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AI한테 맡기고 잤더니 앱이 완성돼 있었다

첫 번째는 엉망이었다. 두 번째는 달랐다.

by 미드나잇 로그

한달 전, 퇴근하고 AI한테 앱 개발을 맡기고 잠들었다.


작업 계획서와 함께 "앱 만들어줘"라고 적고 노트북을 닫았다. 자는 동안 AI가 알아서 만들어줄 거라는 기대를 안고.


다음 날 퇴근 후 밤 9시, 화면을 열었다. 엉망이었다.


로그인 화면은 있는데 로그인이 안 됐고, 할 일 목록은 뜨는데 추가가 안 됐다. 뭔가 만들긴 만들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를 정도로 흐지부지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런데 문제가 뭔지는 바로 알았다. 내가 시키는 방법이 틀렸다.


"앱 만들어줘"는 "저녁 만들어줘"와 같다. 한식인지 양식인지, 몇 인분인지,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던진 거다. 그러면 볶음밥도 아니고 죽도 아닌 게 나온다. 사람한테 시켜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완전히 바꿨다.


먼저 일을 쪼갰다. "앱 만들어줘"가 아니라 "1단계: 로그인 기능, 2단계: 할 일 목록 기능" 이런 식으로.


그리고 각 단계마다 완료 기준을 적었다. 회원가입 API가 동작할 것. 로그인하면 토큰이 발급될 것. 인증 없이 접근하면 에러가 뜰 것. 하나라도 통과 못 하면 아직 안 끝난 거라고 알려줬다. 이게 없으면 AI는 대충 만들고 "끝났습니다"라고 말한다.


사실 사람도 그렇다. 완료 기준이 모호하면 적당히 하고 넘어간다. 이전 직장에서 팀을 관리할 때도 결국 같았다. "이거 해주세요"만 던지면 방향이 어긋나고, 목표와 범위를 명확하게 브리핑하면 결과가 달랐다.


요구사항도 파일별로 나눠뒀다. "요구사항은 이 파일을 봐라, 할 일은 이 파일에 정리해라, 새로 알게 된 건 이 파일에 적어라."


매번 처음부터 다 읽게 하지 않으려고. 돌려놓고 잤다. 퇴근 후 밤에 기록을 남기는 것. 나는 이걸 미드나잇 로그라고 부른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명도 미드나잇 로그로 했다.


첫 번째가 엉망이었으니까 확신은 없었다. 다음 날 퇴근 후 밤 9시. 또 화면을 열었다.


버튼을 눌렀다. 동작했다. 다른 버튼도 눌렀다. 그것도 됐다. 손가락이 빨라졌다. 어디까지 되나 보고 싶어서,

점점 더 어려운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며 눌렀다.


완벽하진 않았다. 회원가입이나 결제처럼 외부 서비스와 연결되는 부분은 AI가 어려워했다. 카메라로 인증하는 기능도 흔한 패턴이 아니어서인지 제대로 못 만들었다. 하지만 앱의 핵심 흐름은 돌아가고 있었다.


같은 AI다. 달라진 건 내가 준비한 것뿐이었다.


퇴근 후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짧다. 그 시간에 직접 코딩하는 것보다, AI가 밤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나았다.


아내한테 화면을 보여줬다.

"멋있다."

물론 아내는 내가 뭘 해도 항상 내 편이다.


그래도 한 달 전엔 보여줄 것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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