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남은 시간

모래시계 속의 모래알

by 루담

남은 시간

시곗바늘이 째깍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오늘따라 시간의 존재가 이렇게 선명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제까지만 해도 무한히 펼쳐져 있는 것처럼 보였던 미래가, 갑자기 유한한 모래시계 속 모래알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모두 남은 시간을 안고 살아간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한 해 365일이라는 똑같은 시간의 틀 속에서도 각자가 느끼는 남은 시간의 무게는 다르다. 어떤 이에게는 촉박한 마감시간이고, 어떤 이에게는 기다려지는 만남까지의 시간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꿈을 이루기까지의 여정이다.

젊을 때는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중에', '언젠가'라는 말을 쉽게 내뱉으며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룬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깨닫게 된다.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고,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남은 시간이 주는 압박감은 때로는 괴롭다. 아직 하지 못한 일들, 만나지 못한 사람들, 가보지 못한 곳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압박감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유한함을 알기에 더욱 소중해지는 순간들, 제한된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집중력과 몰입의 경험들.

중요한 것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부족함에 초조해하며 불안해할 것인가, 아니면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의미 있게 채워갈 것인가. 시간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온전히 우리의 선택이다.

오늘 하루도 24시간이라는 남은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을 어떤 색깔로 칠해갈지, 어떤 이야기로 채워갈지는 나에게 달려있다. 시곗바늘은 여전히 째깍거리며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지만, 이제 그 소리가 재촉하는 알람이 아닌 삶의 리듬으로 들린다.

남은 시간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가능성의 공간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사랑하고, 배우고, 성장하며,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시간의 유한함이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역설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남은 시간을 살아간다.

작가의 이전글그늘 아래로 바람이 누워 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