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아침 출근 전, 신발을 고르다 눈에 띈 '블랙 로퍼'. 그간 부츠를 신고 다니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이 블랙 로퍼의 단순한 아름다움에 잠시 고민하다 모든 스타일을 바꿔 간단한 티셔츠와 팬츠 차림에 로퍼를 신고 출근을 했습니다. 명료하게 쭉 동그랗게 디자인된 블랙 로퍼의 발 끝에서 스타일이 완성되는 이유는 바로 '절제된 멋', 그리고 '간결한 멋'입니다. 오늘의 칼럼, '블랙 로퍼, 그 단순한 아름다움'입니다.
블랙 로퍼는 단지 구두가 아닙니다. 디테일 없이도 완성된 멋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아이템입니다. 번거로운 끈이 없고, 디자인에 따라 날렵하거나 혹은 둥근 실루엣 덕분에 단정함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연출할 수 있죠. 화이트 양말과 함께 매치하면, 클래식과 레트로를 넘나드는 감각적인 무드를 더할 수 있습니다.
왜 지금, 블랙 로퍼일까요? 블랙 로퍼는 단순히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 아이템이라는 점을 넘어서, 현대적인 남성 스타일링에서 실용성과 미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신발 중 하나입니다. 복잡한 디테일 없이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고, 발을 넣는 순간부터 단정하고도 느긋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특히 무심한 듯 시크한 룩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입니다.
포멀과 캐주얼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허물며, 사무실에서든 주말의 미술관 나들이에서든 다양한 자리에서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또한 계절을 크게 타지 않아 여름엔 발목이 드러나는 슬랙스와 흰 양말의 조합으로 산뜻하게, 겨울엔 울팬츠나 코듀로이 팬츠와 함께 고급스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사계절 내내 활용도가 높습니다.
어떤 스타일링이 좋을까 고민할 때에도 블랙 로퍼는 하나의 기준점이 되어줍니다. 그림 속 남성처럼 브라운 계열의 슬랙스에 화이트 티셔츠, 그리고 흰 양말을 매치하면 단순하지만 감각적인 룩이 완성되며, 여기에 블랙 로퍼는 묵직한 마무리를 더해줍니다. 조금 더 자유로운 스타일을 원한다면 컷오프 데님 팬츠나 와이드 팬츠에 무광택 블랙 로퍼를 매치해 보세요.
자연스럽고 예술적인 인상을 주면서도 전체적인 실루엣을 무너뜨리지 않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심지어 클래식한 슈트에까지도 잘 어울려, 넥타이를 생략한 셔츠와 매치하면 격식은 유지하면서도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최근 트렌드 중 하나인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스타일과도 궁합이 좋아,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고도 디테일과 소재의 힘으로 스타일을 말하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어울립니다.
블랙 로퍼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연 핏과 가죽의 질감, 그리고 브랜드가 지닌 철학입니다.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브랜드들은 저마다 독특한 역사와 스타일을 지니고 있으며, 사용자의 취향과 활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먼저, 블랙 로퍼의 상징과도 같은 G.H. Bass는 ‘Weejuns’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의 로퍼를 만든 브랜드로, 미국 아이비리그 스타일과 함께 성장해 온 유서 깊은 브랜드입니다. 가볍고 부드러운 가죽, 고전적인 페니 슬롯 디자인, 부담스럽지 않은 굽 높이 덕분에 포멀부터 캐주얼까지 폭넓게 소화할 수 있으며, 세월이 흐를수록 멋스러운 빈티지 무드가 더해집니다.
프랑스 감성이 묻어나는 브랜드 Paraboot는 더욱 단단하면서 캐주얼한 인상을 줍니다. 대표 모델인 ‘Reims’는 두툼한 러버솔과 견고한 가죽으로 어떤 날씨와 지형에서도 무리 없이 신을 수 있으며, 수제화 특유의 중량감과 품격이 느껴지는 제품입니다. 특히 클래식과 실용성을 동시에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브랜드입니다.
이외에도 JM Weston, Church's, Loake, Alden 등 영국과 미국의 전통 슈메이커 브랜드들도 고급스러운 블랙 로퍼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으며, 각 브랜드마다 라스트(구두 형태)나 마감 처리, 굽의 높이, 광택의 깊이 등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한 비교 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블랙 로퍼는 “꾸미지 않은 듯, 완벽하게 꾸민” 스타일의 핵심입니다. 아래 그림처럼 미니멀한 배경과 여유로운 포즈, 그리고 블랙 로퍼 하나로 완성된 룩은, 일상 속에서도 나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영감이 될 것입니다.
출처 : 이미지 모두 Pinterest / Ryan McMenamy / On Center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