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커피 한 스푼

은희경, 그것은 꿈이었을까

by 새벽뜰


자기의 살아 있는 영혼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내가 말하자 진은, 황홀하고 두렵겠지라고 대답했었다. 사람은 나약한 존재라서 타인을 원하지. 따지고 보면 사랑이란 건 확고부동한 자기편, 그러니까 또 다른 자기를 만들려는 일이잖아. 그게 귀찮아서 그냥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고. 사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니까. 그러나 그들은 사아있는 자기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면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거야. 살아있는 자기의 영혼을 만난다, 그런 일이 진짜 있을게 뭐람.

<은희경, 그것은 꿈이었을까 中>


사람들이 그랬다. 자신과 똑 닮은 사람을 마주치게 되면 한 사람은 죽게 된다고. 그것을 두고 도플갱어라고 한다더라. 너와 이별이란 걸 하고, 사실 이별이라 정의 내리기에도 모호하다. 이별 아닌 이별 같고 혼자만의 이별 같고. 유치 찬란한 5공 시절 표현 같은 수식어를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놓게 되었으니까.

그곳엘 가면 모든 사람이 너 같아 보인 적도 있지만 절대 네가 아니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너와 내가 처음으로 대화란 걸 했던 2층 휴게실은 어쩜 그렇게 변하지도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있을 수가 있는 건지. 자판기 커피를 뽑아 손에 들고 있는 나를 대신해 너는 닫히는 문을 잡아 주었었다. 어린 시절에 어울릴법한, 너무나 낭만적인 순간이었지 말이다. 너와 나의 마지막 대화가 무엇이었는지 너는 기억할까.





가물거리는 기억도 곱씹다 보면 한 소절 정도는 떠오르기 마련일 텐데 이렇게도 희미한 기억이라니, 아무래도 정말 별 것 아닌, 심심풀이 땅콩 같은 말이었나 보다. 어쩌다 만나는 커피 자판기는 어쩜 그렇게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있는 걸까.

나는 너로 인해 긴 터널 같은 시간을 무사히 잘 건너올 수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25. 아모레 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