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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Jul 31. 2024

안녕하셨나요

<1년>

  지난 1년, 안녕하셨나요.


  솔직히 말해, 전 안녕했습니다. 2023년 7월 31일 또 다른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디뎠고, 그 발은 지금까지는 무사합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그저 캄캄하기만 했던, 수많은 어두움을 지나 사뿐히 흩날리는 빛의 속삭임을 마주하였을 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환희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지난 인생에서 이보다 더 큰 기쁨을 맛볼 수 있던 적이 있었을까요?


  하지만 아직은 건재하지 않습니다. 건재하기 위해선 약 1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알 수 없는 시간의 기다림이 그저 속절없이 흘러가길 기다려야 한다는 막연함은 있으나, 그 막연함이 막상 싫지만은 않게만 느껴집니다. 시나브로 성장하는 기분을 이따금 느껴볼 수 있을까 싶은 또 다른 설렘이 남아있으니까요. 인생에서 언제 다시 지금과 같은 성장하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까요? 물론.. 또다시 느낄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경험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1년, 안녕하셨나요.


  참 많은 일이 지나갔습니다. 운 좋게도 다시 1인분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터에서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발자취를 남겨가며, 나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음식점이 생겼습니다. 이상하리만치 일요일 운동을 마칠 때마다 유독 생각나는 음식점이기도 하지요.


  때로는 버스를 타고 조금 가면 있는 천을 따라 산책을 나가기도 합니다. 종종 그 풍경을 노이즈 가득 낀 필름카메라에 담으며, 나름의 아날로그 감성을 즐기고 있습니다. 불그스름한 노을을 즐기러 가기도 하고, 밤하늘을 노르스름하게 수놓는 달빛을 보며 감상에 젖기도 합니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유일무이하게 볼 수 있는 별자리를 찾아내는 즐거움 또한 만끽하고 있지요.


  지난 1년, 안녕하셨나요.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제겐 아직까지도 과분하게만 느껴집니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지 싶지만, 주변의 모든 것에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사람은 사람인지라 부정적인 감정이 샘솟는 때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찰나의 순간일 뿐, 지나치면 으레 나름의 속사정이 있겠구나 싶습니다. 그 사람 또한 겉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있겠지요. 헤집어 좋을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지난 1년은 정말이지 안녕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루고자 소망했었던 스스로와의 약속 중 많은 것을 이루어 냈으니까요. 그렇기에 앞으로의 1년, 2년... 10년... 50년의 해는 어떠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 맞이하는 시간이 어떠한 시간이든 간에, 이 한 문장만큼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표현하며 살아갈 것임을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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