊은 고민 없이 선택했던 전공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행복하다는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를 많이 찾아봤었다. 사업가, 언론인, 작가, 배우, 댄서, 디자이너, 공학자, 금융인 등등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됐는지, 왜 그 일을 하고 싶어 했는지 알면 진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물어보았다. 두 부류의 사람들의 대답은 매우 달랐는데, 인터뷰 속의 주인공들은 '관심 있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고 주변인들은 '일단 안정적인 일을 하면서 관심 있는 것은 취미로 하라'는 것이었다. 만족스러운 일 같은 것은 없다며 돈 많이 주고 복지 좋은 곳이 최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인터뷰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는 부와 안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자기 최면일 것이라고 했다. 혼란스러웠다.


나의 개인적인 진로탐색은 계속되었고 중간중간 휴학도 하면서 최대한 졸업을 늦췄다. 총 4년의 학과 과정, 3년의 휴학에도 나는 여전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지 못했다. 졸업은 다가왔고 일단 사회로 나가야 하니 전공을 따라 지원했다. 그 사이 진로탐색으로 했던 여러 가지 활동이 고스란히 스펙이 되어 어렵지 않게 취업을 했다. (공대다)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전공 따라 입사한 회사는 나와 맞지 않았다. 알았기에 그렇게 충격이 크진 않았다. 몇 년만 하다가 나가리라. 하지만 막상 들어오니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이직이 쉽지 않은 사회, 빨리 그만두면 이상하게 보는 사회, 전공 따라가지 않으면 다른 분야로의 진출 어려움 등등. 나는 머뭇거리는 동안 '만족'이라는 친구와 멀어져 감을 느꼈다. 또다시 본인의 일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10년 전과 같은 메시지뿐이었다. 답답했다. 조금 더 실행 가능한, 실용적인 내용이 필요했다.


다크호스(dark horse)는 1831년 소설 『젊은 공작』의 출간 이후 보편화된 말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dark) 말이 우승하는 바람에 큰돈을 잃는 대목이 나온다. 이후 다크호스는 주목을 받지 못했던 뜻밖의 승자를 지칭하게 됐다.


전작 『평균의 종말』도 너무나 흥미롭게 봤는데, 신간이 나왔다. 이 책은 참 고맙게도 내가 찾아다닌 수많은 다크호스들을 연구해 그들의 사고패턴을 밝혀냈다. 짧은 인터뷰 속에 '이 일을 시작하신 계기는요?', '진로를 바꾸신 이유가 뭔가요?' 같은 한 두 개 질문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다크호스는 특별한 사람일까?

아마 그들은 뭔가 다른 기질이 있거나,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한 바로는 그렇지 않았다. 다크호스만의 고유한 기질이나 성격은 없었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기는 했다. 바로 충족감을 느끼며 산다는 것이다. 의미 있고 보람찬 삶을 살고 있었다. 내가 앞서 얘기했던 본인의 일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충족감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충족감을 느끼며 사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들은 충족감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반적인 선택과는 다르다.

우리는 흔히 직업에서 대가의 경지에 이르면 그 결과로써 행복을 얻는다는 식으로 생각한다. 충족감은 우수한 경지에 이른 뒤에야 찾아오는 보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직업에서 우수한 경지에 이르고도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31p)
다시 말해 학위를 취득하고 좋은 일자리를 얻으면 그제야 어떻게든 그 결과로 행복이 뒤따른다는 이야기다. (32p)

우리는 이 말이 공허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아버지들을 통해서, 사회에 진출한 선배를 통해서, 기사를 통해서 우리가 그렇게 외쳤던 성공의 길을 이미 간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다크호스는 이 좌우명을 뒤집는다.

충족감을 추구하면서 그 결과로 우수한 경지에 이르렀다. (32p)


그렇다면 충족감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답은 바로 개개인성이다.

충족감을 주는 환경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관심사와 욕구, 희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크호스들은 어떤 일에서 우수해짐으로써 충족감을 느낀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일에 깊이 몰입하면서 충족감을 느꼈다. (33p)

개개인성을 어떻게 발견하고 발전시킬지, 4가지 사고방식을 알아보기 전에 다크호스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시기가 있다.


