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오만할 권리’라는 말에 반박하지 못했을까?

오만은 성격의 문제일까, 권력의 얼굴일까?

by Nova G
"다른 경우와는 달리, 그분이 오만한 게 나한테는 그렇게 거슬리지 않아."라고 샬럿이 말했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으니까. 가문이며 재산, 모든 것을 다 갖춘, 그렇게 훌륭한 젊은이가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잖아. 이런 표현을 써도 좋다면, 그분은 오만할 권리가 있어."
"그건 맞는 말이야." 엘리자베스가 말을 받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 자존심을 건드리지만 않았더라면. 나도 그 사람의 오만을 쉽게 용서할 수 있을 거야.
"오만은, 내가 보기에는 가장 흔한 결함이야." 메리가 자신의 깊은 사고력을 뽐내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바로 미루어 볼 때, 오만이란 실제로 아주 일반적이라는 것, 인간 본성은 오만에 기울어지기 쉽다는 것, 실재건 상상이건 자신이 지닌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만심을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은 우리들 가운데 거의 없다는 것이 확실해.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 31p, 민음사-


오만에 대한 샬럿, 엘리자베스, 메리의 생각.
같은 오만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샬럿과 메리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말하고 있다.
메리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샬럿의 말은 오래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질문을 떠올렸다

이 소설을 3년 전에 읽다가 포기했었다.
도무지 여자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참고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어제 일부러 오만과 편견이 나온 시대적 배경과 여성의 위치에 대해 조사를 했던 건데, 그럼에도 소설을 소설로 받아들이고 보기엔 불편한 것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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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상하게도 샬럿의 '오만할 권리'라는 말에 "그건 아니지!"하고 반박이 안되며 오히려 엘리자베스처럼 일정 부분 동의하는 바다.



그러다 떠오른 단어가 "권력"이었다.

사회적으로 시대적으로 권력은 조금씩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다이시의 오만할 권리는 오늘날 권력의 여러 얼굴 중 한 가지 얼굴을 하고 있는 듯하다.

"원래 많이 알아야 하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더 잘 보이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난 몰라도 돼. 나 뭐 안 해도 돼. 다 생략하고 심플하게 사는 사람들 있죠? 권력이에요."


모델 한혜진이 했던 말이다. 내 생각을 전적으로 잘 설명해 주는 말이라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찾아냈다.

(워딩으로는 한혜진의 메시지가 잘 안전해지는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꼭 찾아서 보시길 권한다)

심플하게,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살 수 있는 삶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오만할 권리.
여기서 오만은 타인의 질투나 부러움 자격지심에서 선택된 단어일지도 모른다.

다이시의 “오만”은 단순한 인성의 결함이 아니라
시대·계급·성별·자원의 불균형 속에서 허용되거나 정당화되는 태도일 수 있다.

다이시는 오만한 사람이 아니길 바라는 나의 사심이 담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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