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선택의 관계

만족을 느끼기 힘든 사회

by 강미

행복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련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찌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날 현대사회는 그 무엇보다도 자유주의가 널리 퍼져있다. 수세기를 거쳐 선조들이 투쟁으로 얻고자 한 '자유'는 처음엔 '강제할 수 없음'을 뜻하였는데 지금은 '할 수 있음'으로 변모되었다. 이런 자유를 극대화시키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물건부터 시작해서 진로, 결혼시기, 사는 곳 등 인생 방향 자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무수히 많다. 선택권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선택지로 우리는 이전보다 더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최고의 선택이란 없다

'선택의 역설'이라는 TED 강연의 Barry Schwartz는 청바지를 사러 갔던 경험을 들려준다. 예전에는 한 가지 스타일만 있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십 가지의 스타일이 있고, 매장 내 모든 스타일의 청바지를 다 입어보고 난 뒤에야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청바지를 구매할 수 있었다고. 그런데 이전보다 더 괜찮은 청바지를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고 한다. 그 청바지는 '좋은' 선택이었지만 '최고'의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기대감이 상승한 것이다.


무한한 선택권은 이런 부작용을 낳는다. 좋은 선택이었어도 만족할 수가 없다. 옵션이 많을수록 어느 정도 좋아야 하느냐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다. 선택권이 많지 않았을 때는 기대치도 낮았다. 그러나 100가지 선택권이 있으면 내가 한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어도 '완벽한' 선택이라는 확신은 가질 수 없다. 그 결과 덜 만족하게 된다. 우리의 기대치는 이미 천정을 뚫어버렸다. 너무 높은 기대치는 실망감과 후회를 낳고 나의 잘못이라는 자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꿀 수 있는 기회는 행복의 적

또한, 기회비용 때문에 선택하지 않은 것의 매력적인 부분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한 가지 일을 한다는 것은 다른 것들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선택한 일을 하는 와중에도 하지 못한 일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불만족 상태에 놓는다.


선택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대학생들에게 사진기를 주고 사진 12장을 찍게 했다. 그 뒤 마음에 드는 사진 2장을 골라 한 장은 과제물로 제출하고 한 장은 본인이 가져가게 했다. 한 그룹은 4일간 결정할 시간을 주었고 그 안에서 언제든지 번복 가능하게 했다. 다른 그룹은 제출 즉시 2분 내 먼 곳으로 보내 번복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본인이 가져간 사진에 대한 만족도는 두 그룹에 어떠한 차이가 있었을까? 후자는 본인의 사진을 매우 좋아한 반면 전자는 제출 전이든 후든 본인의 사진을 싫어했다. 바꿀 수 있는 기회는 행복의 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엔 학생들에게 바꿀 수 있는 기간을 가질 것인지 아니면 바로 제출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 결과 66%의 학생들이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선택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본인의 사진을 싫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실험과 같이 자유주의 사회 안에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선택하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다. 이것이 사는 곳이나 직업 등 결정하기 힘든 일이라면 누구나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원할 것이다.


"인생이 비참하고 무질서해지는 까닭은 선택한 것과 포기한 것의 차이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


정답 없는 질문

비참한 일을 당한 사람들 중 우리가 보기엔 전혀 행복하지 않을 상황인데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심리적 면역체계는 앞뒤로 완전히 갇혀 버렸을 때,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뒤로 완전히 갇힌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한 선택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선택지가 증가하는 추세를 막을 순 없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만의 경계를 만드는 것이다. 포기한 것, 선택하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생각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후회하기보단 내 가치관 안에서 나에게 '적당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미니멀리스트처럼 단순하게 산다는 내용의 책이 많이 나온다. 적게 가지면 행복하다는 말도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선택지를 제한하면 자신에게 딱 필요한 만큼만 취할 수 있고 예전만큼 선택할 일도 적어지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은 것을 생각할 일도 적어진다. 또한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도 의미가 없게 된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따라서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살 필요는 없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많고 적음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한다거나, 물건을 고르기 위해 한참을 생각하고, 구매하고 나서도 사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 과거에 선택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 적 있을 것이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선택지를 내 필요와는 상관없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이전보다 행복감을 덜 느끼는 것은 "이게 정말 나에게 필요할까?"라는 물음 대신, "넌 이게 필요해! 이렇게 사는 게 최고야!"라는 구호에 "그럼 이것 중에 최고의 선택은 뭐지?"라는 질문을 하며 기준치만 높여왔기 때문이 아닐까. 애초부터 정답 없는 질문이다. 행복은 내면에 있다는 말은 바로 자신만의 기준을 통해 나만의 경계를 세우고 그 안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닐까.


참조 : TED 영상

Dan Gilbert: The surprising science of happiness

Barry Schwartz: The paradox of cho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