터닝포인트가 온다

다크호스들의 인생사에서 거듭거듭 듣게 된 공통된 대목은, 삶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43p)

사회적으로 인정받거나 안정적이거나 돈을 잘 버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 분야에서 부러움을 살 만한 전문 실력을 키웠지만 별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수년간 마지못해 버티다 결국엔 자신이 충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깨우침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44p)

터닝포인트의 유발 원인은 사회 전반적으로 개개인성을 억누르는 표준화 사고방식 때문이다. 제조분야에 먼저 적용되었던 표준화는 우리에게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었으나, 이는 직장과 교육에도 적용이 되어 사람을 표준화시키기에 이르렀다.

같은 수업을 듣되 더 좋은 성적을 내고, 같은 시험을 치르되 더 좋은 점수를 받고, 같은 졸업장 취득에 힘쓰되 더 좋은 대학에 다녀야 한다. 남들 모두와 똑같되 더 뛰어나라. (54p)

이런 인재육성 시스템은 모두에게 적합할 수 없다. 기관이 제공하는 단 한 가지 방법에 적응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결국 자신이 진정성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고 깨닫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자기 성찰적 의혹이 드는 위기를 맞는다. 이때는 불가피하게 터닝포인트를 맞닥뜨리게 된다.

학생들이나 피고용인들이 삶의 보람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면 헛바람 든 사람으로 폄하된다. (57p)

터닝포인트에 이르게 된 사람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그냥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표준화 계약을 깨고 개인의 충족감을 찾아 나설지.

모든 다크호스들의 구불구불 굽은 여정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여정의 첫걸음은 하나같이 다 똑같다. 바로 충족감을 우선시하려는 결심이다. 얼마나 돈벌이가 될지 어느 정도나 실력을 쌓게 될지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남들이 강요하는 자아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아상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 (68p)
개인화된 성공의 여정에서 가장 힘든 난관은 새로운 사고방식의 채택이 아니다.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이다. (70p)


터닝포인트가 찾아오고, 표준화 계약을 깨고 다른 길을 찾고자 한다면 다음의 4가지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을 유심히 보기 바란다.




1. 미시적 동기 깨닫기

동기는 당신의 개개인성에서 정서적 핵심이다. 당신이 바라는 것은 (당신이 바라지 않는 것과 더불어) 독자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당신 자신을 규정한다. 진정한 동기 깨닫기는 충족감을 얻으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82p)

동기 찾기는 어렵다. 표준화 계약이 자꾸만 방해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의 동기가 너무나 하찮고 보일 수 있고 표준화 계약에 따른 성공방식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면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 나를 이해할 핵심 키가 들어있다. 미시적 동기의 예시들로 동기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보자.


다이애나 > 생물들을 분류하고자 하는 욕구 + 그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욕구

알바로 > 이동성이 있고 알록달록한 생물의 분류(새) > 시각적으로 새를 구분하며 쾌감

테드 > 새를 구분 > 청각적으로 구분

파멜라 > 문화유물과 개인적 교감 욕구 > 그중에서도 3차원 입체 유물에 특히 관심

마가렛 > 평면적 유물에 관심 > 종이 문화재에 관심

폴 메시어 > 평면적 유물에 관심 > 사진 문화재 관심 > 사진 진위여부 밝혀내는 것 욕구(탐정)

키스 클라그 > 평면적 유물에 관심 > 지도에 관심 > 지도의 정보적 특징에 관심

코린 > 정리에 관심 > 물리적 공간 정리에 관심


충족감을 얻고 싶다면 남들이 강요하는 열정이 아니라 당신의 항해에서 순풍을 타게 할 열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자신의 미시적 동기 깨닫기가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에서 첫 번째 요소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93p)


비판 게임

그렇다면 어떻게 미시적 동기를 깨달을 수 있을까? 비판 게임을 통해서 그 근원을 추적해보자.


1단계. 누군가를 비판하려 드는 순간을 의식한다.

2단계. 반사적으로 누군가를 비판할 때 일어나는 감정을 살펴본다.

3단계.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자문해본다. 자신을 속이면 안 된다. 당신이 그 사람의 삶을 살았다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했을지 생각해봐라. 자신의 생각을 검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예시)

가구 수선집 주인을 보며, 뭐야 가구 수선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나? > 지위와 갈채가 중요하다는 증거

