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나고야에서 어디 갈고야?

그림으로 보는 나고야 여행 일정

by 미뇽

비행기 표를 끊었으니 우린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강을 셈이다. 이 단계에서부터 우리는 설렘과 함께 의무감을 갖게 된다. 왜? 비행기 티켓을 끊었으니까. 무슨 일이든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여행을 다니면서 제대로 알았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게 많은 세상에서 무언갈 시작한다는 건 절반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시작은 시작 자체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게 이미 엄마와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누군가 여행은 계획이자 무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행에 진짜 무계획은 없다. 목적지가 있는 순간 모든 게 계획된 셈이니까. 사람들이 꿈꾸는 무계획 여행은, 사실 '탈계획'인 셈이다. 그리고 계획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계획이다.

사실 엄마와의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철저히 엄마의 입맛에 맞춘 여행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번번이 그런 나의 시도는 무산으로 돌아갔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 엄마 여긴 어때?
- 엄마 이거 먹을까?
- 엄마 숙소는 어디가 좋을까?

다양한 내 질문에 엄마의 대답 때문이다.

- 어디든 좋아, 괜찮아.

좋다, 는 혼자 움직이기보단 여럿이 움직이는 말이다. 무엇이 좋은지, 어떻게 좋은지, 왜 좋은지. 그런데 엄마의 '좋다'엔 그게 없다.

- 맨날 뭐든 좋대. 난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게 많은데. 엄만 좋아해야 하는 게 버릇이 돼서 그래

엄마를 보고 있으면 가끔 싫어하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행위라는 말이 떠오른다. 엄마와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분명 엄마를 등에 업고 생긴 여유인데, 막상 그 여유를 엄마는 누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때, 예전에 티비를 보면서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었다.

- 오메 일본에 저런 곳도 있네
- 요샌 일본도 소도시 여행이래, 나중에 같이 갈까?
- 그래 그러자

image_9168944271505050819176.png?type=w966 왼쪽부터 나고야성, 다카야마, 시라카와고까지.

그때의 기억을 토대로 나는 여행 일정을 짰다. 나고야에서 시작된 여행은 나고야에서 끝나겠지만, 그 사이에 엄마가 가고 싶다는 일본 소도시 여행이 샌드위치 속처럼 채워질 예정이다. 우리는 크게 나고야 - 시라카와고 - 다카야마 - 나고야를 다녀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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