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를 잡히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목덜미를 잡은 이 사람, 내 '남편'이라는 사람은 더는 나를 여자로서 보지 않는 거구나..
사실 계속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남녀관계의 끝뿐만 아니라 가족, 가정.. 이제까지 쌓아온 내 인생이 모두 붕괴되는 것 같은 기분에 내가 처한 상황을 똑바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
한 달 좀 전부터 남편은 혼자 있고 싶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평일에는 야근, 회식을 이유로 주 2~3회 정도 새벽에 귀가하거나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말에는 야구 동호회를 이유로 아침에 외출하여 저녁에 귀가했다. 충분히 자유롭게 지내는 것 같은데 여기서 더 어떻게 혼자 있고 싶단 말이지? 바로 몇 주 전 결혼 1주년을 맞이한 우리인데 이렇게 벌써부터 혼자 있고 싶다면 도대체 결혼은 왜 하자고 한 거지?
내 성격이 이상해서 더는 함께 할 수 없는 거라고 답했다. 이기적이고 집착이 심하다고 했다. 그는 저녁만 되면 연락이 잘되지 않았다.
"오늘도 퇴근 늦어?"
"어디야?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떻게 카톡을 이렇게까지 몇 시간 동안 안 볼 수 있어?"
"지금이 몇 시인데.. 귀가가 늦는건 그렇다 쳐도 언제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 답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거 아니야?"
계속되는 연락 무시에 화도 나고, 오기도 생겨 연락이 될 때까지 연락을 하기도 했다. 남편과 같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공통의 지인에게 대신 연락을 하기도 했다. 벌금 개념으로 각자 월급의 절반 정도로 충당하기로 한 공동생활비를 그에게만 조금 더 내게 하기도 했다. 그게 그렇게 이기적이고 집착적이었나? 압박이 되었던 건가? 그에게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만 지내던데 내 결혼생활은 왜 이렇게 힘들까? 내 결혼생활만 잘 안되는 것 같은 느낌에 부모님, 친척,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수치스러운 기분도 들었다.
이렇게 일방적인 통보로 결혼생활을 끝낼 순 없어 그에게 부부 상담을 제안했다. 부부 상담의 모든 과정을 끝마친 후에도 이혼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땐 두말없이 이혼하겠다고 했다. 마지못해 내 제안을 수락했던 그는 단 1회의 부부 상담만을 참석하고 더 이상의 부부 상담을 거부했다.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던 사람이 웬일로 이른 저녁부터 귀가하여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이혼을 종용했다. 이미 따로 살 곳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어버이날, 내게는 말도 없이 따로 시댁 부모님과 식사 약속을 잡아 나와 이혼한다 전했다. 그리고 바로 며칠 뒤 예정되어 있던 친정아버지의 심장 스탠스 시술일, 그는 이전 직장 동료들과의 술자리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병원에 와 보지 않을지언정 오늘 같은 날은 술자리는 자제해야 하는 거 아닌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내게 서운한 점이 많았겠지만, 이렇게까지 나를 존중하지 않는 그를 용서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혀갔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저녁식사를 함께한 봄이 끝날 무렵의 그 밤에 어김없이 이혼을 요구하는 그에게 나 또한 이혼 의사를 전하며, 어찌 됐든 그가 먼저 이혼 의사를 밝힌 점, 그동안 나와의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내 입장에서의 의견을 들어 위자료 개념으로 모든 것을 남기고 떠나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부모님의 원조 없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모든 결혼비용을 동등하게 부담했다. 짧은 결혼생활로 인해 재산이 완전히 합쳐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위자료로 요구하는 비용은 큰 액수는 아니었다. 철저하게 내 입장에서의 요구였지만, 딱히 못할 요구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그는 내 요구사항에 대한 대답으로 내 목덜미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