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 아내의 어쩌다 정글탐험

by 트레저
어서 와~ 정글은 처음이지.

엉겁결에 정글 숲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아프리카 생활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고생바가지 제대로 하고 온 곳이라 여전히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어느 날 한국에서 온 태권도 봉사단들과 함께 가봉 정글에 갈 기회가 생겼다.

솔직히 처음에는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다. 그런데 남편 김 차장의 한 마디 -

가 보기로 한 정글이 바로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의 촬영지중 한 곳이라는 -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을 바꾸었다.

그때 나는 봉사하고 있었던 한글학교 홍보를 위해서 블로그를 운영 중이었는데 흥미진진한 새로운 포스팅 거리가 생긴 것 같아 '정글탐험'이라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으면서도 용기를 내어 보았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Bois Des Geants 브와 데 제엉이라는 곳으로 가봉 수도 리브르빌 시내에서 차를 타고

한 3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다. 이곳은 완전 야생의 정글은 아니고 정부에서 삼림 교육과 환경보호 인식을 프로젝트로 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정글을 들어갈 수 있는 여러 개의 코스들이 있었다. 그중 우리가 선택한 곳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가파른 정글 숲을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길을 좀 터놓은 완만한? 코스였는데 절대 완만하지는 않았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벌레나 곤충도 많았고 꽤나 힘든 코스였다.


정글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우리를 안내해줄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가이드가 나눠주는 지팡이를 하나씩 들고 정글에 들어가기 전 안전교육을 잠깐 받았다.

대통령 경호실 경호원들도 몇몇이 함께 왔는데 다들 별로 들을 게 없다 싶어 심드렁하게 서 있었다.

태권도 유단자들과 경호원들 , 사실 이 조합만으로도 정글에서 그 어떤 위험이 닥쳐도 걱정할 게 없어 보였다. 나 역시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서 있었는데 아까 나눠준 '지팡이' - 지팡이라고 하기보단 나뭇가지에 가까움 - 의 사용 설명서를 듣다 보니 '뱀' 어쩌고 하는 것 같아 갑자기 귀가 쫑긋해졌다.

나눠준 지팡이는 길이 나 있지 않은 곳에서 앞을 가로막는 나뭇가지를 치거나 강을 건널 때 필요하고 또.. 뱀이 나타날 때도 있으니 버리지 말고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왓?! 배 엠!!!!


집 근처에서도 자주 출현하는 뱀에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았다.

뱀 소리를 듣는 순간 '다시 돌아갈까??? 어떡하지???' 고민하는 찰나에 내 생각을 눈치챈 김 차장이 재빨리 내 손을 잡아끌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도망갈? 틈도 없이 어느새 난 정글 입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정글 입구 초반은 이렇게 나무 징검다리들이 놓여 있어, 아~ 이렇게 되어 있구나,,, 이 정도면 뭐 걸을 수 있지~라며 안심하고 들어갔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람이 걸을만한 길이었다.


숲은 정말 고요했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새소리 들은 조용한 숲에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이렇게 울림 있는 새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내 기분 탓인지 어디선가 뭔가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은 자꾸 두리번두리번 옆,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겁... 난... 다...

김 차장은 자기가 옆에 있는데 뭘 걱정하냐고 말했다. 하지만 '자기 뱀 나오면 잡을 수 있어?"라고 묻는 내 질문에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가이드 있잖아"라고 대답했다.

..... 물어본 내가 잘못이었다 :D


정글 숲의 나무들의 특징은 모두 거대했고, 60미터 이상이 넘어 보였는데 나무들의 울창한 가지들이

빽빽이 솟아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정오가 되었는데도 주변은 어둑어둑해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가이드 말로는 실제로 원숭이는 물론이고 야생 동물들이 살고 있다고 하니 블로그 포스팅이고 뭐고 난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출발하기 전 살짝 비가 내려서 그런지 안개도 끼고 숲길도 온통 젖어 걷는데 많이 미끄러웠다.

