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마고할미 9딸

3화: 지혜이의 깨달음

by 루담

3화: 지혜이의 깨달음

� 봄빛이 감도는 반야봉

반야봉 정상. 지혜의 샘가에 앉은 지혜이는 고요한 명상에 잠겨 있었다. 보라빛 옷자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그녀 주위로는 연꽃들이 조용히 피어올랐다.

“진정한 지혜는 혼란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과 같지.”

그러던 찰나—

“언니! 큰일이야!”

둘째 바람이가 다급히 날아들었다.

“산 아래 구름골이랑 바람골이 물 문제로 다투고 있어. 며칠째 싸움만 하고 있다니까!”

지혜이는 눈을 떴다. 샘물 속에 비친 두 마을은 개울가에서 서로 고함을 지르며 다투고 있었다.

� 흐르는 물을 두고 벌어진 갈등

오랫동안 같은 개울물을 나눠 쓰던 두 마을. 하지만 올해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지자, 서로 먼저 써야 한다며 다툼이 시작됐다.

“위에 있는 우리가 먼저 써야지!”

“원래 우리가 더 많이 썼거든요!”

농사철을 앞둔 그들에게 물은 생명이나 다름없었다.

지혜이는 눈을 감았다.

단순한 해결책이 아닌, 사람들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길을 떠올리기 위해서였다.

다음 날 아침, 두 마을이 다시 개울가에 모였다. 그때, 보라색 한복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한 할머니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의 눈빛엔 은은한 빛이 감돌았고, 발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났다. 지혜이가 변신한 모습이었다.

“여기 위험하니까 지나가세요, 할머니!”

누군가 걱정했지만, 할머니는 조용히 개울가에 앉았다.

“그저 흐르는 물일 뿐인데, 어찌 그리도 다투는고…”

“그래? 그럼 이 물은 누구 것이냐?”

할머니는 손바닥에 물을 조금 떠서 흘려보였다.

“이제는... 땅의 것이죠.”

사람들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 연결의 씨앗

할머니는 작은 씨앗 두 개를 꺼냈다. 개울 양쪽에 하나씩 심자, 금세 싹이 트고 줄기가 자라 서로를 향해 뻗어나가더니—개울 위에서 맞닿았다. 마치 두 마을을 잇는 다리처럼.

“식물도 싸우지 않고 함께 자란다. 물도 마찬가지다.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지는 법이지.”

“서로 다른 농사를 지어보렴.

구름골은 벼, 바람골은 밭작물. 그리고 서로의 수확을 나눠 먹는 거야. 그러면 물도 절약하고, 먹을 것도 다양해지겠지.”

사람들의 얼굴에 빛이 돌기 시작했다.

“게다가, 물이 부족한 해에는 함께 저수지를 만들고, 많은 해에는 배수로를 만들어보자. 함께라면 어떤 해에도 대비할 수 있어.”

� 마음이 열린 두 마을

“할머니 말씀대로 해봅시다.”

“네! 우리도 찬성이에요!”

두 마을 이장들이 손을 맞잡았다. 아이들은 웃으며 개울가를 뛰놀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싸움터였던 곳이, 이제는 놀이터가 된 것이다.

�️ 다시 샘가로

지혜이는 반야봉 지혜의 샘가에 다시 앉았다. 샘물에는 함께 일하는 두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비쳤다.

그녀 뒤로, 하늘에서 구름이가 내려왔다.

“정말 멋진 해결이었어. 지혜를 ‘가르친’ 게 아니라, ‘깨닫게’ 해줬네.”

지혜이는 연꽃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답을 주는 것보다, 답을 스스로 찾게 해주는 것. 그게 진짜 지혜니까.”

이윽고 물결이, 산이, 달빛이까지 찾아왔다.

“언니, 나도 궁금한 게 있어!”

“사람들이 산을 더 아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지혜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말로 가르치기보다, 산의 이야기를 들려줘. 오래된 나무, 바위, 계곡의 생명력을 알게 되면, 스스로 보호하고 싶어질 거야.”

달빛이도 물었다.

“나쁜 꿈을 꾸는 사람들은 어떡하지?”

“그 꿈을 통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게 해줘. 그리고 꼭, 좋은 꿈으로 마무리해 줘.”

막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쁜 꿈도... 지혜의 일부인 거구나!”

밤이 깊고, 자매들은 각자 봉우리로 돌아갔다. 지혜이는 마지막으로 샘물 속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남겼다.

“진정한 지혜는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도록 돕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믿어주는 것.”

그 순간, 샘물 옆 연꽃 하나가 달빛을 받아 환히 피어났다.

✅ 다음 화 예고

4화: 꽃순이의 치유 – 노고단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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