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찌이이이이이ㅣㅣㅣㅣㅣ'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우리나라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곤충, 매미. 수십 년을 땅에서 지낸 후 성체가 되어 짝짓기를 위해 약 약 몇 주간에 걸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미친 듯이 울어대는 그 존재. 우리나라에도 수십 종의 매미가 서식하고 있지만, 그중 나의 고막을 강타하는 것은 말매미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매미 중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함과 동시에 가장 큰 울음소리를 가졌다.
한 번은 아무 생각 없이 길가의 양 옆에 나무가 심어져 있던 곳을 걷던 중이었다. 느닷없이 귀의 양 옆으로 '찌이이이이이이'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귀청이 터지다'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나의 고막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그 우렁찬 매미 소리를 벗어나는데 불과 1분의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양손으로 귀를 막고 후다닥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귀는 한동안 맹-한 상태에 잠식되었다.
이 녀석과의 악연은 지금까지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잠을 자던 중, 종종 새벽에 깨는 일이 있으면 어김없이 말매미의 울음소리가 차창 너머 들려오기 시작한다. 다행히 이중창을 지나 그 소리의 파동이 감소되어 망정이지 조금만 더 컸어도 밤잠을 설칠 뻔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도 현관문을 엶과 동시에 매미의 엄청난 합창이 집 안으로 파고들어 온다.
한편으론 악연..이라는 표현이 사람 → 매미를 향하는 것보다, 매미 → 사람을 향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엄연히 매미는 주광성 곤충으로 '빛'에 반응하여 활동한다. 조명기구가 발달하기 전엔 온전한 태양빛에 의해서만 활동했을 법한 존재가, 도심의 빛 공해로 인해 밤낮없이 온몸 비틀어가며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셈이다.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야간 조명의 영향으로 지나치게 밝은 곳에서는 참매미가 합창을 하거나 말매미도 약 3~4시간 더 우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야행성 인간, 올빼미족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밤에 주로 활동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제는 야행성 매미, 올빼미형 매미 같은 말이 어울리는 시기에 도달한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요즘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매미 소리를 끌어안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