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마지막 쇼핑
"꿈을 사고파는 백화점이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도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싶어서 첫 페이지를 넘겼고, 그 순간부터 나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빠져들어 버렸다.
작가 이미예가 그려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우리가 잠들기 직전에 들를 수 있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7층 건물로 이루어진 이 백화점에는 온갖 종류의 꿈들이 진열되어 있다. 1층 로비에서는 기본적인 꿈들을,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특별하고 비싼 꿈들을 만날 수 있다. VIP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꿈 제작 서비스까지.
처음에는 그저 '재밌는 상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며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은유였다는 것을.
주인공 페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신입 직원이다.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누워있는 그녀가,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만나게 되는 이 특별한 일터. 페니의 눈을 통해 바라본 꿈 백화점의 모습은 신비롭고도 따뜻했다.
매일 밤 고객들의 꿈을 준비하고, 포장하고, 배송하는 일.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은 각각의 꿈 뒤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꿈꾸고 싶어 했고,
누군가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꿈을 주문했으며,
누군가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들을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어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꿈들에 붙어있는 '가격표'였다.
행복한 꿈은 비싸고, 악몽은 저렴하다. 맞춤형 꿈은 기성품보다 비싸지만, 그만큼 특별하다. 때로는 세일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한정판 꿈들이 출시되기도 한다.
"그럼 돈 없는 사람은 좋은 꿈을 꿀 수 없나요?"
페니의 이 질문에 달러구트 사장이 답한다.
"꿈의 진짜 가치는 돈으로 매겨지는 게 아니야. 그 꿈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느냐, 그 꿈을 통해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느냐가 진짜 가격이지."
이 대목에서 나는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겼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과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이 있다는 것을.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도 베스트셀러 꿈들이 있다.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꿈"
"내가 정말 중요한 사람인 것 같은 꿈"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꿈"
이런 꿈들이 왜 베스트셀러일까? 책을 읽으면서 답이 보였다. 결국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은 비슷하다는 것. 사랑받고, 인정받고, 평안하고 싶은 마음.
어쩌면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것들을 꿈에서라도 경험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웠던 건, 이 백화점에서는 악몽도 판다는 것이었다.
"악몽을 사는 사람이 있나요?"
"물론이지. 때로는 무서운 꿈을 꿔야 현실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하거든."
이 부분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에서 고통과 슬픔이 없다면, 우리는 행복의 진짜 맛을 알 수 있을까? 악몽이 있기에 좋은 꿈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책이 진행될수록 페니는 여러 가지를 깨달아간다.
꿈이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는 것. 각각의 꿈 뒤에는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꿈을 통해 사람들이 위로받고,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
"꿈은 도피처가 아니라 충전소예요."
페니의 이 말이 가슴에 깊이 박혔다. 현실이 힘들 때 우리가 꾸는 꿈들이, 단순히 현실 도피가 아니라 다시 현실을 살아갈 힘을 주는 충전소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만약 정말 이런 백화점이 있다면, 나는 어떤 꿈을 사고 싶을까?
"하루 종일 아무 걱정 없이 웃기만 하는 꿈"
"돌아가신 할머니와 다시 만나는 꿈"
"어린 시절 여름방학 오후처럼 느긋한 꿈"
"내가 누군가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인 것 같은 꿈"
이런 것들을 적어놓고 보니, 결국 내가 현실에서 그리워하는 것들의 목록이었다.
이 책의 백미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들이다.
페니가 꿈 백화점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꿈일까, 현실일까? 아니면 꿈과 현실이 섞인 어떤 특별한 차원일까?
작가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이 책의 매력이다. 독자 각자가 해석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
어쩌면 우리 모두가 매일 밤 이런 백화점을 방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기억하지 못할 뿐.
책을 다 읽고 나서 한동안 여운에 젖어있었다.
잠들기 전,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오늘 밤에는 어떤 꿈을 꿀까?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어떤 꿈을 주문했을까?
그리고 깨달았다.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준 것이었다. 꿈을 단순히 잠들 때 보는 환상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가장 솔직한 고백으로 바라보게 해 준 것.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판타지 소설이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다.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나:
일상에 지쳐 작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
상상력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든 사람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깊은 여운을 원하는 사람
이 책이 특별한 이유: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세계관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메시지
쉽게 읽히지만 오래 기억되는 문장들
현실과 환상의 절묘한 균형
책을 덮으며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우리는 이미 매일 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방문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꿈'이라고 부를 뿐. 그리고 그 꿈들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힘을 종종 간과하고 있을 뿐.
오늘 밤, 잠들기 전에 생각해 보자.
어떤 꿈을 주문하고 싶은지.
어떤 꿈이 나에게 가장 필요한지.
그리고 내일 아침, 어떤 꿈을 배송받았는지 확인해 보자.
어쩌면 그것이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보내준 특별한 선물일지도 모르니까.
"좋은 꿈 되세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작품 정보
� 제목: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작가: 이미예
� 출간: 2020년
⭐ 개인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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