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꿈

왕의 야망

by 루담


제1장: 왕의 야망

정조 20년(1796년), 수원 화성 건설이 한창이던 어느 봄날.

"전하, 신축되는 화성의 설계도를 가져왔사옵니다."

정약용이 무릎을 꿇고 두꺼운 도면을 바쳤다. 정조는 촛불을 가까이 당기며 꼼꼼히 살펴보았다.

"다산, 이 성곽이 과연 조선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전하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옵니다. 백성을 위한 새로운 도시, 신도시 화성은 반드시 조선 개혁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정조의 눈빛이 깊어졌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원혼을 달래고, 동시에 새로운 조선을 건설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신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있사옵니다."

"무엇이냐?"

"노론 대신들이 화성 건설을 못마땅해 하고 있사옵니다. 특히 심환지가 은밀히 방해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소문이..."

정조가 주먹을 꽉 쥐었다.

제2장: 암살의 그림자

그날 밤, 화성 건설 현장.

기술자 이원민은 야간 작업을 지휘하고 있었다. 정약용이 설계한 혁신적인 거중기를 이용해 거대한 돌들을 옮기는 작업이었다.

"조심해라! 한 치라도 잘못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그때, 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이원민을 없애라. 화성 건설을 지연시켜야 한다."

자객들이 칼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이원민은 무술에도 능했다. 조선 후기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검법으로 맞서 싸웠다.

"누구의 명령이냐!"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한 명의 자객이 쓰러졌지만, 더 많은 자객들이 몰려들었다. 위기의 순간,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 자객들을 제압했다.

"괜찮으신가요?"

나타난 것은 궁수 복장을 한 젊은 여인이었다.

"당신은?"

"화성 건설을 지키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더 자세한 것은 말씀드릴 수 없고요."

제3장: 정약용의 고뇌

며칠 후, 정약용의 서재.

"다산, 이번 습격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조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전하, 단순한 도적의 소행이 아닙니다. 화성 건설을 막으려는 세력의 조직적인 방해 공작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정약용은 잠시 고민했다. 그의 마음 한편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서학(천주교)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언제든 탄압받을 수 있는 위치였기 때문이다.

"전하, 신에게는 한 가지 계획이 있사옵니다."

"말해보아라."

"화성 건설에 참여하는 모든 기술자와 백성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고, 그들 스스로가 방어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성을 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지요."

정조의 눈이 빛났다.

제4장: 백성들의 각성

화성 건설 현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기술자들과 백성들이 있었다. 정약용은 그들에게 새로운 기술뿐만 아니라 글과 학문도 가르치기 시작했다.

"여러분, 이 거중기의 원리를 아십니까? 이것은 서양의 과학 기술을 우리 실정에 맞게 개량한 것입니다."

백성들이 눈을 반짝이며 들었다.

"우리도 배울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학문에 신분의 귀천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편, 그 신비한 여인 궁수는 백성들에게 무예를 가르쳤다. 그녀의 정체는 여전히 수수께끼였지만, 뛰어난 무예 실력으로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적이 다시 공격해와도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제5장: 거대한 음모

궁궐에서는 노론 대신들이 은밀한 회합을 열고 있었다.

"화성이 완성되면 정조의 세력이 너무 강해진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정약용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그자가 있는 한 화성 건설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정조가 총애하는 신하를 함부로..."

"서학쟁이라는 명분이 있지 않은가. 때가 되면 천주교도라고 고발하면 된다."

심환지가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제6장: 위기의 순간

마침내 노론 대신들이 움직였다. 정약용이 천주교도라는 상소문이 정조에게 올라왔다.

"전하, 정약용이 서학을 믿는다는 증거가 있사옵니다."

정조는 분노했지만, 신중해야 했다. 성리학이 국교인 조선에서 천주교는 금기였다.

"다산을 불러라."

정약용이 어전에 나왔을 때, 분위기는 냉랭했다.

"다산, 그대가 정말 서학을 믿느냐?"

정약용은 무릎을 꿇었다. 진실을 말하면 죽음이요, 거짓을 말하면 양심을 버리는 것이었다.

"전하, 신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자일 뿐입니다. 어떤 학문이든 조선과 백성에게 도움이 된다면 배우고 연구하는 것이 신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답이냐?"

"신의 마음은 오직 전하와 조선을 향해 있사옵니다."

정조는 오랫동안 정약용을 바라보았다.

제7장: 왕의 결단

"물러가라, 모두."

정조는 모든 신하들을 물리치고 정약용과 단둘이 남았다.

"다산, 솔직히 말해보아라. 그대의 진심을."

정약용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전하, 신은 하늘의 뜻을 믿습니다. 그 하늘이 하느님이든, 하늘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위하는 마음입니다."

"그래, 그것이면 족하다."

정조가 일어섰다.

"화성 건설을 계속하라. 그리고 그대를 모함하는 자들에게는 내가 직접 응답하겠다."

제8장: 화성의 완성

정조 20년 9월, 드디어 수원 화성이 완성되었다.

준공식 날, 정조는 정약용과 함께 화성의 성벽 위에 올랐다. 아름다운 성곽이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다산, 우리가 해냈구나."

"전하의 뜻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그 신비한 여인 궁수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궁수 복장이 아닌 궁녀 옷을 입고 있었다.

"전하, 신고드릴 일이 있사옵니다."

"무엇이냐?"

"화성 건설을 방해했던 자들의 정체를 밝혀냈사옵니다."

그녀가 건넨 서류에는 노론 대신들의 비밀 회합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대는 누구냐?"

"전하께서 비밀리에 만드신 조직, '암행어사청'의 일원입니다."

정조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꿈

화성이 완성된 후, 수원은 정말로 새로운 도시가 되었다. 정약용이 설계한 과학적 도시 계획에 따라 상업이 번창하고, 백성들의 삶이 나아졌다.

하지만 정조는 알고 있었다. 진정한 개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다산, 우리의 꿈은 화성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그렇습니다, 전하. 새로운 조선의 시작입니다."

화성의 성벽 위에서 바라본 석양이 아름다웠다. 마치 새로운 시대의 여명을 알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역사는 그들에게 그리 많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다. 정조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개혁의 꿈도 잠시 멈춰 설 것이었다.

그러나 화성은 남았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꿈과 이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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