가이드는 선두로 걸으면서 앞에 가려진 나뭇가지를 칼로 쳐내며 길 안내를 했다.

혹시 야생동물 같은 게 나올 수도 있어 호신용으로 긴 칼을 지니고 다닌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거의 나뭇가지를 쳐내기 위해 사용되는 것처럼 보였다. 호신용으로 쓰기에는 너무 칼날이 무디고 낡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 탐험이 끝날 때까지 야생동물 같은 건 제발 나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가이드는 정글 안내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곳곳에 있는 특이한 나무들을 설명해 주었다.

아프리카에서 나무들의 민간요법이나 다양한 쓰임새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는데

이 나무는 류머티즘, 관절이나 근육통에 좋은 치료제로 쓰이는 나무라 했다.

나뭇가지를 조금 잘라 향을 맡게 해 주었는데 신기하게도 정말 우리가 흔히 아는 파스 냄새가 났었다.

이 나무가 바로 파스의 원료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건 바로 '피 흘리는 나무'였다.

갑자기 흐르는 붉은 액체를 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할 만큼 무서웠다.

가이드가 칼로 나무를 베니까 저렇게 아얏! 하는 듯이 바로 피를 흘리는 것이다.

이 나무의 이름은 무낭가 또는 니오브 -아프리카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 같음- 라 하는데

손등에 저 붉은 액체를 발라 주었는데 정말 피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정글에서 뱀에 물린 다음에 이 나무의 피를 발라주면 독이 몸에 퍼지는 것을 지연해 주고, 또 상처에 바르면

민간요법으로 빨간약의 효과도 있다고 하였다. 정말 신기한 나무네...


가이드는 갑자기 밑에 있는 나무의 잔가지들로 아까 자신이 칼로 벤 곳을 문지르며 이렇게 꼭 상처를 닦아 주어야 나무가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정말 흐르던 피가 싸악 하고 거짓말처럼 멈췄다.

여전히 미신이 남아 있는 아프리카 풍습이지만 신비하고 이상한 체험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가이드에게 신기한 아프리카 나무들에 대해서 설명을 들으며 그 뒤를 열심히 쫓아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기까지는 그냥 워밍업이었던 것이었다.


정글은 정글이었네…


아까 지나온 입구를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난 길은 하나도 없었다. 주위는 온통 커다란 나뭇잎들로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몰라 그저 계속 나뭇가지를 쳐가며 걷고 또 걷고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그러다 가파른 내리막 길이 시작되었는데,

계속되는 가파른 내리막 길에서 다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제대로 걸어갈 수가 없었다.

따라오던 뒷사람이 미끄러지면 앞사람도 덩달아 같이 미끄러워 넘어지고,,,

엄마야! 아얏! 어이쿠! 등 다양한 비명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나도 몇 번 미끄러져 넘어질뻔했지만

그때마다 남편이 잡아주어서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뒤에서 따라가다 나뭇잎을 밟아 미끄러지는 나를 순식간에 잡아 일으키는 그에게

'오 순발력 ~ 살아 있네, 살아 있어' 하며 엄지 척을 해 주었다.


한참 가다 보니 금방이라도 악어가 나타날 것 같은 기세의 험악하게 생긴 강이 나왔다.

정말 기분 나쁘게 생긴 강이었다. 태어나서 이런 음침한 기운의 강을 보는 건 건 처음이었다.

다들 머뭇거리자 가이드가 여기는 악어가 나오지 않는다며 안심시키고, 이 강을 건너가야 다음 코스를 돌 수 있으며 다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하였다.

세상에, 다시 돌아갈 수 없다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는 차례차례 강물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태권 봉사단원들과 경호원들 그리고 같이 갔던 현지인들이 나란히 나란히 줄을 지어 강을 건너는데

다행히 물살은 세지 않았고 물 깊이도 그리 높지는 않았다.


