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부는 가을을 맞이하니 재킷을 툭 걸치고 싶은 마음입니다. 슈트 재킷과는 다른 단품 재킷의 재미는 캐주얼하면서도 적당한 포멀과 꾸밈의 느낌, 그것이 주는 정갈함에 있습니다. 특히 가을이면 포근한 니트웨어와 함께 재킷을 입으면 별 꾸밈없이 근사해지는 기분입니다. 마흔이 되면서 잘 어울리게 된 재킷은 제가 나이를 먹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것인지를 사람들에게 설파하는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가을에 입는 재킷은 같이 입는 아이템에 따라 초겨울까지 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초가을에는 반팔 니트와 입고, 온도가 10도 정도가 된 가을에는 셔츠와 입고, 슬슬 목이 추워지는 늦가을-초겨울에는 터틀넥이나 모크넥 니트와 함께 입을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겨울에는 코트나 패딩 안에 재킷을 입어도 됩니다. 그래서 만약 재킷을 구매할 것이라면 가을에 구매하는 게 오래 입고 즐길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럼 가을에 입는 재킷 중 따뜻한 소재 텍스쳐와 다양한 니트류와 어울리는 아이템은 어떤 것일까요? 바로 '그레이 트위드 재킷'입니다. 니트류 중에 가장 많은 컬러가 그레이이면서, 트위드 소재가 가진 따뜻하면서도 개성 강한 텍스쳐는 재킷이라는 아이템의 역할을 뚜렷하게 수행합니다. 그럼 어떤 트위드 재킷을 선택해야 하고 어떻게 입어야 할까요?
- 네프사가 곁들여진 트위드는 존재감 넘치는 소재로 가장 멋진 선택입니다.
트위드 소재라고 하면 여성 재킷, 소위 샤넬의 아이템을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샤넬이라는 브랜드가 트위드 소재를 가장 널리 알리긴 했습니다만, 트위드는 직조하는 방법에 따라 만들어진 소재를 모두 일컫는 단어입니다. 남성복에서도 오랫동안 사용했던 단어입니다.
트위드라는 이름은 영어의 많은 단어들이 그렇듯 착각에서 비롯되었는데, 원래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이 옷감을 부르는 이름이 트윌(twill)인 것을 잉글랜드인들이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강인 트위드(Tweed)로 어림짐작하였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이라고 합니다. 원산지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로, 스코틀랜드의 해리슴섬(Isle of Harris)과 아일랜드의 도네걸(Donegal) 트위드가 오리지널 트위드로 유명했습니다.
다소 거친 느낌을 주며 습기에 강하고 튼튼한 것이 특징입니다. 서로 다른 색의 양모실을 두세 종류 섞어서 짜면 차분한 느낌의 무늬가 있는 옷감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헤링본 트윌이라고 부릅니다.
트위드 옷감은 표면에 가느다란 양모 털이 촘촘하게 나 있어, 만지면 거칠거칠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이 털이 발수성이 있어서 옷에 물기가 쉽게 스며들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는 영국에서는 트위드가 매우 실용적인 옷감으로 애용되며 킬트, 외투, 장갑, 모자 등 각종 일상의류와 가방 등의 재료로 널리 사용되었으며, 근대에 와서도 영국인들의 슈트나 재킷 등의 의류를 만드는 데도 많이 이용되었습니다.
< 출처 - 나무위키 >
그중 가장 추천드리고 싶은 트위드는 '그레이 네프사 트위드'입니다. 네프는 반점이라는 뜻인데, 도네갈 트위드는 원래 아일랜드의 도네갈 지방에서 만든 트위트를 네프 트위드라고 합니다. 현재는 도네갈 트위드를 본뜬 원단도 이렇게 불리는 것이 많습니다. 네프 트위드는 손으로 짠 모직 트위드 색상 실 마디가 뒤섞여 굵기에 변화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컬러 네프가 들어간 실을 사용합니다.
그중 그레이 네프사는 다른 네프 트위드에 비해 화이트와 밝은 그레이 정도만 네프사로 들어가서 깔끔하면서도 존재감을 톡톡하게 드러냅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트위드 재킷의 멋을 갖고 있는 젠틀한 녀석이죠. 아래 사진은 브랜드 마시모 뚜띠의 24FW 신상품으로 가장 이상적인 그레이 네프 트위드 소재로 만든 재킷입니다. 과하지 않으면서 캐주얼한 표면과 질감이 매력적인 아이템입니다.
- 여유로운 핏을 선택하는 것이 다양한 팬츠와 입기 좋습니다.
소재가 말하듯 가을 겨울에 입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딱 맞는 핏보다는 살짝 여유로운 것이 좋습니다. 안에 셔츠와 니트를 입을 수도 있고 두터운 터틀넥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또 두께감 있는 겨울 팬츠를 입으면 살짝 여유로운 재킷 핏이 잘 어우러집니다. 무엇보다 소재가 가진 두께가 핏 되게 입으면 뚱뚱해 보이는 착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적당히 여유로운 핏이 트위드 재킷을 이해하고 소화하는데 가장 좋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살짝 여유롭게 떨어지는 어깨와 품을 볼 수 있습니다.
- 그레이 니트는 모두 잘 어울리는 것이 그레이 트위드 재킷입니다.
그레이 컬러의 트위드 재킷이니 화이트 셔츠, 블루 셔츠와 조합이 깔끔하고 재킷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만약 비슷한 컬러의 니트와 스타일링을 하면 꽤 도회적인 느낌으로 세련된 착장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컬러를 비슷하게 맞추되 소재를 다르게 하면 그 차이에서 오는 간극이 클래식하기보다는 현대적이면서 세련된 느낌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아래 스타일링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짧은 가을에 현명하게 멋을 내는 아이템은 겨울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아이템 자체의 수명과 더불어 캐주얼과 포멀 그 사이에서 모두를 가져갈 수 있는 포용력 넓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레이 네프 트위드 재킷은 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아이템입니다. 가을과 겨울의 차가운 잿빛 하늘 아래서 가장 멋진 남자가 되는 방법, 이 재킷 하나가 가장 근접한 답을 드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