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을 부르는 보이지 않는 손, 미세플라스틱

by 김 진수

위암을 부르는 보이지 않는 손, 미세플라스틱

우리가 마시는 물, 먹는 음식, 그리고 숨 쉬는 공기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님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MPs)입니다.
지름 5mm 이하의 이 작은 입자들은 이제 바다와 강, 심지어 가정집 수도물과 식탁 위 음식에도 스며들었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식수 샘플의 80% 이상, 미국에서는 무려 94%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미세한 조각들이 단순히 ‘환경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오면, 폐를 거쳐 호흡기로, 또는 위장을 통해 소화기로 유입됩니다.
특히 위(stomach)는 경구 섭취 시 가장 먼저 미세플라스틱과 맞닥뜨리는 기관입니다.
그렇다면 이 미세한 입자들이 우리의 위 건강, 더 나아가 위암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폴리스틸렌과 위의 위험한 동거

저희 연구팀은 플라스틱 컵이나 포장재의 주재료로 널리 쓰이는 폴리스틸렌(Polystyrene, PS)에 주목했습니다.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지한 PS를 쥐에게 먹인 결과, 단 한 번의 섭취만으로도 24시간 동안 위 속에 잔류하는 모습이 PET 영상에서 확인되었습니다.
4주간 매일 노출된 경우에는 위 조직 안에 확실히 쌓이는 것이 관찰됐죠.


암세포를 자극하는 미세플라스틱

연구팀은 5종의 인체 위암 세포에 PS를 장기간 노출했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암세포의 증식 속도가 빨라지고,

주변 조직으로 침습·이동하는 능력이 강화되며,

세포의 결합력을 낮추는 E-cadherin은 줄고,

암 전이와 관련 있는 N-cadherin은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CD44라는 암 줄기세포 표지 단백질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항암제에 대한 내성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면역을 회피하게 하는 PD-L1 발현량 역시 증가했습니다.
이는 곧 “암이 더 빨리 자라고, 잘 퍼지며, 치료에도 버티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쥐 실험에서 본 충격적인 변화

PS 노출 후 위암 세포를 주입한 쥐는 종양이 훨씬 빠르게 자라고, 생존 기간이 평균 7일이나 짧아졌습니다.
종양 조직에서는 Ki-67(세포 증식 지표), CD44, N-cadherin, PD-L1 모두 높게 나타났고, E-cadherin은 줄었습니다.
즉, 미세플라스틱은 암의 성장 엔진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ASGR2 – 미세플라스틱의 메신저

RNA 분석을 통해 위 조직의 유전자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특히 눈에 띈 것은 ASGR2라는 유전자였습니다.

PS 노출 시 ASGR2 발현이 무려 8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 유전자가 높게 발현된 환자는 예후가 나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SGR2를 억제하는 실험을 해보니, 암세포의 증식·이동·침습·약물내성이 모두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미세플라스틱이 ASGR2를 통해 위암의 성장을 가속한다는 강력한 단서가 확보된 것입니다.


왜 중요한가?

이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환경 오염물질을 넘어,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동물 실험 수준에서 입증했습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일상에서 노출되는 농도는 실험보다 낮지만, 환경오염이 가속화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결코 가벼이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위 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직접 검출하고, 위암 발생과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연구가 앞으로 필요합니다.


위 글은 작가가 출판안 아래의 논문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Enhanced ASGR2 by microplastic exposure leads to resistance to therapy in gastric cancer, Theranostics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9065185/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당신의 뇌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아주 작은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