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m 떨어져 바라본 너

이문구, 관촌수필

by 새벽뜰


세월은 지난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 이룬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날로 새로워진 것을 볼 때마다 내가 그만큼 낡아졌음을 터득하고 때로는 서글퍼하기도 했으나 무엇이 얼마만큼 변했는가는 크게 여기지 않는다. 무엇이 왜 안변 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문구, 관촌수필 中>


관계에선 틈이 필요한 법이고 그리하여 가끔이라도 떨어져 바라볼 수 있다면 좋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공기처럼 익숙해진 사이라면 틈이라는 말조차 상관없는 단어가 되고 잘못하면 싸움이 될만한 위험한 단어가 되기도 하지만 돈독한 관계를 바란다면 꼭 한 번은 필요한 시도라고 생각을 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같은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미리 와 있던 네가 보였다. 나와 반대 방향으로 서서 창문 밖을 바라보던 너를 나는 꽤 오랫동안 바라보았었다. 전화기를 한 번 볼 법도 한데 너는 아주 유유히 바깥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너의 옆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치 안 지 얼마 안 되어 얼굴을 기억하려는 아기처럼 계속 시선이 갔다. 뚫어져라 보다가 들게 된 생각은 콧날이 오뚝했었네, 옆선이 참 선명도 하다 등등 쓸데없는 외모 평가질 같은 것이었지만, 또렷이 느껴진 마지막 느낌은 너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세월을 거쳐 정상에 오른 사람처럼 문득 너에게 진한 성숙함이 느껴졌다. 우리의 관계에서 나의 변화에만 집중된 시간들이 무색하게 너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걸 나는 몰랐다. 항상 같은 시간 속에 있다 보니 미처 알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관계였다면 너와 나의 성격상 밋밋했던 시간이었던가 고민하며 쓸쓸해했을지도 모르는데 확연히 변한 너와 나의 색깔에 그냥 흐뭇해졌다.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너와 나는 어렵지 않게 대화를 이어갔다. 긍정의 말이 대부분이었지만 너에게 말하지 않은 한 가지 감정은 서글픔이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변해서 먼 훗날 우리가 헤어지고 나면 각자가 갖고 있던 고유의 색깔마저 사라져 없어져 버리는 건 아닐까 하며. 마음적으로 후퇴한 적은 없었다. 숨긴 척한 적은 있지만 결코 후퇴는 아니었던 거다. 너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뒤에 섰을 때, 지체 없이 뒤돌아 웃던 너는, 여전히 나에게 아주 선명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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