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위대한 글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내 불행한 고백을 담보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오히려 나만 부족하고 모난 사람이라는 걸 들키지 않을까, 불행을 훈장처럼 주렁주렁 매단 여자라고 낙인찍히지나 않을까 쓰면서도 두려웠다.
생각에 생각이 겹치면서 망설였고, 결국 나는 오랫동안 입을 다물었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적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세상에 태어나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사라지는 것은 죽음보다 더 끔찍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거였다.
그래서 서툰 용기를 냈다.
그랬더니 뭐든 겪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쓰는 지금은 뭐든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불행해서 가질 수 있는 마음들이었다.
그러니 틀린 것이 있다면 고치고, 다시 살아가며 배우면 된다.
그동안 놓친 배움의 기회를 이 글을 읽어준 당신과 함께 만들고 싶었다.
내가 건넨 이야기들이 불행으로만 들리지 않았기를 바란다.
기대했던 깨달음이나 인생을 바꾸는 벼락같은 통찰이 미흡했더라도,
모쪼록 우리가 연결되어 당신의 불행을 덜어내는 작은 위안이 되었기를 바란다.
사실 나는 당신에게 내 불행이 만만하게 보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글도 만만한 글이었으면 한다.
그래야 혹시 당신도 말하지 못한 막막한 불행이 있다면
그건 결코 당신의 약점이 아니라는 걸 기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당신의 불행도 언젠가 당신만의 언어로 반전되기를.
그동안 <불행은 불행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