공원 경비원을 보며, 야외에서 일하면 좋겠지만 외로울 것 같아 > 자연과 공동체를 선호한다는 뜻



2. 선택 분간하기

확률 vs. 적합성

우리는 선택의 순간에서 무엇을 제일 고려하는가? 표준화형 사고방식에서는 성공 확률을 따진다. 내가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은데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가능성이 낮으면 위험한 커리어 구상이다.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성적을 받고 많은 스펙을 쌓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가능성이 올라가는가?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운의 영역이다. 대기업에서 나를 뽑아주어야 가능한 것이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직선의 경로에서는 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운이 좋게 대기업에 취업했다고 치자. 이제 안정적인 회사에서 우수함을 쌓고 돈 많이 벌고 행복해지는 길만 남았다. 그렇다면 대기업에 입사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틀에 잘 맞는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만 본인의 삶에 만족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과 회사가 맞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저 버틴다. 아니, 그전부터 표준화 경로가 잘 맞지 않았는데 주변의 압박으로 계속 버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퇴사를 꿈꾸는 우리들의 현실이다. 내가 충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수성을 키울 수 없다. 몸은 회사 안에서 안전할지 몰라도 실력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나 자신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개개인성과 기관의 틀 사이에 벌어지는 차이는 말 그대로 위험 그 자체가 된다. (139p)

그렇기 때문에 위험성을 따질 때는 적합성을 봐야 한다. 자신의 미시적 동기 패턴이 기회의 특징과 얼마나 잘 조화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일단 자신의 진정한 미시적 동기들을 바탕으로 선택을 내리면 거의 예외 없이 좋은 선택으로 귀결된다. 조금이라도 자신을 이해하고 내린 선택은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내린 선택보다 더 낫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얻을 것은 많고 잃을 것은 별로 없다. 이것이 더 위험성이 낮은 선택이 아닌가.


이 부분은 현실상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어떤 직무나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나와 적합한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만이라도 따져가며 선택을 하는 것이 그냥 하는 것보다 결과면에서 훨씬 나을 것이다. 다크호스들이 충족감을 우선시하여 선택을 하는 것이 우리와의 차이점이라고 보았을 때, 무시할 수 없는 조언이다.


또한, 현재가 안정적이고 만족스럽더라도 더 큰 충족감을 주는 선택지가 있다면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

적합성에서 작아 보이는 차이가 충족감과 우수성에서 아주 큰 차이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충족감은 언제나 성장과 발전, 자기 계발이 함께 동반되어야 촉진되는 역동적인 경험이다. 발전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순간 충족감은 시들어간다. 안락함을 잃는 것보다 더 심각한 손실의 위험에 놓인다.(150p)



3) 자신의 전략 알기

한창 인터뷰 찾기에 빠져있을 때쯤, 관심 있는 일을 하라는 조언 외에 공통적으로 봤던 대목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이런 목표를 세운 적은 없었다.'라는 뉘앙스의 말들이었다. 본인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걸어온 길은 평범한 학위-직장 코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지만 같은 직군이 있더라도 그들이 도달한 경로는 너무나 다양했다. 주변 사람이 도와줄 때도 있고 본인이 민첩하게 기회를 잡은 경우도 있고, 보통의 경로를 수십 번 도전한 경우도 있고, 독학한 경우도 있고 때로는 이 모든 것을 다 하거나 부분만 하거나 말하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갔던 경로가 확실하고 빠른 길이 아닐까 하고 그들이 거쳤던 기관이나 코스를 되짚어 보았던 것이다. 그러고는 나도 저기서 다시 시작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무언가 목표를 세우게 되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전략이나 경로를 찾는다. 하지만 모두에게 통용되는 가장 좋은 전략 같은 것은 없다. 당신에게 가장 좋은 전략만 있을 뿐이다.


동기 vs. 장점

미시적 동기는 중심적 정체성의 한 부분이라 영향력이 대단하고 변화에 저항한다. 그리고 체감한다. 뭔가를 원할 때는 그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동기들이 확실한 지침을 주는 것과는 달리, 장점은 파악하기 어렵고, 맥락적이며, 역동적이다. (176p)

나에게 어떠한 바람이 있다면 그것을 알아채기는 쉬우나 실력적으로 그것을 잘할지는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다. 행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점은 맥락적이다. 외부 상황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장점은 변동성이 커서 연습하면 좋아지고 방치하면 퇴보된다. 동기는 내부에 오는 것이기 때문에 외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활용한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 전략은 역동적이고 맥락적인 장점을 변화(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시행착오

표준화 계약에서는 단 하나의 방법(공부)에만 매달리도록 한다. 그게 잘 맞지 않으면 더 분발해서 버티라고 다그친다(더 열심히 공부). 그들이 제시하는 단 하나의 방식을 끝끝내 해내지 못하면 자질이 없다며 사실을 직면하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화 사고방식에서는 우수성을 증명할 방법이 단 하나(시험)밖에 없다. 그러므로 끝까지 버티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은 시행착오의 전략을 택한다. 이 방법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취해보는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 방식은 사실 처절한 실패를 각오해야 한다. 실패는 불분명한 장점의 숨겨진 윤곽선을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도하는 전략 하나하나가 모두 개인의 실험이다. (180p)

기관들은 다양한 전략을 인정하지 않는다. 다른 전략의 시도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요구를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보다 재능이 떨어지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낙인찍는 암묵적 평가를 내린다.



