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은 완성되는 순간부터 구식이 되는 걸까? (1편)

변화의 수용

by 박민정
“이거, 얼마나 오래 쓸 수 있을까요?”


시스템을 하나 만들고 나면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이 질문에는 기대보다

걱정이 먼저 담겨 있다.

금방 또 바꿔야 하는 건 아닐지,

조금 지나면 쓸모없어지는 건 아닐지 말이다.


특히 한 번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큰 결정인지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이 질문은 더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시스템이 금방 낡아지는 이유는

기술이 빨리 바뀌어서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사람과 일은 바뀌는데,

시스템만 그대로일 때 생긴다.


처음 시스템을 만들 때는

업무 흐름도 단순하고,

조직도 지금 모습에 맞춰져 있다.

그땐 분명 잘 돌아간다.


도입 초기에는

불편했던 부분이 정리되고,

일이 빨라졌다는 체감도 분명하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다.


팀이 늘고,

역할이 나뉘고,

처리해야 할 데이터도 점점 많아진다.


업무는 분명 달라졌는데

시스템은 그때 모습에 머물러 있다.


이쯤 되면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시스템, 이제 구식이야.”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스템이 낡았다기보다

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권한은 예전 그대로고,

데이터는 쌓이기만 할 뿐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


사람은 바뀌었는데

시스템을 쓰는 방식은

그 자리에 멈춰 있는 셈이다.

그래서 좋은 시스템은

모든 미래를 미리 맞추려 하지 않는다.


대신

나중에 바꿀 수 있게 만들어진다.


조직이 커지면

권한을 다시 나눌 수 있어야 하고,

업무가 달라지면

화면과 흐름을 손볼 수 있어야 한다.


필요 없어진 기능은 줄이고,

필요해진 기능은

부담 없이 덧붙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잘 쓰는 시스템’보다

‘나중에도 고칠 수 있는 시스템’이

훨씬 오래 살아남는다.


결국 시스템의 수명을 결정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변화를 전제로 만들었는지,

아니면 완성됐다고 믿고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는지의 차이다.


그래서 시스템을 다룬다는 건

기계를 관리하는 일이기보다

사람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에 가깝다.


사람은 늘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관계가 바뀌고,

역할이 바뀌고,

일을 바라보는 기준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시스템이 낡아 보이는 순간은

기술이 뒤처졌을 때가 아니라,

그 변화를

더 이상 담아내지 못할 때다.


어쩌면 시스템의 수명이란

얼마나 오래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사람의 흐름을

품어줄 수 있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완성된 구조보다


열려 있는 구조가 오래 남고,

완벽한 답보다

다시 질문할 수 있는 여지가

시스템을 살아 있게 만든다.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 쓰는 언어다.


그 언어가 더 이상

사람의 삶과 호흡하지 못할 때,

비로소 낡았다고 불리게 된다.





그래서 시스템은

완성되는 순간부터 구식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변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는 순간,

그때부터 천천히 시간에 뒤처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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