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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른이 아니다.

by Mickey



주간 업무를 공유하는 자리가 있다. 팀장으로서 다른 팀장들과 상사에게 우리 팀의 업무와 목표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한 주의 업무를 결정짓는 자리로, 한 주의 바쁨과 여유가 여기에 달려있다.


오늘은 불만을 이야기했다. 업무가 너무 많다. 해야 할 일이 우리 팀과 나에게 너무 많이 쏟아졌고 신규 인원에 대한 확정은 아직 허락되지 않았다. 일은 늘어나고 사람은 채워주지 않고, 나는 결국 팀원들을 채근하고 내 야근 시간은 늘려야 할 뿐이었다.


30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나는 불만을 표하며 상사에게 부탁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마음의 표현일 뿐, 업무가 줄거나 인원을 채용하겠다는 충원의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감정 투정일 뿐이었다.


이후 팀원들과의 미팅을 통해 업무의 지시하고 나서 바라보니, 그들은 월요일 오전부터 지쳐있었다. 많은 업무는 가늠할 수 없는 무게를 주고, 해결할 수 없는 팀장은 무능해 보일 뿐이다.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팀장으로서 업무를 간소화하지 못했고, 상사의 팀원으로서 감정 표현만 할 뿐 어떻게 할지를 제안하지 못했다. 그저 중간에 끼어 자기감정을 컨트롤 못하는 바보 같은 모습만 보였다.


13년을 일했음에도 여전히 아이 같다. 서툰 감정을 그대로 내뱉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힘들다 툭툭 던져 버린다. 누군가가 이런 것에 스트레스받고 불만을 가질 것이란 걸 알면서도 차마 그걸 자제하고 참아내질 못한다. 여전히 아이일 뿐이다.


언제쯤 어른이 될까. 내년이면 될까. 아니 우선 내일 출근길에 커피를 사가야겠다. 팀원들의 마음에 커피의 따뜻함이 위로가 되게끔, 상사의 아쉬운 마음에 긍정이 되게끔.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자. 어떻게 이번 주를 보내야 할지.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감정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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