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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Dec 31. 2016

[충격] 행자부, 가임기 여성을 위한 종마 서비스 제공

행정자치부의 혁신적인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



행정자치부가 야심차게 제안했던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 출산지도가 여성비하적이라는 비판을 수용, 가임기 여성들이 기꺼이 자발적으로 임신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종마’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종마 서비스요?


네. 그렇습니다. 생소한 표현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니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그 종마가 맞습니까? 그 뜻을 풀어서 설명해주시죠.


종마, 번식을 목적으로 사육하는 수컷 또는 암컷의 말을 뜻하는데요. 행정자치부가 이번에 제시한 서비스의 내용을 보면 가임기 여성이 이용하는 서비스이므로 종마의 의미에는 남성만을 포함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허허, 흥미로운 이름이군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지난 12월 29일 행정자치부는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임기 여성의 인구수를 지역별로 표시한 지도를 게시하였습니다. ‘가임기여성인구수’를 클릭하면 지역별로 ‘가임기 여성’ 현황이 나타납니다. 행자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20~44살까지의 여성을 임의로 분류해 집계했습니다. 통계청의 자료를 활용해 제공한 것이라고 했지만 통계청은 가임기 여성의 범위를 15세에서 49세까지로 집계하고 있으며 통계청의 인구 및 출생 통계 내용을 살펴보아도 그 어디에도 가임기 여성 인구수는 없었습니다. 출처뿐만 아니라 사용처와 의도가 불분명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가임기 여성의 수를 한자리 단위까지 세세하게 표기하였습니다. 이에 ‘여자가 아이를 낳는 기계냐’, ‘여성이 자궁으로 보이냐’는 등의 거센 비판 여론이 일자 30일 해당 홈페이지를 닫고 수정 공지문을 게재했습니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알리고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각 지역의 가임기 여성 분포도가 어떤 효율이 있는지 저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많은 여성들도 가축 취급을 당한 것 같다고 분노를 했지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행정자치부는 여성만을 그렇게 보고 취급하고 있다는 논란을 일축시키기 위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우선 서비스 취지를 설명하는 관련자 인터뷰부터 보시죠.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2일 발간한 ‘국제성평등지수를 통해 본 성 불평등 실태 및 시사점’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성평등 수준은 국제적으로 최하위군에 속해 있습니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각종 제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 성평등지수는 여전히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지요. 이에 저희 행정자치부에서는 여성들이 겪는 불편을 통감하고 실질적인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이로써 여성비하적이라고 비난이 일었던 가임기 여성 분포 지도가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행정자치부가 얼마나 양성평등 의식을 가지고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 서비스라는 것이 어떤 것입니다. 가임기 여성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까? 한 발 더 들어가보도록 하죠.


행정자치부는 현대 여성이 임신을 기피하고 두려워하는 까닭을 다음과 같이 파악하고 이런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의 근심과 우려를 저희 행정자치부도 통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발전된 미래와 뛰어난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을 두고 본다면 행정자치부도 ‘어머니’와 같은 마음인 것이지요. 그렇기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에 나와 닮은 훌륭한 유전자를 남기는 것의 축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기꺼이 임신과 출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 끝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군요. 그 서비스라는 것이 대체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까?


혁신에 가까운 서비스입니다. 관련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에서 여성이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은 더 이상 남성의 경제력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입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여성 자신과 아이를 끝까지 양육하고 책임져주는 것을 바라고 의지한다고 생각하는 사회적인 통념부터가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여성 역시 사회에 진출해서 경제력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여성에게 남성의 경제력에 종속되어 임신과 출산을 담보로 결혼이라는 억압적인 제도 안으로 들어가라고 강권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한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행정자치부는 이러한 서비스를 마련한 것입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여쭙겠습니다. 어떤 서비스를 가임기 여성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인지요?


아무래도 출산과 육아 장려를 위해서는 복지 이전에 임신이라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에서 착안된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자부가 처음 제공했던 가임기 여성의 지도는 저출산과 가임 여성수를 직결시켜 마치 특정 성별에게 저출산 책임을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을 적극 수용한 뒤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 같아 보입니다.


