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2023년 8월 31일 - 2025년 5월 5일, 약 1년 9개월.
퇴원 후 다시 자취를 시작한 동네, 면목. 이곳의 첫인상은 잘 정돈되어 있는 '시내'였다. 서울 한복판에, 층고 낮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음과 동시애 요즘 아파트 단지에서는 볼 수 없는 전봇대와 그 사이를 오가는 전깃줄과 통신선. 집 앞 시장과 더불어 외출 때마다 무수히 쏟아지는 노인들. 지팡이를 짚고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닐 때 역시 그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한 눈치싸움을 해야 했고, 저 멀리서 우다다다 뛰어오는 행태를 보아하면 글쎄.. 그들이 왜 나랑 같이 그것을 타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곤 했다.
면목역 광장에는 날 좋은 주말이면 매번 트로트와 국악 등 큰 앰프에서부터 출력되는 큰 노랫가락이 끊이질 않았다. 역과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집을 구했고, 그곳까지 음악소리가 들릴 정도로 앰프의 음량은 매우 출중했다. 덕분에 휴일이면 역 광장에서 어떤 컨셉의 곡이 주를 이루어 행사가 진행되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 날이면 헤드셋을 낀 채 노트북으로 게임하기 바빴던 나지만, 헤드셋을 벗음과 동시에 우렁찬 노랫소리를 들으며 다시금 현실을 마주하곤 했다.
매 출근길마다 특정 당에서 정권 타진을 외치며 자신과 자신의 당을 홍보하는 사람이 있었고, 선거철이면 중랑구 국회의원이 나와 자신과 자신이 속한 당을 뽑아달라는 모습 등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해당 지역구 의원의 손을 두 손 모아 잡으며 90도 폴더인사하는 사람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여느 사람 사는 동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동네가 동네이니만큼 평균 연령대가 조금 높아 보이는 것 정도..? 혼자 유유자적 즐기기 괜찮았다. 밖을 돌아다니는 성향도 아니거니와 설령 나간다 하더라도, 7호선을 타면 얼마 되지 않아 강남권으로 나갈 수 있고, 성수/서울숲 등 인근 핫플과도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런 곳을 예상보다 조금은 일찍 뜨게 되면서, 이젠 나도 나이가 들어찼는지 아쉽거나 정이 들었다의 느낌을 갖지는 못했다. 으레 갈 때가 되어 가는구나 싶은 수긍의 자세만을 취한 채 두 번째 자취방의 거처를 마무리 짓는다.
나의 첫 번째 서울 생활이었던 면목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