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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sy Aug 12. 2019

영혼이 털리면 생기는 일

영혼은 무엇인가?

누구도 영혼이 무엇인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명확히 설명할 수 없으니 좀 더 나은 질문은, 영혼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또는 뭐였으면 좋을까? 이다. 

    

영화 <안티매터(Antimatter)>를 보면 영혼이 반물질의 일종이라는 신선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3명의 젊은 과학자들이 웜홀을 이용해 물질을 순간이동 할 수 있는 기계를 발명했다. 처음에는 구슬이나 누에 정도를 순간이동 시켰는데 점차 커지면서 화분, 쥐, 고양이, 마침내 인간인 아나 카터 박사를 순간이동 시키기에 이르렀다.


“만약 웜홀이 물질만 이동시키면 어떡하지?”     


별거 아닌 의심이었지만 영화이다 보니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아나 카터 박사는 순간이동에 성공했지만 빛의 전사체인 카터 박사의 영혼이 뒤에 남은 것이다. 심지어 이 영혼은 질량도 가지고 있고 만질 수도 있다. 다만 빛의 잔상과 같은 존재이다 보니 램(ram)처럼 장기 기억 보존이 불가능해 하루만 지나면 어제의 일도 모두 잊고 말았다. 게다가 가장 큰 부작용은 자신이 진짜 카터 박사라고 믿는 것이다.     


자세한 영화내용은 각자 알아서 보기로 하고, 영혼이 반물질이라는 신선한 견해를 고찰해보자. 우선 반물질은 양전자, 반양성자, 반중성자 같은 반입자로 이뤄진 물질로 음의 질량을 가지고 있다. 뭔가 있는 것 같지만 존재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영혼이 반물질이라는 가설은 맘에 쏙 든다.      


그러나 영혼이 반물질이라는 가설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어쨌거나 영혼은 일반 물질인 육체와 같이 있어야 하는데, 물질과 반물질은 가까이 있으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며 쌍소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생은 아슬아슬하고 인간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존재이긴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영혼이 기억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영혼의 본질적인 요소는 한 인간의 삶을 기억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이 나를 기억조차 못한다면 그 사람의 영혼이라 한들 무슨 의미가 있나?     


영혼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가끔, 진짜 영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을까 의심한다. 어차피 기억은 뇌에 전자기적 형태로 보존되는 것이니, 기억은 포기할 수 있다 치자.      


“영혼이 거지같은 내 인생쯤 기억 못하면 뭐 어때?”     


하지만 영혼이 그 사람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라는 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 이걸 포기한다면 그건 영혼도 뭣도 아니니까. 그런데 영혼이 기억조차 없다면 뭐에 쓰지?       


영화 <안티매터>에서 아나 카터 박사는 영혼이 분리되어 없어진 뒤 살아가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인간적인 ‘망설임’이 사라져 결단력 있고 유능한 인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다만, 자기 죄를 남에게 전가할 만큼 비윤리적이며 이기적인 인간으로 변한 것이 ‘사소한’ 부작용이라고 할까? 요즘 사회에서는 이런 인간이 더 잘 사니까 그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영화에서 추론하면, 영혼이 털리면 인간의 ‘인간성’ 비슷한 것이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것 같다. 빡빡한 일상에서 영혼을 강탈당했으니 ‘영혼 없이’ 대답하고 ‘영혼 없이’ 행동한다. 영혼이 없으니 쉽게 남을 무시하고 억압하면서도 스스로 상처받지 않는다. 

상처받을 육체는 있어도 상처받을 ‘영혼’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공해서 부와 쾌락을 손에 얻지만 그는 곧 공허해질 것이다. 역시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영혼이 없어 자신의 영혼이 사라진 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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