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노래로 엮은 2박3일
� 일본에서 온 친구, 코짱
지리산 자락에서 펼쳐진 사진기와 노래방의 추억
그리고 내가 일본어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한 이유
지리산 입구에서 코짱을 처음 봤을 때의 첫인상. 동갑내기라고 하기엔 너무 어려 보이는 얼굴. 내가 1월생이고 그가 12월생이니까 거의 11개월 차이지만, 그게 이렇게 티가 날 줄은 몰랐다.
"안녕! 코짱!" "아! 드디어 만났네요!"
첫 만남의 어색함도 잠시, 코짱이 가방에서 꺼낸 건 카메라였다. 아니, 정확히는 폰카와 디지털카메라 두 개.
"저 사진 찍는 거 너무 좋아해요! 많이 찍어도 돼요?"
이미 셔터를 누르고 있는 코짱을 보며 웃음이 났다. 여행이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열 장은 찍은 것 같았다.
오후 2시, 갑작스러운 비
"어? 비 온다!"
지리산 둘레길을 가려던 계획이 갑자스러운 비 때문에 무산됐다. 하지만 코짱은 오히려 신이 났다.
"비 오는 지리산도 예뻐요! 사진 찍어도 돼요?"
카페로 피하면서도 계속 창밖 풍경을 찍는 코짱.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모습, 안개에 싸인 산 모습까지 다 렌즈에 담았다.
"비 때문에 둘레길 못 가서 미안해..." "괜찮아요! 비 오는 날의 지리산도 특별해요!"
코짱의 긍정적인 마음 덕분에 나도 비 오는 풍경이 새롭게 보였다.
저녁, 펜션에서
저녁을 먹고 코짱이 오늘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와, 진짜 잘 찍었다. 같은 풍경인데 완전 다르게 보였다.
"코짱, 사진 정말 잘 찍네! 나도 좀 가르쳐줘." "정말요? 기쁘네요! 내일부터 가르쳐드릴게요!"
오전, 비 갠 후 산책
"어? 비 그쳤어요! 잠깐 나가볼까요?"
비가 그친 틈을 타서 짧은 산책을 했다. 젖은 나뭇잎들이 더욱 싱그럽게 보였다.
"비 온 후가 더 예뻐요! 이 물방울들 봐요!"
코짱이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들을 마크로로 찍는 모습이 진지했다. 정말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담으려고 했다.
"코짱, 정말 세심하게 찍는구나." "좋은 순간은 놓치기 싫어요!"
저녁, 마을 노래방
"노래방 가요! 일본에도 카라오케 있지만 한국 노래방이 궁금해요!"
노래방에 들어가자마자 코짱이 일본 노래를 검색했다.
"YOASOBI 있어요! 와!"
「夜に駆ける」가 나오자 코짱이 진짜 잘 불렀다. 나는 가사를 몰라서 그냥 박수만 쳤는데...
"친구도 불러요!" "일본어 몰라..." "괜찮아요! 같이 불러요!"
코짱이 천천히 가르쳐줬다. "요루니 카케루~ 이렇게요!"
몇 번 따라 부르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때 생각했다.
'아, 일본어 공부해야겠다.'
밤늦게, 펜션에서
"오늘 노래방 너무 재미있었어요!" "나도! 그런데 코짱이 일본어로 얘기할 때 못 알아들어서 아쉬워." "그럼 일본어 가르쳐드릴게요! 저도 한국어 더 배우고 싶어요."
서로 언어를 가르쳐주기로 약속했다.
오전, 지리산 마지막 풍경
"비 온 덕분에 공기가 정말 맑아요!"
마지막 날 아침, 어제 비 덕분에 더욱 맑아진 지리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산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까 아쉬워요..."
코짱이 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우리 셀카도 백 장은 찍었을 것 같다.
"이 사진들 나중에 다 보내줄게요!" "고마워! 나도 코짱한테 많이 배웠어."
오후, 작별 전 마지막 이야기
"친구 덕분에 한국이 더 좋아졌어요. 그리고..."
코짱이 잠깐 망설이더니 말했다.
"친구랑 더 많은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런데 언어가 어려워서..." "나도! 그래서 일본어 공부하기로 했어."
코짱이 일본으로 돌아간 후, 카톡으로 사진들을 보내줬다. 200장이 넘었다.
지리산의 아침 햇살, 우리가 함께 걸은 둘레길, 노래방에서 찍은 셀카, 심지어 내가 일본 노래 부르려고 애쓰는 모습까지.
"이 사진들 보면서 한국어 공부할게요!" "나도 이 사진들 보면서 일본어 공부할게!"
사진 한 장 한 장에 우리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코짱이 보내준 사진들을 보면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おはよう (오하요)" - 좋은 아침 "ありがとう (아리가토)" - 고마워
"楽しかった (타노시카따)" - 재미있었어
노래방에서 들었던 YOASOBI 노래도 다시 찾아서 들어보고 있다. 가사의 뜻을 알고 나니 더 좋게 들린다.
코짱도 한국어 공부한다고 매일 카톡을 보낸다.
"오늘도 사진 많이 찍었어요! 친구 생각하면서요 ㅠㅠ"
2박3일 동안 코짱을 보면서 느낀 건, 사진은 단순히 순간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마음을 담는 거구나.
그리고 언어가 달라도 진심은 통한다는 것. 하지만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면 서로의 언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짱이 그토록 열심히 사진을 찍은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거구나.
지리산에서 시작된 우정이
사진과 노래를 통해 계속 이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