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하다가 애를 낳게 된 엄마의 육아기
"그럼, 어쩌다 애를 낳으셨어요?"
이것은 내가 실제로 들었던 질문이다. 질문을 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아주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겠지. 하지만 저 질문만큼은 아주 생생히 기억난다.
어쩌다 애를 낳으셨어요?
질문자는 전혀 무례한 태도도 아니었고, 오히려 나의 당시 상황과 여러 가지 전후 이야기들을 들은 뒤에 조금은 걱정스럽게, 아주 사려 깊은 뉘앙스로 물었던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사실은 사생활에 관련된 이야기기 때문에 질문 자체로 조금은 무례하다고 볼 수 도 있겠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질문을 이렇게 또렷이 기억하는 것은 그 질문을 들었을 때 나에게 들었던 두 가지 강렬한 생각 때문이다.
듣자마자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저 질문이 바로 현시대를 관통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는데, 낯선듯한 저 질문이 아주 묘하게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였다. 우리 부모님 세대, 아니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재 40대 정도의 부부만 하더라도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아마도 얼마 전까지 더 자연스러웠을 질문은 결혼하고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왜 아이를 안 낳으세요?"였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신생아수가 매월 줄어들며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현 상황, 그리고 딩크뿐만 아니라 비혼이 더 많아질 이 시대에서는 오히려 저 질문이 더 자연스럽다고 느껴졌었다. 특히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거나, 혹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생각은 사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나 다름이 없는데, 나름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믿었던 내 자녀계획이 사실은 저 질문에 답할만한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나는 무슨 근거로 느닷없이 애를 낳았던 거지?
여기서 정말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나는 결혼을 할 당시에 양가 부모님께 딩크를 선언하고 결혼했다는 것이었다. 출산과 결혼이 한 패키지가 절대 아니라고 믿었던 내가 정말 어쩌다가... 만 3년 가까운 신혼생활 동안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꽤나 만족스러웠고, 또 그 당시 경제적으로도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고... 대충 거기까진 기억이 나는데 왜 갑자기 애를 낳은 거지? 누군가에게 인셉션이라도 당한 건가? 정말 당혹스러웠다.
사실 아이를 가진다는 것에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종족보존은 아주 오래된 인류의 본능이기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편이 더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딩크를 결심했었는데 이렇게 얼렁뚱땅 낳으면 안 되지! 무언가 정당하고 아주 합법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딩크였던 내가 '어쩌다가' 애를 낳게 되었는지 스스로 그 과정을 다시 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정말 궁금할 수 있는, 이 암울한 시대에서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은 실제로 어떤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따라서 이 글은 어쩌다 애를 낳게 되었는지 기억을 잃은 자의 기억의 재구성쯤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