4. 목적지 무시하기

모든 표준화된 시스템에서는 표준화된 결과물을 낸다. 그것이 애초에 표준화가 존재하게 된 이유다. (210p)

표준화된 생산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문제는 최종 생산품의 형태다. 이 형태를 만들기 위한 표준화된 과정, 즉 단 하나의 최상의 방법을 마련한다. 시간의 흐름도 엄격이 통제한다.


오늘날 우리의 대학에서 표준화된 시간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2학기, 4학기, 4년 등 시간만 채우면 학위를 준다. 또한,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평균적으로 몇천 시간이 필요하다던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10년이 필요하다거나 하는 연구가 나오면 우리는 별 이의 없이 이를 내재화한다.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에서는 시간은 별 의미가 없다. (217p)

무언가 성취하고자 할 때 걸리는 시간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개인이 어떤 기회를 선택하고 어떤 전략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가장 크게 좌우된다.


목표 vs. 목적지

다크호스들은 목적지는 무시해도 목표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다크호스형 사고방식에서는 목적지와 목표가 명확히 다른 개념이다. (229p)

목표는 당장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것들이다. 그에 반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일은 언제나 의존적이다. 중간에 발생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상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충족감을 달성하기 어렵다. 만약 하버드 법대를 목표로 하는 고등학생이 있다면 하버드 입학은 목적지다. 중간에 수많은 상황이 존재한다. 하지만 당장 실행 가능한 목표들도 많다. 철학책 읽기, 토론대회 우승, 인턴 지원 등이다.




가장 관심 있는 일을 더 잘하면 된다.
이것이 개인화된 성공에 대한 다크호스식 처방이다. (236p)


가장 관심 있는 일은 자신의 미시적 동기를 깨닫고 선택 분간하기를 통해 목표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더 잘하라는 지침은 자신의 전략을 알고 목적지를 무시하여 우수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소수만 재능이 있다는 믿음

과거에는 지구에만 중력이 있는 것이 명백하게 여겨졌던 것처럼, 현재는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재능이 있는 것이 명백하게 여겨지고 있다. (253p)

오늘날 전 세계 인재육성 시스템은 매우 비슷하다. 그 이유는 인간 잠재력에 대해 똑같은 가정을 취하기 때문이다. 재능(인재)은 흔치 않다는 가정이다.


사람들은 이 가정에 좀처럼 의문을 갖지 않는데, 그 이유는 사다리의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들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의 경우 입학 허용 정원을 두고 학생들을 받고 있는데, 이 정원은 지원자들의 자질이나 자격과 관계가 없다. 자격이 충분한 지원자들이 넘치든지 그리고 모자라든지 상관없이 정해진 인원만 받는 것이다. 이것을 인재 쿼터제라고 한다. 대학뿐만이 아니다. 국가대표팀, 장학금, 오케스트라, NASA 등 적격자가 많다 하더라도 정해진 인원만 수용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우수성을 획득하는 사람이 소수밖에 없으니 소수만 우수성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하면서, 그것이 인간 본질에 대한 불변의 사실이라고 받아들인다. (260p)

하지만 그것은 착시다. 실증적 사실에 의해서 인재가 희귀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조금만 뽑으니까 그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소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쿼터와 기준의 양립 불가성

표준화 인재육성 시스템에서는 쿼터에 할당될 자격자를 정하는 데 활용할 일련의 선별 기준이 필요하다. 이 선별 기준은 이미 재능을 펼쳐 보인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표준화된 인재육성 시스템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인재 '선발' 시스템이다. (261p)

