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설날 음식, 오세치요리
한국어 교실의 12월과 1월의 스몰 토크 내용은 단연 설날 이야기이다. 일본은 음력을 세지 않으니 설날은 1월 1일. 어른 학생들은 음력에 대해 알고 있지만 20대 학생들의 경우 음력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음력부터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연말 인사 & 새해 인사를 알려주고 수업이 끝날 때는 배운 인사로 헤어지곤 했다.
일본에서는 12월 31일에 '토시코시 소바', 즉 해넘이 메밀국수를 먹으며 한 해의 안 좋은 일들은 끊어내고 소바 면처럼 길게 살자는 의미를 다진다. 그리고 1월 1일에는 떡국인 '오조니'와 찬합에 담겨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오세치요리'를 먹는다. 떡국은 간장 혹은 미소를 베이스로 국물을 내고 찹쌀떡을 넣어 만들어 우리가 생각하는 떡국과는 다르다. 일본의 식당에서도 달리 파는 곳이 없어 먹어보지 않으면 오조니의 맛을 상상하기 어렵다. 반면 오조니에 익숙한 일본 사람도 한국의 떡국을 상상하기 어렵다. 같은 떡국의 범주안에서 보기보다는 그냥 다른 음식이라고 이해하는 게 맞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오세치요리'
오세치요리는 설에 먹는 음식으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은 연말부터 신년까지 짧게는 일주일에서 열흘까지의 연휴가 주어진다. 이 시기에는 문을 닫는 식당도 많기 때문에 이 오세치요리를 놓고 먹는 거라고 한다. 예전에는 이 오세치요리를 가정에서 만들었다는데 지금은 사 먹는 게 주류. 12월이 되면 각 백화점은 물론이고 편의점, 온라인에서도 예약을 받기 시작한다. 일본 문화를 배울 때부터 이 오세치요리의 맛이 궁금했는데 식당에 가서 먹을 수 없기에 직접 사 먹지 않으면 맛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벌써 8년 전 이야기다. 이 오세치요리의 맛이 너무 궁금했던 S언니와 나는 우리 외노자도 일본 설날 음식 한번 먹어보자 했고, 라쿠텐에서 비교적 저렴한 팔천엔 정도의 2단 오세치 요리를 주문했다. 위의 사진은 치즈와 파테, 연어와 로스트비프가 있는 나름 현대식(?) 오세치 요리인 듯.
일본 요리는 눈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찬합에 각각의 음식이 아기자기하게 담겨있다. 각각의 재료마다 의미가 있는데 예를 들어 새우는 허리가 굽을 정도로 장수하라는 의미, 고구마와 밤을 섞은 노란색 쿠리킨톤은 재물운을 상징한다. (개개의 의미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배송받은 오세치 찬합을 꺼내 언니 집에 있는 작은 코타츠 위에 올렸다. 한국식 떡국을 올려놓고 찬합에서 음식을 하나하나 입에 넣자..
아, 달다.
설탕에 푹 절인걸까.
달아도 너무 달다.
오랫동안 두고 먹기 위해 달게 만들었다지만 너무 달고 짠 것이 정말 입맛에 맞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요즘 오세치를 먹는 사람도 많이 줄었고 그다지 맛이 없다고 했었는데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먹어본 걸로 충분한 오세치 요리. 남은 요리들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은 나질 않는데 절대 다 먹지는 않았으리라.
여전히 일본에서 한국어 교실을 하고 있는 S언니와 며칠 전 오랜만에 전화를 하며 오세치 이야기를 했다.
언니, 그 오세치요리 진짜 맛없었어요. 다신 먹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