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 치카노의 열정이 패션이 될 때.

by Mickey



지난 슈퍼볼 하프타임에는 푸에코토리노 출신의 가수 '배드 버니'가 등장하여 라틴의 열정과 아름다움을 화려하게 표현했습니다. 열정 넘치는 뜨거운 공기를 화려하고 비비드 한 컬러와 장식으로 표현하는 그의 스타일은 라틴 문화를 전 세계 트렌드로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뜨거운 여름과 그 결을 비슷한 태양의 열기를 머금은 라틴의 문화와 패션을 제안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r8K88UcO0s&list=RDCr8K88UcO0s&start_radio=1



라틴, 이제는 우리 일상의 주류 트렌드로

최근 패션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소식 중 하나는 글로벌 브랜드 자라(ZARA)와 디자이너 윌리 차바리아(Willy Chavarria)의 협업일 것입니다. 멕시코계 미국인인 '치카노(Chicano)' 정체성을 하이패션으로 우아하게 승화시킨 윌리의 디자인이 SPA 브랜드와 만났다는 사실은, 라틴 문화가 이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주류 트렌드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뜨거운 흐름의 중심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배드 버니(Bad Bunny)가 있습니다. 그는 음악뿐만 아니라 젠더를 넘나드는 과감한 색감과 화려한 액세서리로 '라틴 시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그의 음악이 흐르는 곳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낙천적이고도 강렬한 에너지는 이제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의 영감이 되고 있습니다.



뿌리는 같지만 다른 꽃을 피운 '라틴'과 '치카노'

우리가 흔히 혼용해서 쓰지만, 사실 '라틴'과 '치카노'는 그 결이 조금 다릅니다. 라틴이 중남미 국가들의 광범위한 문화적 토대와 정열적인 생명력을 의미한다면, 치카노는 미국 내 멕시코계 이민자 후손들이 일구어낸 독자적인 하위문화(Subculture)를 뜻합니다. 라틴이 고향의 정서라면, 치카노는 낯선 땅에서 소수자로서 겪어야 했던 투쟁과 그 과정에서 피어난 강인한 자부심의 언어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패션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일반적인 라틴 스타일이 화려한 자수나 흐르는 듯한 소재 혹은 리넨 같은 천연 소재로 우아함을 드러낸다면, 치카노 스타일은 거칠고 과장된 실루엣이 특징입니다. 윌리 차바리아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오버사이즈 숄더와 빳빳한 워크웨어는 과거 사회적 편견에 맞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물리적으로 확장시키려 했던 치카노들의 저항 정신에서 기원했습니다. 정갈한 라틴과는 또 다른, 묵직하고 반항적인 '치카노 시크'만의 독보적인 결이 바로 여기서 탄생합니다.

다만 여기서 제안드리는 라틴&치카노 스타일은 윌리 차바리아가 ZARA 브랜드에 선보인 것처럼 흐르는 듯한 소재와 투박한하고 과장된 오버사이즈 실루엣 같은 라틴 본연의 아름다움과 하위문화의 저항정신이 혼합된 패션을 제안드립니다.

라틴과 이탈리아가 섞인 느낌의 패션


치카노의 느낌을 보여주는 이미지



한국의 여름과 닮은 치카노 스타일의 매력

흥미로운 점은 이 스타일이 한국의 짙푸른 여름 풍경과 참 잘 어울린다는 사실입니다. 치카노 스타일의 핵심은 '자유로운 실루엣'과 '극명한 대비'에 있습니다.

우선 여유로운 볼륨감이 특징입니다. 넉넉한 오버사이즈 숄더와 와이드 팬츠는 입는 사람에게 당당한 자신감을 선물합니다. 체형을 편안하게 감싸주면서도 독보적인 실루엣을 만들어내죠. 특히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시기에 단품으로 옷을 입기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적합합니다. 우리가 요즘 알고 있는 버뮤다팬츠로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시간이 깃든 데님과 체크는 치카노의 투박한 일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햇살에 바랜 듯한 워시드 데님과 큼직한 체크 패턴의 셔츠는 거칠면서도 따뜻한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습도가 높은 여름날, 이런 투박한 소재들은 오히려 여유롭고 쿨한 무드를 완성해 줍니다.


컬러는 쨍하다고 느낄 정도로 비비드 한 컬러를 대비해서 사용하는 것이 매력입니다. 블랙 셔츠 위 레드 컬러로 자수를 한 모자, 강렬한 레드 컬러의 점퍼 등 화려한 컬러와 대비는 라틴의 뜨거운 태양의 열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매력적인 시각적 포인트입니다.



일상에서 부드럽게 즐기는 '포인트' 제안

그렇다면 라틴& 치카노를 우리는 어떻게 입을 수 있을까요? 강렬한 무드를 전부 가져오기에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완급 조절'이 중요합니다.


우선 아이템의 교차 스타일링입니다. 실루엣의 반전을 활용하는 것인데, 상의는 몸에 잘 맞는 심플한 화이트 톱과 툭 떨어지는 셔츠를 입고, 하의는 윌리 차바리아 스타일의 와이드 한 카고 팬츠나 데님을 매치해 보세요. 이 극명한 실루엣의 차이가 당신을 순식간에 세련된 라틴의 스타일로 만들어 줍니다. 이 스타일은 여름까지 입기 좋아 팬츠 하나를 두고 여러 상의를 교차 스타일링 하는 것도 좋습니다.


강렬한 컬러를 포인트로 삼는 스타일링이 있습니다. 강렬한 레드 컬러가 자수로 들어간 모자라던가, 배색으로 들어간 티셔츠를 무심하게 툭 입어줌으로써 라틴의 뜨거움을 작게나마 표현하는 것입니다. 컬러에 대해 더 관대한 편이라면 숏츠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레드 컬러의 숏츠는 상의를 무난하게 화이트 혹은 블랙으로 입어준다면 입기 어려운 것은 아니니까요. 특별한 스타일링 없이 비비드 한 컬러 하나로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화이트-브라운을 활용한 컬러 스타일링입니다. 라틴의 뜨거운 태양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컬러는 화이트와 브라운이죠. 이 컬러들은 일상에서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 쉽게 적용이 가능합니다. 화이트 재킷에 브라운 팬츠 그리고 이너는 브라운 혹은 화이트 셔츠로 스타일링하면 고급스러운 라틴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입기 괜찮은 라틴&치카노 스타일의 대표 아이템은 버뮤다팬츠와 로퍼입니다.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넉넉한 버뮤다팬츠에 하얀 양말, 그리고 클래식한 로퍼를 매치해 보세요. 치카노 무드를 가장 현대적이고 깔끔하게 해석하는 영리한 방법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로퍼가 트렌드로 올라온 만큼 위에서 언급한 극단적인 실루엣 교차 스타일링에 로퍼와 버뮤다팬츠를 조합하면 꽤 매력적인 아웃핏이 완성됩니다.



라틴의 뜨거움이 곧 패션

라틴과 치카노 문화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선물은 화려한 겉모습도 있지만, 그 속에 흐르는 '자신을 긍정하는 당당함'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여름, 윌리 차바리아와 자라가 제안하는 이 뜨거운 에너지를 여러분의 옷장에 한 조각 담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당당함을 표현하는데 극대화된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비비드 한 컬러, 이 매력적인 아웃핏을 경험하기에 지금만 한 시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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