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성 패션, 특히 클래식 패션이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서 시작했고 역사와 깊이감이 가장 크다는 것은 명실상부한 사실입니다. 50년대 이후 미국 스타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그 이후 이탈리아, 영국 등 다양한 유럽 브랜드를 수입하면서 나름의 일본 클래식을 형성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유나이티드 애로우, 빔즈 같은 편집샵과 링재킷 같은 클래식 브랜드가 그 역사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본 클래식 패션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카모시타 야스토'입니다. 1957년생의 유명 편집샵 '빔즈' 출신에 지금 가장 유명한 편집샵 '유나이티드 애로우'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그야말로 일본 클래식 브랜드, 편집샵의 대부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지난 50여 년간 일본 남성 패션을 이끌어온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카모시타 유나이티드 애로우 (Camoshita united arrows)로 지난 피티워모 84회 (이탈리아 남성복 박람회)에서 'Pitti Immagine Uomo'를 수상하면서 엄청난 쾌거를 이룹니다.
카모시타 야스토 (이후 카모시타)가 일본을 넘어서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동양인을 넘어서는 타고난 패션 센스 때문입니다. 2010년대 가장 인기를 끌었든 사르토리얼을 비롯 다양한 스냅사진이 유행하면서, 클래식 패션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작가들이 이탈리아 '피티 워모'에서 패셔너블한 남성들을 찍었는데 그중 카모시타는 가장 멋진 스타일을 자주 보여주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그의 남다른 멋진 스타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브라운 컬러는 동양인에게 어울리기 어려운 컬러입니다. 난색 계열의 브라운 컬러가 피부가 다소 노란 동양인에게는 어울리기 쉽지 않습니다. 카모시타는 개의치 않고 다양한 스타일링으로 브라운 컬러를 알맞게 표현합니다. 짙은 다크 브라운부터 옅은 브라운 혹은 베이지까지 난색 계열의 슈트 위주로 보여주는데 그 덕분일까요 더 도드라지고 스타일리시해 보입니다. 멋져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슈트 컬러에 맞게 셔츠와 타이, 폴로 니트를 스타일링하는 방법입니다. 슈트 컬러와 비슷한 톤을 맞춘 폴로 니트라던가, 슈트 컬러에 대칭되는 타이와 슈즈 컬러를 통일시켜 정반합의 조합을 스타일 안에서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브라운 슈트 하나가 전체 스타일링을 대표하지만 그와 함께 어울리거나 그 반대의 아이템을 곁들어 서로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만듭니다. 이런 조합은 카모시타가 아주 오래전부터 보여준 남성복 스타일링의 고급 기술 중 하나입니다.
카모시타상이 단순히 슈트만 잘 입는다면 이 정도로 유명해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가 보여주는 캐주얼 스타일은 명확하면서 부드럽고 우아합니다. 여름이면 하프 니트에 여유로운 핏에 깡충한 기장 팬츠, 짧게 두른 스카프까지 모든 것이 치밀한 멋이 느껴집니다. 특히 라운드 하프 니트는 국내에서는 남성복에서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아이템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아이템을 가지고 스타일링을 할 정도로 안목이 카모시타를 지금의 전 세계적인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인 체크 코트에 데님 그리고 스웨이드 슈즈를 신은 모습은 어떤 시대에 입어도 절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멋진 조합입니다. 이런 조합 또한 카모시타가 지향하는 릴랙스 하면서 적당히 차려입은 멋짐을 표현합니다. 무엇보다 코트의 카라를 바짝 올려 보여주는 스타일링은 무심한 척 계산한 단단한 스타일링의 모습입니다.
위 사진을 보면 슈트 재킷을 잠근 사진이 살짝 다르게 느껴집니다. 보통 첫 번째 단추를 잠그는 것에 반해 마지막 단추를 잠근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타일링을 아주 오랫동안 표현하면서 정석을 지키기보다는 룰을 하나씩 깨나 가면서 클래식, 슈트를 다양한 변주로 즐기는 모습입니다. 저를 포함해 우리가 옷을 아직 모를 때는 당연히 기본적인 규칙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지만, 카모시타처럼 50년 넘게 클래식 스타일을 고수해 온 사람에게는 밑에 단추를 잠그는 것이 나름의 엄청난 변주이자 재미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 모습마저도 여유롭게 즐기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결국 옷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얼마나 오랫동안 애정을 유지하는가가 중요한 지를 알게 됩니다.
카모시타는 결국 모든 남성복은 이탈리안 클래식이다라고 말합니다. 다양한 브랜드를 바잉하고 기획/생산을 해보면서 가장 아름다운 남성복은 이탈리안 클래식이라고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을 지금까지의 카모시타를 만들어 낸 모습입니다. 다양한 스타일링, 봉제 기교, 소재 퀄리티 등 이탈리아 안에서 가져가는 남성복의 높은 수준은 카모시타가 표하는 멋진 클래식과 같은 접점에 있습니다. 결국 남성들에게 가장 좋은 스타일은 이탈리아 클래식이라는 점입니다.
카모시타 야스토는 이탈리아 클래식이라는 정확한 근간이 있으면서 유연하게 표현해 내는 스타일링이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만약 어떻게 클래식을 입을 것이냐, 어떻게 이탈리아 스타일을 표방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 여기 카모시타 야스토만 한 사람은 지구상에 없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외형적으로 한국 사람과 비슷한 일본 사람이라는 점, 훌륭한 예시(스타일링)를 남겨 놓았다는 점에서 카모시타 야스토는 패션을 탐구하고 가까이하기 좋은 클래식에 가장 좋은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