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혼소송을 택하였는가

by 정릉밈씨

극복할 수 없는 큰 성격차이로 인한 이혼청구.


남편으로부터 도착한 소송장에는 단 한 줄만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 경우 내가 특별히 대응을 하지 않아도 남편의 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높았다. 성격적인 결함이 결혼생활의 장애라면 이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할 텐데 한 사람의 인격에 대하여 문제가 있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마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에서 이혼을 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소송이혼을 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 내 주변 가까운 사람들은 그저 막연하게 들은 이야기로

"이혼소송 그거 쉽지 않대. 시간, 비용, 에너지 뭐 하나 스트레스 안 받는 게 없대..."

라고들 했다. 그럼 나는 그의 소송이 기각되는 것을 그저 지켜보며 다시 이혼 협의를 할 상황이 될 때까지 잠자코 있어야 하는가?


몇 주 전, 그가 나를 밀치며 잡아끌 때 긁힌 한 줄의 상처가 아직 오른쪽 팔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맞은 거? 내가 크게 맞을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억울하지, 억울해. 그에게 내가 때릴 대상으로 밖에 인지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긴 했다. 하지만 이 문제 말고 사실 나에게는 1년 남짓 그와 함께 사는 동안 크나큰 궁금점이 있었다. 그가 늦은 귀가, 외박을 반복할 때 실제로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이다.


그와 나는 결혼 당시 같은 회사 CC로, 결혼 직후 서로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는 하였지만, 한때 같은 일을 한 사람으로서 그가 야근과 철야가 잦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음을 잘 알았다. 그가 결혼하며 이직한 회사는 나의 이전 직장 동료들이 다수 재직하고 있었던 회사로 그는 내 소개로 해당 회사에 지원하여 이직하였다. 나의 이전 직장 동료들이자 당시 그의 직장 동료들은 그가 야근을 자주 하긴 하였으나 특별히 늦게 퇴근하거나 철야까지 이어진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잔업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 겸 간단히 맥주 한 잔하고 귀가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실제로 그 또한 야근 후에 스트레스 좀 풀 겸 편의점에서 가볍게 술을 마시다가 테이블 위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는.. 야근에 술까지 마시고 퇴근하느라 너무 힘이 들어서 자기 자신도 모르게 찜질방에 가서 잠들어 버렸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로 집에 일찍 못 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술자리를 가질 때 함께 있었다고 언급된 부서 동료들은 함께 있었던 것이 맞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와 함께 술자리를 가지지도 않았던 날에 같이 있었다고 이름이 팔려서 기분이 나빴다는 이야기가 지인들을 통해 들려오기 시작했고, 주말 외출의 명분이었던 야구 동호회의 경우, 매주 경기 또는 연습이 있었던 것은 맞으나 오전 중 2~3시간 정도만 할애하여 활동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메이저리거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훈련을 하지 않음을.. 나는 몰랐다. 그리고 그의 고등학교 동창의 얼마 전 헤어진 여자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언니.. 저 안 그래도 언니한테 연락 오면 꼭 말해주려고 했었어요. 오빠가 언니에게 저희 커플이랑 술자리 가지다가 같이 밤새버렸다고 한 날, 저희한테 같이 있었다고 말해달라고 연락 왔었어요."


나는 내가 왜 이혼을 해야 하는지, 내 가족들과 주변의 마음까지 속상하게 만들며 이혼녀라는 타이틀을 뒤집어써야 하는지, 성격차이가 아닌 '진짜 이유'를 알고 싶었다. 결혼생활은 엉망이었을지 몰라도 결말은 내가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매듭짓고 싶었다. 내가 실제로 이기적이고 집착이 심하다는 그의 이혼 청구 사유에 맞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내 행동에 맞는 값을 치르리라는 각오와 함께 반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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