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막연하게 창업을 꿈꿨던 적이 있습니다. 잃을 것 없던 그 빛나는 20대에 왜 한 번도 저질러보지 못했을까요. 직장인이 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나니, 그때의 주저함이 뼈아픈 후회로 남더군요.
몇 년 전, 퇴근 후 앱 개발을 해보겠다고 호기롭게 서점에 들렀습니다. 두꺼운 앱 프로그래밍 서적을 샀죠.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체력이 없었고, 기초 문법부터 파고드는 공부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책갈피는 책 초반부에 머물렀고, 제 꿈도 그렇게 흐지부지 흩어졌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스웨덴 시골 마을 출신의 고등학교 중퇴자, 가브리엘 피터슨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는 정규 교육 과정을 밟는 대신 독학으로 OpenAI의 핵심 연구원이 된 인물입니다. 그의 학습법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보통 무언가를 배울 때 기초부터 쌓아 올리는 'Bottom-Up' 방식을 택합니다. 선형대수학을 배우고, 파이썬을 익히고, 머신러닝 이론을 섭렵해야 비로소 프로젝트를 시작할 자격이 생긴다고 믿죠.
하지만 가브리엘은 정반대인 'Top-Down' 방식을 제안합니다. 일단 만들고 싶은 것을 정하고 코딩을 시작합니다. 당연히 막히겠죠. 에러가 뜨고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바로 그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찾아 공부하는 겁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어떤 이론이 필요하지? 이 코드가 왜 안 돌아가지?" 와 같은 질문을 하면서 말이죠.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눈앞에 있을 때, 우리 뇌의 흡수력은 극대화된다고 합니다. 마치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이론 공부 대신, 일단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려보는 것과 같습니다. 모르는 건 그때그때 AI에게 물어보면 되니까요.
이 이야기를 듣는데 제가 왜 예전에 앱 만들기에 실패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준비'만 하다가 지쳐 떨어졌던 거였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걱정됩니다. 저는 AI 엔지니어지만 앱 개발 경험은 전무하거든요. 공개적으로 선언했다가 아무 진전도 없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제 손목을 잡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겁니다. '공부'가 아니라 '해결'을 할 생각이니까요. 저에게는 해결하고 싶은 아주 구체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육아에 지친 제 아내의 어려움입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거창한 스타트업을 차리려는 게 아닙니다.
퇴근 후, 잠든 아이 곁에서 소소하게 아내의 불편함을 해결해 줄 앱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가브리엘이 알려준 대로 무작정 부딪혀 보려고요. 만들다가 막히면 그때 공부하고, 해결하고, 다시 나아갈 겁니다. 제가 만들려는 앱이 무엇인지, AI 엔지니어이자 초보 앱 개발자의 좌충우돌 도전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시다면 저의 여정을 지켜봐 주세요.
어쩌면 먼 훗날, 제가 멋진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여러분은 저의 '초기 구독자'이자 든든한 동료로 기억될 것입니다. 저의 도전에 응원을 보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