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 쇼핑의 화두는 늘 '지금 사서 얼마나 더 입을 수 있는가'입니다. 좋은 가격이라고 무턱대고 구매했다가 열흘도 못입고 옷장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지금의 겨울 아이템 쇼핑, 기획 MD의 시선으로 볼 때 시즌 오프 할인 품목 중 가장 영민한 선택지는 단연 다운 베스트(Down Vest)입니다.
조금은 두껍지만 이너로 활용하거나 실내에서 입거나, 혹은 초봄까지는 아우터로 입을 수 있는 다운 베스트,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려 드립니다.
코트나 패딩 같은 헤비 아우터는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순간 시각적으로 무겁고 답답해 보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다운 베스트는 다릅니다. 소매가 없다는 구조적인 해방감 덕분에 초봄의 서늘한 기운 속에서도 이질감 없이 녹아들며, 입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경쾌한 인상을 줍니다.
사실상 한겨울의 든든한 레이어드 템부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4월 초순까지, 일 년 중 가장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전천후 아이템입니다. 특히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환절기에는 입고 벗기 편한 다운 베스트만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이 없습니다. 계절의 경계에서 스타일의 공백을 메워주는 가장 확실한 브릿지 아이템인 셈이죠.
다운 베스트의 진가는 단독으로 입었을 때보다 다른 옷들과 '연결'될 때 더욱 선명하게 발휘됩니다. 실루엣이 단정한 코트 안에 받쳐 입으면 보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자칫 밋밋할 수 있는 V존에 소재의 변주를 주어 입체적인 깊이감을 더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재킷이나 두툼한 짜임의 가디건 위에 툭 걸쳐보는 것도 좋습니다. 포멀함과 캐주얼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세련된 믹스매치가 순식간에 완성됩니다. 이처럼 다른 아이템의 조연 역할을 자처하면서도 전체적인 아웃핏의 감도를 한 단계 끌어올려 주는 것이 다운 베스트만이 가진 미덕입니다. 화려한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전체 룩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스틸러'로서의 가치가 충분합니다.
시즌 오프 할인 품목을 고를 때 흔히 부피가 큰 옷에 현혹되기 쉽지만, 결국 일상에서 손이 가장 자주 가는 것은 가볍고 얇은 경량 다운입니다. 부피가 작아 보관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실내외 온도 차가 큰 도심의 라이프스타일에서 가장 쾌적한 신체 컨디션을 유지해주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두고 입을 클래식한 아이템을 찾는다면, 과한 볼륨감보다는 정제된 퀼팅과 얇은 두께감을 지닌 경량 모델을 우선순위에 두시길 권합니다. 유행을 타지 않는 베이직한 디자인의 경량 베스트는 사무실 내 체온 유지용은 물론, 여행 시 가방 속에 가볍게 챙길 수 있는 비상용 아우터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작지만 강력한 효율을 내는 '작은 거인'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여기서 다운 베스트를 선택할 때 2가지를 추천드립니다.
첫째, 컬러는 과감하게 선택하세요. 무채색 위주의 겨울 아우터 숲에서 베스트만큼은 존재감을 드러내도 좋습니다. 베스트는 소매가 없어 전체 착장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적기에, 채도 높은 오렌지나 클래식한 그린, 혹은 깊이 있는 로열 블루 같은 과감한 컬러를 시도하더라도 결코 과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코트나 재킷 안에 레이어드했을 때 살짝 비치는 그 강렬한 색감이 당신의 감각을 증명하는 한 끗 차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둘째, 디자인은 보수적인 것을 고르세요. 컬러에서 모험을 했다면, 형태는 정통을 따라야 균형이 맞습니다. 화려한 디테일이나 실험적인 실루엣보다는 누구나 인정하는 클래식한 퀼팅 라인과 스탠드 칼라 형태를 추천합니다. 유행을 타지 않는 보수적인 디자인은 아날로그 문화가 주는 가치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며, 어떤 유행이 찾아와도 당신의 옷장 속에서 묵직한 기본값으로 남을 것입니다.
지혜로운 쇼핑은 계절을 앞서가기는 것을 구매하는 것도 있지만, 지나가는 계절을 영리하게 붙잡아두는 것 입니다. 봄까지 이어질 당신의 스타일을 고민한다면, 다운 베스트는 가장 실패 없는 투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