네, 말씀 잘 들었구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제공하기로 결정한 그 서비스의 내용을 상세하게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관련자 인터뷰를 보시죠.


[종마 서비스. 종마. 그런 표현에 불편함을 느끼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직관적인 이름을 붙인 것 뿐이니까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 것입니다. 여성만을 자궁으로 보는 게 아닙니다. 임신이라는 것은 생물학 시간에 배우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 행자부는 여성이 원하는 ‘정자’란 무엇인가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건강검진을 통해 가족력을 통해 잠재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신체 건강한 20세에서 33세까지의 남성을 선별하였습니다. 그 중에서 신장은 175~185cm, 15%의 체지방률을 유지하고 임신과 결정적으로 관련은 없다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과 뉴멕시코 대학 연구팀의 조사 결과 여성들은 세계 평균으로 알려진 발기 길이 13.1cm, 둘레 11.7cm보다 다소 길고 두꺼운 성기를 선호하고 이상적으로 여긴다고 하여 발기 시 길이 16.3cm, 둘레 12.7cm가 평균인 남성을 다시금 추려냈습니다. - 오르가슴이 임신의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일석이조의 만족스러움을 여성에게 제공하려는 저희의 야심찬 깊은 뜻이 담겨있는 기준이지요.

얼굴 역시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여성이 선호하는 유형별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고 지능 역시 IQ135 이상을 선발하였습니다.

특성 분야도 다양하게 마련 예체능 계열뿐만 아니라 이공계열 등 아이에게 원하는 재능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유전 결합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그들의 생활 습관을 철저하게 관리하여 지난 3개월간 흡연이나 음주로 인한 정자 손상이 없으며 강한 전자파나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썼습니다. 정자운동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이뤄졌습니다.

배란기에 있는 여성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해당 남성과 임신을 위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인적 자원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지금까지 국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제시했던 것이 임신할 수 있는 여성에게 국한되어 마치 여성의 책임인양 전가하는 모양새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아주 적극적으로 남성을 이 문제에 참여시킨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임신이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 주체적인 여성이 임신을 원할 때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고심한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항목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에 대해서 남성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종마 서비스에 선발된 남성들과 그렇지 않은 남성의 반응 차가 있나요?


대한민국의 남성 대부분이 군필자이지 않습니까? 군대 경험을 통해 국가에 충성하고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철저하게 교육받아 온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국가의 건강한 미래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종마 서비스 제공자로 선발된 남성들은 기뻐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우성 수컷임을 인정받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남성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앞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길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많은 남성들은 자연 도태의 안타까움과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항해봐야 지금 자신이 가진 수명조차 다하지 못하고 곧바로 안락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불만 표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은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고 여성들은 삶에서 늘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왔는데요. 이런 서비스를 통해 번식의 기회를 박탈당한 남성들의 분노가 국가가 아닌 여성에게로 향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이 종마 서비스와 더불어 종마의 특별함을 유지하기 위해 행자부에서는 탈락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중성화 수술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반려 동물을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성화 수술로 유순해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기에 그들의 분노 역시 잠재워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행정자치부에서 별도로 마련한 홈페이지에는 각 지역별로 종마로 선별된 남성의 프로필이 제공되어 있습니다. 벌써부터 가임기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이상형에 따라 행정지역을 이동하려는 시도도 일어나는 등 참여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가 나서서 이렇게 안전하고 분명한 남성의 정자를 제공해준다면 임신을 해볼까 하는 도전 의식을 품게 되더라구요. 함께 홈페이지를 살펴보던 열여덟 살 동생은 행정자치부의 가임기 기준이 20세에서 44세가 아니라 통계청 기준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것을 보아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탁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남성을 보니 육아의 어려움 같은 건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런 대책을 마련한 걸 보면 앞으로 정부가 출산 이후의 복지에 대해서도 해결방안을 충분히 마련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무척이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이군요.


오랜만에 정부가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하여 저출산 문제 해결에 일말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 저 역시 기쁩니다.




2016년 12월 31일 오늘의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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