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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꿍 Mar 21. 2021

지금 행복하세요?

열정을 쏟는 삶을 살고 싶다.

 끝없이 펼쳐진 잔디 밭 위,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치마자락이 흔들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 새벽사이 내려앉은 이슬의 향기가 느껴지는 아침, 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따서 한입 먹고, 맨발로 흙을 느끼며 높은 하늘 위 구름의 움직임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삶..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 속에서 뛰노는 것을 좋아했다. 잔디가 펼쳐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놀기도 했고,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술래잡기를 하며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을 참 좋아했다. 이러한 행복은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사라진 듯 하다. 중학교때부터 무한경쟁 속으로 내던져지며, 외고진학, 인서울 대학입학, 취업 등을 위해 정말 스스로 불태우며 살아왔다.  공부로 성공을 이뤄보겠다는 다짐을 했고, 내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이에 대한 후회는 없다. 학창시절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고, 노력을 쏟아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에 뿌듯함도 느낀다.


 다만 취업을 하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 현 시점에 행복하냐고 물으면, 행복하다는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내가 기대했던 행복한 삶과는 달리, 매일 아침 알람소리에 눈이 부은채로 기상하고, 전쟁같은 준비시간을 마치면, 지하철로 뛰어가서 겨우 들어오는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역에 내려 인파 속에서 출구를 향해 걸어나간다. 한 번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나의 부품이 된 기분이다. 나를 비롯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웃음기 없는 무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나는 나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고 살아가는데, 내 뒤의 사람이 보면 나도 그저 출근시간에 여의도역을 나가는 하나의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겠구나."


 요즘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행복하니?"이다. 외부의 시선으로 보기에 나는 충분히 행복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직업에, 최근에 결혼을 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신고까지 마쳤으며, 양가의 도움에 스스로 노력하여 번 돈을 합쳐 서울의 꽤나 좋은 지역에서 신혼집을 잡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만족을 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최고가 되기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습관이 남아있는건지, 삶의 방향이 상실되자 나의 행복도 사라진 느낌이다.


 대학생 때, 전공수업을 들을때,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이야기 중에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말이 있다. "여러분,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고통스럽게 보내지 마세요. 저도 여러분과 같은 자리에 앉아있을 때, 대학원만 가면 행복하겠다 생각했고, 대학원을 가고나서는, 미국 유학만 가면 행복하겠다 생각했고, 미국 유학을 가자 교수만 되면 행복하겠다 생각했고, 지금은 서울대학교 정교수가 되었지만, 그래도 삶의 고민은 계속 있습니다. 여러분, 삶에는 언제나 고민이 있고, 해결되면 또다른 고민이 등장하니, 순간순간 행복하게 보내세요." 대학생 때는 이 말을 듣고, '맞아! 지금을 행복하게 보내야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웃으며 흘려보냈던 것 같다. 

 

 최근에 오히려 이 이야기가 더 마음 깊숙히 다가왔다. 외고에 입학하면 행복할 것 같았고, 대학에 입학하면 행복할 것 같았고, 취업에 성공하면 행복할 것 같았다. 물론 원하던 것을 이루었을 때,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새로운 고민이 나타났었다. 지금 당장의 고민은, 삶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모르겠으며, 퇴사를 항상 노래 부르지만, 막상 용기도, 그럴만한 능력도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저 돈많은 백수로 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무엇인가에 열정을 쏟고 열심히 살아가고 싶지만,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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