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나는 빈 수레를 담당하고 있다.
한 톨이라도 내가 아는 무언가가 나왔다 싶으면,
그새를 못 참고 아는 것을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전생에 저어어어 깊은 산기슭 구석에 콕 박혀
말 한마디 못한 채 이승을 떠난 한이라도 있나 싶을 정도로
근질거리는 입을 달고 산다.
특히 잘못된 정보라고 판단하는 경우의 것이라면
더더욱 이런 못된 빈 수레 습성이 빛을 발한다.
'아... 그 말이 그 뜻은 결코 아닌데..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아니 풀뿌리만 보고 있는 상황이로소..'
예나 지금이나 이런 빈 수레 심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점차 사회 경험치를 쌓아가며,
강제로 세월을 맞닥뜨려가며
이런 심보를 표면으로 들어내는 것까지의 과정은
조금씩 추스러지기 시작했다.
경험.
가장 최악의 방법이긴 하지만,
어색해지는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자리를 파하고 나에게 피드백해주는 고마운 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조금씩 말을 해야 하는 분위기와
그렇지 않은 분위기를 터득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특정 분야에 한해선
뇌세포를 찬찬히 살펴보며 관찰하고 싶은 요소들이 있다.
수소수, 육각수, 음이온 등등
진짜 꿀밤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나의 빈 수레를 순식간에 달아오르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러한 신념 앞에 나는 한없이 작은 수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저 이렇게 지면에 나의 답답함을 토로할 뿐.
오늘도 빈 수레는 요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