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시간.
나의 아름다운 구슬, 李美璇
내 이름은 미선이다. 아름다울 ‘미’에 옥 ‘선’. 나를 무척이나 귀여워하신 우리 할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이름이다. 내가 아장아장 걸어 다니면 '미선아 이리 와, 미선아‘ 라며 나를 그렇게 예뻐해 주셨단다.
이 이름을 종이에 쓸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무렵, 나는 내 이름을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한글 이름을 가진 아이들을 부러워했다. 한글 이름은 세련되고 발음도 예쁜데 내 이름은 아이의 이름답지 않게 성숙하고 예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성인이 되고 난 뒤에야 나는 내 이름에 정을 조금씩 붙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연인이 ‘미선아’라고 불러주면 나는 그 소리가 듣기 좋아 내 이름이 좋아졌다. 나와 동생 지선을 부를 때마다 헷갈리는 우리 아빠가 ‘미선아’라고 나를 바로 불러주는 그 순간이 좋아 내 이름을 사랑했다.
내 이름은 누구라도 맞힐 수 있는 아름다울 ‘미’ 자를 쓴다. 그렇지만 누구나 상상하는 고상한 아름다움만 있는 건 아니다. 정적인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하는 ‘미’에는 또 다른 역동적인 의미가 있다. 바로 ‘즐기다’, ‘경사스럽다’라는 의미다.
‘미’의 유래는 ‘크고 살찐 양’에 있다고 한다. 신에게 바치는 재물이었던 크고 살찐 양은 아름다우며 훌륭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나는 어쩐지 고고하게 아름다움을 지키는 ‘미’의 의미보다 크고 살찐 양이 가진 경사스러움의 의미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양의 존재가 온 마을의 평화와 경사스러운 순간을 가져온 듯 보였기 때문이다.
‘선’ 자는 구슬의 의미도 있지만 사실 정확한 뜻은 (아름다울) 구슬 옥 ‘선’이다. 할아버지는 아름답고 아름답기를 바라며 내 이름을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을 더한 내가 이 글자의 또 다른 아름다운 뜻을 찾아냈는데 바로 ‘북두칠성의 두 번째 별’이다. 북두칠성의 두 번째 별? 내 이름에 별이라는 의미가 있는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그것도 북두칠성의 별이라니. 한자로는 천선, 영어로는 메라크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내 이름에 이런 다채로운 이야기가 있는 줄 아셨을까? 혼자 알기 아쉬워 할아버지께도 말씀드리고 싶다. 오늘따라 나를 부르던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의 아름다운 구슬, 나의 아름다운 별, 이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