강물은 지저분하고 탁해 보였다. 다들 건너면서 신발은 물론 옷도 다 젖고, 나는 하필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갔었는데 그날 입은 옷은 모두 버려야 했었다. 여기저기 얼룩덜룩, 찢어지고, 진흙투성이에 거지꼴이 되었다.

다들 머리와 얼굴은 모두 땀범벅이 되고 옷들은 진흙 투성이에, 몰골들이 말이 아니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깔깔 웃어댔다

힘들었어도 이때까지만 해도 정글에 온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 다들 안전하게 무사히 강을 건넜다고 생각하고 다시 숲에 들어서는데,

세상에!! 갑자기 어디서 왔는지 개미떼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우리를 공격했다.

젖은 옷 허리춤으로 , 바지 밑단 사이로 정신없이 스멀스멀 기어들어왔다.

개미들이 달려드는 통에 다들 비명을 지르고 펄쩍펄쩍 뛰는 등 정말 난리가 아니었다.


다들 그곳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혼비 백산이 되어 뛰어나오며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야생동물이나 뱀만 안 튀어나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날아다니는 개미떼라니...


그곳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가운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른 일행들은 다들 여기저기 다 물리고 울상을 짓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개미떼의 공격을 좀 덜 받았던 것 같았다. 개미떼의 공격에서 무사히 살아남았던 것이다. 아마도 출발하기 전 꼼꼼히 바른 아프리카 전용 트로피칼 벌레퇴치제 덕을 본 것 같았다. 강물에 씻겨 내려가긴 했지만 그래도 좀 남아 있었던지 다른 일행들에 비해 그리 많이 물리지는 않았다.


태권도 유단자나 경호원이나 그 작은 개미떼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을 보니 인간은 참 자연 앞에서 작은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그 스멀스멀 거리는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어쩌다 정글탐험...

개미 숲을 지나 그렇게 1시간? (짐작으로) 가량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 앞에는 아프리카 바다가

펼쳐졌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기대했던 푸르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닌 회색빛의 암울한 하늘과 잿빛 바다가 쓸쓸히 인적도 없이 우리를 맞았다.


고생 끝에 남는 건 인증샷뿐 인 것 같다. 힘들어 죽겠는데 남편이 억지로 찍어준 덕분에 그래도 이렇게

추억을 소환하고 있으니...

그러고 보니 난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처럼 가이드 말대로 저 지팡이를 버리지 않고 계속 끌고 다녔다.

중간에 몇 번을 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말이다.

정말 힘든 순간에는 저 가느다란 지팡이조차도 내팽개치고 싶을 만큼 버거웠었다.


해변가에는 검푸르고 거대한 야자수들이 우리를 삼킬 듯 서 있었다.

이곳 해변에서 잠시 휴식 타임이라는 가이드 말에 흠칫 놀라며 그를 쳐다봤다.

휴식타임이라니...

Oh la la 올랄라,,, 이게 끝이 아니라고? ,, 모두 이제 다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코스로 해서, 온 만큼 다시 돌아가야 한단다. 다들 울상이 되었다.

나도 정말 울고 싶었다. 다리도 아프고 발이 내발인지 곰발인지 모를 정도로 무겁기만 한데,

어떻게 온 만큼 또다시 걷냐고요...


잠시 후 출발하자는 가이드 손짓에 우리는 다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걷기 시작했다. 새로운 코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정글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얼른 집에 돌아가서 샤워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때는 어쩌다 하게 된 정글탐험,,, 괜히 한다고 나서서 이렇게 사서 고생인가 싶은 게 돌아가는 길 내내 속으로 후회를 했었다. 훗날 내가 그때의 경험을 추억 삼아 이렇게 글로 옮겨 담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면서 말이다.

남편 때문에 엉겁결에 한 정글탐험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 안 했으면 내가 또 언제 이런 모험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한 번 뿐이고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으니 다양한 경험은 해 볼만한 것 같다.

단 개미떼는 빼고…: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