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이 마음을 움직인다
띠링
화창한 주말, 갤러리 앞 작은 카페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데이 오프에 불청객 직장 보스의 문자다.
최대한 방해받지 않으려고 핸드폰을 가방에 쑤셔 넣으며 생각한다.
내일까지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을 거야 라고.
그렇지만 한번 침범받은 내 머릿속은 쉽게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이래서 쉬는 날에 오는 연락은 최악이야!라고 생각하고 있는 찰나,
누군가 내 생각을 멈춘다.
“핼러우?”
“얘야 오늘 참 아름다운 날이지 않니?”
내 앞엔 풍경을 가리고 앉아 있는 사람도 없고 정말이지 그냥 아름다운 날이다. 나는 대답한다. “그죠. 날씨가 참 아름다워요.”
곱게 차려입으신 할머니는 샐러드를 먹으며 남편인 할아버지가 테이커웨이 하러 간 커피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할머니가 다시 물어본다.
“얘야 오늘 좋은 하루 보내고 있니? “
나는 오랜만에 시티에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얘기한다.
궁금해하는 눈치인 할머니에게 나는 한국인이고 시골에서 살고 있으며 주말에 잠시 여행을 왔다고 얘기하니, 누구보다 시티에서 왔을 것 같은 아가씨라면서 할머니 에게도 한 명의 코리안 이웃이 있다며 얘기하신다. “나에게 아름다운 한국인 이웃이 한 명 있는데 말이야, 그 친구 피부가 정말 아름다워. 정말이지 질투가 날 정도야”라고,
그사이 할아버지가 양손에 커피를 들고 테이블로 다가오니 할머니가 어서 나를 설명한다.
여기 옆에 이 친구는 한국에서 왔는데 지금은 Bowral이라는 시골에 산대요.
그러니 할아버지가 웃으며 “안뇽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한다.
내가 약속이 있어 일보러간 남편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니
할머니는 이렇게 현명한 와이프들이 있지 하시며 자신들은 지금 50주년 기념일 여행 중이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나에게 앞으로의 50주년 기념일을 위해
Good luck!이라는 말을 남기며 떠나셨다.
10분 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문득,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나는 핸드폰을 들어 보스에게 답장했다. 다 괜찮을 거라고.
나에게 주어지는 상황에 모든 행동은 종이 한 장의 차이 와도 같다.
하거나, 아님 말거나
내 옆에 이 아름다운 할머니에게 말을 걸거나, 아님 말거나
이 햇살 좋은 날 카페테라스에 앉거나, 아님 말거나
지나가는 길 창문 사이로 보이는 예쁜 귀걸이를 사러 숍에 들어가거나, 아님 말거나
이 처럼 사실은 별일 아닐 수도 있는 일들이 내 마음의 문을 조금 염으로서 더 좋은 경험을 하게 한다.
새로운 발걸음은 늘 처음이 힘들고 불편하다. 그렇지만 금세 언제 내가 첫 발을 떼었는지도 기억 못 할 것이다.
나는 햇볕에 생길 주근깨를 걱정하지 않는다.
할까 말까 할 때는 그냥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진정으로 사랑한다. 그것이 내가 햇살을 즐기는 방법이다.
이렇게 마음은 정말 사소하고도 또 절대 사소 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