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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미기miggie Jul 24. 2020

어른이 된다는 의미

2020년 7월 15일, 스물 세 번째 생일날 새벽의 기록

어른이 된다는 의미

나의 평화를 찾고 안정됨을 유지하는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 또는 꿈과 현실과의 타협에서 나오는 우울함을 우리는 흔히 어른이 되는 과정, 혹은 철이 든다는 결론으로 마무리짓곤 한다. 나 역시 홀로 ‘객관적 분석’을 들먹이며 끊임없이 회의적이고 부정적 생각을 멈추지 않은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10대에서 현재까지의 대부분을 그런 생각들로 살아왔던 것 같다. 나는 이런 나의 극단적 생각들의 원인을 ‘기대’라고 불렀다. 무언가에 기대를 하면 실망하는 법. 실망은 비극이고, 때문에 기대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이렇듯 부정적 감정에 대해 결론을 지으려는 습성, 결론에 대해 간단한 원인을 찾아내 단순화하려는 극단적이고 억지스러운 수법이 나에게 갑옷이 되어줄 때도 있었지만, 작년엔 그것이 오히려 나를 압박해 숨통을 조이고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그 마음속 폭풍우가 지나고 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내가 어른이 되는 과정이었나? 철이 들고 있다는 의미였던가?
 나에겐 사고나 다름없는 작년의 폭풍우가 지나갔을 때 내게 남은 것은 깨달음도 ‘철’도 아닌 기쁨이었다.       ‘아! 우울하지 않다! 기쁘다!’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이제 그 우울과 부정적 생각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Birthday blues. 내 과거의 우울함 중 가장 명확히 할 수 있는 단어다. 생일에 드는 괜한 우울함을 나는 기대에 의한 실망이라고 생각했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내가 생일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문제는 기대를 하기도 전에 ‘기대하지 말자’가 먼저 나와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말하는 기대란 뭔지 생각하게 되고 결국 생일 당일에는 어쩔 수 없는 조금의 우울함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Birthday blues라고, 생일 때쯤 우울해지는 증상을 뜻하는 용어가 존재한단다. 아아 내가 이 단어를 더 빨리 알았더라면!
 이런 맥락인 것이다. 이유없는 감정에 대해 기어코 이유를 만드려 나를 갉아먹지 말자는 것. 기대는 미래의 것이다. 후회는 과거의 것이다. 과거와 미래에 갇혀 현재를 잃으면 안 된다. 어쩐지 올해 생일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즐거움이란 감정만 존재할 뿐이다. 가벼운 기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는 이 즐거움에 대한 이유를 찾지 않는다는거다. 왜 가벼운지, 무거웠던 건 뭔지 생각하고 분석하려들지 않는다. 비로소 나는 어른이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스스로 평화를 찾는 법을 알고 지킬 줄 아는 것이다.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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