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끝 ②

by 정릉밈씨

"나가! 너가 나가!!"

그는 내 목 부분을 여러 번 가격하며 몸을 밀쳤다. 대화 주제가 주제였던 만큼 서로 술을 좀 마신 상황이었다. 그는 흥분했고 나는 내 뜻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는 나를 밀치며 엘리베이터 앞까지 끌고 간 뒤 집 안으로 홀로 들어갔다. 어이가 없는 것도 없는 것이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혼집 5분 거리에 자취하고 있던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매형에게 맞았다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남편은 내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음과 복도에서의 통화 소리로 동생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슷한 시점에 본인도 내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왜 그런 식으로 연락한 건진 모르겠지만) 이혼하겠다고 알렸던 모양이다.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동생, 동생이 부른 경찰들, 부모님이 차례차례로 신혼집에 도착했다.


남편은 경찰들에게 치기만 했지 때린 게 아니라며 소리를 질렀다.

"남편분.. 친 게 때린 거에요."

"아내분.. 신고 계속 진행하시겠어요?"

경찰들은 각각 나와 그를 둘러쌌다. 사실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동생을 통해 경찰들을 불렀지만, 당시에는 신고를 계속 진행하면 그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조치가 취해지는 건 줄 알고 무서워져 더는 신고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찰들은 내게 오늘 이후에도 가정폭력으로 정식 신고를 진행할 수 있다며 몇 가지 절차를 안내한 뒤 돌아갔다. 다음 날까지 서로 이혼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우리는 친정 부모님에 의해 각자의 본가에서 지내게 되었다.


이후에도 내 요구사항은 한결같았다. 남편이 먼저 이혼 의사를 밝힌 점, 늦은 귀가와 잦은 외박으로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않았던 점, 그리고 새롭게 가정폭력을 일으킨 점을 추가로 들어 위자료 개념으로 모든 것을 내게 남기고 몸만 나가는 형태의 협의이혼. 구체적으로는 그가 내게 1,000만 원가량만 전달하면 얼추 정리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와 시댁 부모님은 이혼서류를 제출해야 비용을 송금하겠다고 했다. 해당 내용에 대하여 각서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나는 이혼서류를 먼저 제출하게 된다면 각서는 물론이고, 공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1,000만 원이 뭐라고 공증까지 하냐며, 엄마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며 새끼손가락이라도 잘라서 주고 싶다고 하셨다.


돈은 나중에라도 받음 되겠지 싶었다. 사실 새끼손가락이라도 요구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금세 귀찮아졌다. 하지만 친정 부모님은 이를 알고 이혼서류를 먼저 제출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며 대신에 법원에서 이혼서류를 제출함과 동시에 인터넷 뱅킹으로 비용을 송금 받는 방식을 제안하셨다. 그러자 남편은 갑자기 이혼을 하지 않겠다며 홀로 신혼집으로 돌아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전개인지 다시 화가 나기 시작한 나는 일단 가정폭력에 대한 신고와 조사 요청을 진행해두었다. 이혼소송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놨다. 가정폭력 신고 진행에 놀란 그가 결국 내 요구사항에 따라 이혼을 진행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으로 남편으로부터의 이혼소송장이 도착했다.


그렇게 길고 불쾌한 여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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