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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sy Jun 09. 2024

심야편의점 : 그여자 그남자의 사정 3


매주 수요일은 유튜브 채널 수익을 집계하는 날이었다. 수영은 최근에 업로드 된 동영상이 조회수에 비해 수익이 적은 게 이상해 내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조회수 높다고 꼭 수익이 높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했다. 동영상을 재생했더니 광고 없이 영상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왜 광고가 안 붙지?’


불면증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호기심이 발동하자 수영은 오전 내내 원인을 찾았다. 넘길 수 있는 일인데 넘기지 않았던 이유가 뭐였을까?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었을까?


결국 원인은 시스템 업데이트 오류로 밝혀졌다. 동영상의 길이가 7분이 넘으면 중간광고도 넣을 수 있게 하려던 것이 프리롤 광고를 차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류를 발견한 수영은 기쁜 마음으로 팀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반응은 차가웠다.


“언제부터 그래?”

“지난 번 업데이트 했을 때부터니까 한 석 달 됐는데요.”


“그럼 손해가 얼마야?”

“그게 좀 애매한데요, 프리롤이 안 붙어도 중간광고가 붙었으니까.. 광고가 전부 붙는 것도 아니고, 또 7분 넘는 콘텐츠만 해당되니까 정확히 손해액수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손해본 게 없을 수도 있겠네?”

“광고 중에 프리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 손해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


“얼마인지 모른다며?”

“네.”

“그게 그거 맞잖아! 괜히 분란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있어.”


팀장은 수영이 시스템 오류를 찾아낸 게 오히려 불만이라는 표정을 역력히 드러냈다.


“그런 오류를 찾았으면 칭찬을 해야지 왜 그랬대요?”

“아무도 행복하지 않으니까요. 팀장은 위에 보고하면 ‘몇 달 동안 수익이 세고 있었는데 그걸 몰랐냐’고 추궁 당할 테고,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한 기술팀은 줄줄이 깨질 것이고..”


“그래서요? 모르는 척 덮었어요?”

“처음에는 그랬죠. 위에 보고 안 하고 기술팀에서 버그를 찾아 고치는 선에서 정리하기로 했는데 감사에 걸렸어요.”

“쎔통이다!”


지수는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수영이 그렇지 않은 것을 보고 다시 물었다.


“왜요? 문제가 커졌어요?”

“그건 아닌데, 내가 감사팀에 찔렀다고 소문이 나서..”


“찔렀어요?”

“아뇨.”


수영은 손을 저었다.


“그런데 왜요? 아니라고 하면 되잖아요?”

“아니라고 말하는 게 더 우습잖아요. 솔직히 후회했어요. 그냥 넘어가도 나한테 손해 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열심히 찾았다가 정말 분란만 생기고.. ”


“그래서 그만 둔 거에요? 그 좋은 직장을?”

“아.. 그건 아니에요.”


“그럼 왜 그만뒀어요?”

“내 얘긴 그만하고 지수씨 얘기해봐요. 결혼이 왜 싫어요?”


질문의 화살을 지수에게 돌리자 지수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수영은 지수가 대화를 끝내고 편의점을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괜찮았다. 그녀가 나가면 수영은 자기 이야기를 더 하지 않아도 되니까.


지수는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캔맥주를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안 좋다는 걸 아니까요.”


예상과 달리 지수가 답했다. 그냥 ‘결혼이 싫어서’라고 해도 되는데 꽤 구체적인 이유였다.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해 봤어요.”


“네? 진짜?”

“왜 놀라요? 결혼해 본 사람 처음 봐요?”


“그게 아니라, 난 당연히 안 했을 줄 알고. 미안해요.”

“그게 또 사과할 일은 아니죠.”


지수는 당황한 수영의 얼굴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알아요. 내가 좀 혼자 사는 티가 나죠. 길진 않았어요. 1주년도 되기 전에 헤어졌고, 혼인신고도 안 했으니까 법적으로는 이혼녀도 아니죠. 실망했어요?”


“아..아뇨. 내가 뭐라고. 그럼 남자친구도 그 사실을 알았나요? 아닙니다. 대답 안 해도 돼요. 말하고 보니 실례되는 질문이네요.”


수영은 묻고 나서 후회했다. 그러나 지수는 선선히 대답했다.


“몰랐어요. 그것도 청혼을 받아주지 않은 이유 중 하나에요.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잖아요. 난 결혼한 적 있다. 말 못해서 미안하다. 등등.. 비굴하게. 그 말 듣고 도망가 버리면 어떡해요? 그런 말 해서 대등한 관계가 기우는 것도 싫고, 비밀 털어놓고 처분만 기다리는 것도 비참하고.”


“그러네요. 연애만 할 거면 확실히 말할 필요는 없는 문제죠.”


“그렇죠? 우리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비밀 이야기도 하고.”


심야에 편의점, 모르는 남과 여, 계속 알고 지낼 사이가 아니니 뭐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이혼한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말해주면 수영씨도 다 말해줄 거에요?”


“뭘요?”

“에이. 말하기 싫은데 억지로 나랑 말하고 있는 거 다 알아요. 아까부터 계속 시계만 보고 있고.”


“아. 그건 습관이에요.. 늘 시계 보는 게 버릇이라서.”

“거짓말. 속아준다. 뭐. ”


일요일 밤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이라지만 평상시보다 훨씬 손님이 없었다. 편의점 밖으로 한두 명쯤은 지나다닐 만도 한데 텅빈 거리가 스산하다.


“고양이 밥을 안 줘서요.”

“네?”

"이혼한 이유가요."


계속)


"A Lannister always pays his debts"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구독에는 구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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