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초여름의 열기가 맥주 캔 표면에 맺힌 물방울처럼 끈적하게 달라붙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몸담았던 남성복이라는 견고한 성벽을 잠시 떠나, '캐주얼 브랜드'라는 낯선 곳에 도착했다. 내게 주어진 임무는 남성복에서 배운 업무 행정의 규율과 기획의 문법을 그 자유분방한 곳에 이식하는 것이었다.
그곳의 공기는 사뭇 달랐다. 10년 넘게 내가 믿어온 기획의 철학은 잘 다려진 셔츠처럼 빳빳하고 조금은 보수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낯선 그래픽과 기묘한 캐릭터들이 그려진 티셔츠들이 마치 한 여름의 열대어처럼 살아 숨 쉬듯 만들어지고 팔려 나갔다.
"세상에, 정말 이런 컬러를 입는단 말이야?"
나는 혼잣말을 삼켰다. 내가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색채들이 내 기획 안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마다, 나는 내 철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좁은 우물이었는지를 깨달아야 했다. 그 편협한 아집이 깨지는 데는 몇 달간의 조용한 진통이 필요했다. 부정하다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까지 말이다.
무엇보다 나를 당황하게 한 건 동료들이었다. 그들은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진 사람들처럼 가벼웠고, 냉소라는 방어기제 대신 긍정이라는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성복 시절의 월요일 아침은 늘 잿빛이었고, 위계질서는 잘 짜인 그물처럼 옥죄었다. 냉소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세련된 태도였다.
하지만 이곳의 월요일은 신선한 토스트 냄새처럼 가벼웠다. 수평적인 공기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미소를 지었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때로는 업무 방식이 지나치게 단순해서 허술해 보였고, 상사에 대한 예의가 느슨해질 때면 내 안의 '오래된 나'가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낯선 계절은 내게 중요한 것을 남겼다. 굳이 날카로운 냉소를 칼처럼 휘두르지 않아도 업무는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긍정적인 공기가 팀원들의 마음속에 얼마나 깊은 활기를 불어넣는지를. 관리자로써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권고와 명령이 아닌, 조언과 대화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이제 다시 봄이 온다. 나는 다시 세련되고 감각적인 남성복의 세계로 돌아간다.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시작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그곳의 공기 속에 내가 캐주얼 브랜드에서 배운 그 밝은 입자들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기를 말이다. 누군가 미소 지으면 덩달아 입꼬리를 올릴 수 있는 그런 풍경 말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지옥 같던 월요일 아침이 가벼운 산책길처럼 변할 수 있을 테니까.
아, 일단은 나부터 조금 더 산뜻하게 웃으며 현관문을 나서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