우리가 이런 쿼터 중심 시스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유는 적어도 객관적 가치 기준에 따라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운전면허는 고정된 커트라인을 통과하면 합격할 수 있다. 그 당시 함께 시험을 보는 사람들에 의해서 그 커트라인이 변하지 않는다. 이런 커트라인은 객관성과 타당성을 부여해준다. 우리는 기회 제공 기관들도 마찬가지로 객관적인 커트라인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기관은 지원자들에게 특정 기준치의 능력을 요구한다. 등급과 시험 성적이 포함된다. 우수한 성적을 대놓고 요구하면서 객관적 척도로 인재를 가려내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특정 등급을 커트라인으로 고정시켜버리면 매우 난감한 문제가 발생한다.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커트라인 안에 들어올지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쿼터와 기준은 양립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은 에세이나 논술, 자기소개서, 상대평가 등으로 또 다른 기준을 마련하여 기준이 변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능력주의가 아닌 쿼터주의

쿼터제 인재 선발 시스템에서는 대체로 능력주의라는 명칭이 따라 붇는다. 누구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재능을 갖추면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는 기회를 암시한다. 능력주의의 옹호자들은 새로운 기회 시스템이 계층을 가리지 않고 숨겨인 인재를 발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기회가 임의적인 쿼터에 의해 소수에게만 주어진다면 능력주의가 아닌 쿼터주의라고 해야 맞다.

쿼터주의는 소수의 승자들과 절대다수의 패자들이 나오는 구조다. 절반을 훌쩍 넘는 인구가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깨달을 만한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 (296p)
우리들 대다수는 평범한 삶에 만족하면서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이 명문대에 들어가 미국의 알짜 기회를 누리는 모습을 구경만 해야 한다. 특별한 소수에 들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은 부스러기로 떨어진 기회들을 놓고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297p)

쿼터주의는 능력주의보다는 귀족제와 가깝다. 기관의 틀에 어쩌다 잘 맞는 재능과 노력을 가지고 있거나, 그런 재능과 노력이 없다 해도 좋은 집안이나 두둑한 지갑이 있다면 사다리에 오를 수 있다.


운이 좋지 않아 기관의 틀에 잘 맞지 않는다 해도 쿼터주의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다. 틀에 맞는 척 흉내 내는 것이다. 거짓으로 과외활동을 꾸미고 자소설을 쓰고 추천장을 날조하는 것이다.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도 마찬가지다.


쿼터에 들지 못했더라도 그럭저럭 살았던 과거...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한 것은 미국의 시장경제가 개개인들에게 구불구불 굽은 경로를 따라갈 자유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시장경제가 깊숙이 들어왔고 표준화 인재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자식들을 열심히 공부시키고 명문대 보내기에 열을 올렸다. 혹여 명문대를 가서 인재 사다리를 올라가지 못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노력해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때는 경제가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그럭저럭 먹고살고 집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사다리에 대한 다른 대안이었던 시장경제는 예전처럼 잘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문 닫는 사람들이 더 많다. 집을 사려면 이제는 20년을 넘게 일해야 한단다. 사다리에 오르지 못할 것을 예감한 다수의 학생들은 다른 대안이 없다.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무기력함을 호소하고 소확행, 이생망이라는 말을 하며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행복의 숨은 의미

행복은 쾌락을 뜻하지 않았다. 18세기 사상가들에게 행복은 흡족함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메이슨 같은 사상가들은, 사람은 자신의 환경이 자신의 성격과 재능, 능력에 잘 맞는 상태일 때 행복을 얻게 된다고 믿었다. (338p)

hap _사건이나 상황

mishap _불행한 사건

hapless _순조롭지 못한 불운한 상황

haphazard/happenstance _우연한 사건

happy _(hap의 형용사형) 특정 사건에 잘 맞는

happy thought _대화에 꼭 들어맞는 생각

happy garment _사회적 상황에 적절한 의복

happiness _자신의 환경에 잘 맞는 상태


이 정의대로라면, 행복한 사람이란, 자신의 기질에 잘 맞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첫 직장이나 첫 직무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일 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원하는 것과 본인의 원하는 것이 일치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은 그 간격에 삐걱거림 느낀다. 심해지면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바꿔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그럴 수 없는 것은 개인적 희생과 사회의 압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사회의 변화를 꿈꾼다. 자신이 충족감을 느끼는 길을 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고, 사회가 마땅히 그것을 지원해주어야 하며, 누구나 그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성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매우 공감한다. 지금의 정반대인 이상적인 사회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 그리고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이 제일 어렵다. 낡은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기 힘들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결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작은 동기가 자본주의 사회와 맞지 않더라도 밀고 나갈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않더라도 내가 만족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크호스

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

정미나 옮김

21세기 북스

매거진의 이전글나만의 공간을 만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