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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 비스포크, MTM (Made to Measure)

by Mickey



남성분들이 슈트를 구매해야 할 때 저에게 물어봅니다.


"요즘처럼 자주 입지 않는 슈트인데 맞춤은 어떨까요?"


네 반대합니다. 맞춤, 즉 비스포크는 내가 옷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 슈트를 많이 입어본 경험이 있어야 제대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지만 저 또한 비스포크 슈트를 7벌을 맞췄고 지금은 5벌 정도는 입고 있지 않습니다. 몸에 딱 맞추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 맞는 슈트, 시간이 지나니 생각보다 화려한 컬러, 비싼 가격에 잘 입지 못하는 비스포크가 왜 시간이 지날수록 입지 않게 되는지 알게 됩니다.

그래서 비스포크보다는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시스템의 슈트를 추천합니다. 바로 'MTM'입니다. 어떤 것인지 그리고 왜 이것을 추천하는지 오늘의 칼럼을 시작합니다.


비스포크가 과한 정장이라면, 그렇다고 기성복(RTW: Ready to Wear)이 과연 정답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많은 남성분들이 "기성복 정장은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내 옷이 아닌 느낌"을 받는 이유는 체형의 미세한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이때 대안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MTM(Made to Measure)'입니다. 저는 이 방식을 ‘현대적인 맞춤 슈트 시스템’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옷을 이해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좋은 선택지이고, 현실적으로도 훨씬 유연한 방식입니다.

출처 : Pinterest /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제안하는 소재 그룹내에서)에서 맞춤과 가까운 시스템인 MTM


*MTM (Made to Measure): 기본 틀은 있으되, 당신의 몸에 맞춰 조율하는 시스템

MTM은 기성 패턴을 기반으로, 고객의 신체 치수에 따라 일부를 조정하여 제작하는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측정 후 제작’이죠. 예를 들어, 기성복 사이즈가 전체적으로는 맞지만 어깨가 조금 크거나 허리가 뜨는 경험, 다들 해보셨을 겁니다. MTM은 이런 미세한 체형 차이를 보정해 줍니다.

디자인은 브랜드가 보유한 기존 슈트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소매 길이, 허리, 허벅지, 어깨 등 실루엣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나만의 스타일도 적용 가능합니다. 원단, 안감, 라펠 모양, 버튼, 벤트 형태 등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어 스타일적인 재미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MTM의 장점

1. 체형에 맞는 핏: "내 몸에 딱 떨어지는 실루엣"

MTM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핏’입니다. 기성복은 95, 100, 105처럼 정해진 사이즈로 만들어져 있지만, 우리의 체형은 그렇게 규격화되지 않죠. 어깨가 넓은데 허리는 가늘다거나, 팔 길이가 다르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MTM은 이런 개개인의 체형에 맞춰 옷의 비율을 조정해 주기 때문에, 입었을 때 옷이 붕 뜨거나 끼는 부분 없이 자연스럽고 정제된 실루엣이 나옵니다. 말 그대로 "몸에 착 붙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죠.


2. 부분 맞춤 가능: 기장, 품, 어깨 등 세세하게 조정

MTM은 전신을 1mm 단위까지 새롭게 설계하는 ‘비스포크’는 아니지만, 꼭 필요한 핵심 치수는 충분히 조정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소매가 너무 짧은 분은 소매 길이 연장, 허리가 뜨는 경우는 허리 품 조절, 어깨가 좁거나 내려간 분은 어깨 각도 보정 등 슈트 핏을 좌우하는 주요 부위에 대한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MTM은 기능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선택입니다.

출처 : Pinterest / 재킷 뒤 쪽의 트임까지도 선택이 가능합니다.


3. 디자인 선택의 자유: 나만의 정장을 만들 수 있는 즐거움

핏뿐 아니라, 슈트를 구성하는 디테일 요소들도 고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원단, 버튼, 안감, 라펠 디자인 등 다양한 것들을 모두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나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이죠. MTM은 기본적인 틀 안에서 꽤 많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기 때문에, "핏은 완벽하게 맞으면서도 스타일은 내가 원하는 대로"라는 슈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출처 : Pinterest / 소재를 고를 수 있는 재미

4. 비용 효율적: 비스포크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가격

비스포크는 천에서부터 패턴을 새로 그리고, 하나하나 손바느질로 완성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꽤 높은 비용이 들어가 300만 원 이상이 기본입니다. 반면 MTM은 기존 패턴을 활용하면서도 개개인의 치수에 맞춰 조정하는 방식이라 가격은 60만~150만 원 선에서 시작합니다. 즉, 퀄리티는 충분히 높되, 가격은 현실적인 절충안인 셈입니다.


5. 제작 시간도 적당하다: 보통 2~4주면 완성

비스포크는 한 벌을 만들기까지 수차례 피팅과 수정을 거쳐야 하므로 두세 달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반면, MTM은 보통 2~4주 내외면 완성되며, 빠른 브랜드는 10일 안에도 받을 수 있습니다. 급하게 필요한 경우에도 비교적 실용적인 제작 시간을 갖고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MTM의 단점

1. 패턴의 한계: 기본 틀은 브랜드에 있다

MTM은 ‘완전한 맞춤’이 아닙니다. 각 브랜드마다 가지고 있는 기본 정장 패턴(틀)을 바탕으로 치수만 수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디자인의 뼈대 자체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가 기본적으로 "어깨를 둥글게 잡는 스타일"이라면, 날카로운 어깨 라인을 원해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기본 핏과 스타일이 본인과 맞는지 먼저 체크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디자인의 구조적 변경은 어렵다

MTM은 원단, 안감, 단추 등 외형 요소는 선택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설계 변경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라펠 폭을 6cm에서 9cm로 바꾸고 싶다, 허리선을 올려 전체적인 비율을 바꾸고 싶다, 포켓 위치를 조절하고 싶다. 이런 요청은 MTM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입니다. 내가 원하는 슈트의 이미지를 명확히 갖고 있다면 MTM이 그걸 구현할 수 있는 범위인지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3. 핏 실패 가능성: 치수만으로는 부족할 때도 있다

MTM의 가장 민감한 단점은 바로 "핏의 오차"입니다. 브랜드에 따라 직접 샘플을 입고 치수를 재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매장에선 치수만 측정해 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움직였을 때 불편하거나, 앉았을 때 소매가 들리는 등 착용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첫 MTM 슈트는 반드시 샘플을 입어보고, 주의 깊게 피팅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MTM은 가장 안정적이면서 내 취향을 담을 수 있는 부분 맞춤의 방식입니다. 여러 브랜드의 매장을 직접 방문해 눈으로 보고 몸으로 입어보면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혹은 내가 가장 재밌게 느끼는 브랜드를 선택하여 MTM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대부분의 백화점 입점 브랜드는 MTM을 진행하기에 이를 꼭 이용해보셨으면 합니다.


출처 : Pinterest / 내 몸에 맞으면서 안정적인 패턴의 슈트를 경험해볼 기회, MTM으로 진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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