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조건 집에만 있겠어.
그늘 아래로 바람이 누워 있던 날
"오늘은 무조건 집에만 있겠어."
그런 다짐이 무너진 건 오후 3시쯤이었다. 에어컨 바람이 인공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할 때, 문득 진짜 바람이 그리워졌다.
더위와 함께 나선 길에서 만난 건 오래된 느티나무였다.
바람이 누워 있었다.
그 표현이 가장 적절했다. 서 있지도, 달리지도 않고 그저 편안하게 누워서 내 등을 어루만져주는 바람.
도시 한복판에서 이런 고요를 만날 줄이야.
휴대폰 알림음도, 할 일 목록도, 내일 걱정도 모두 잠시 멈췄다. 그냥 숨만 쉬었다. 천천히, 깊게.
*"살아 있다"*는 것과 *"살아내고 있다"*는 것의 차이를 느꼈다.
오늘은 후자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전자에 가까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늘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있어주었다.
나도 그렇게 있기로 했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