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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레저 Sep 03. 2022

뽀뽀뽀 나라 프랑스에서 코로나로 볼 키스가 사라졌다.

#1. 그땐 그랬지...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우리 부부를 집에 초대해준 프랑스 친구 부부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다른 지인들이 오늘의 주인공 부부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문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계속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면서 내 차례는 언제가 될지 지루해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우리 차례가 온 것이다. 서로의 볼을 대고 허공에 '쪽' 소리를 내며 하는 비즈라는 인사는 찰나의 순간으로 재빠르게 지나가지만 상대방의 체취나 피부 느낌이 그대로 전해질 때가 있어 이들과 비즈를 나눌 때면 난 늘 아까 뭐 먹었더라? 하며 혹시나 내게서 마늘냄새나 김치 냄새가 나지 않을지 신경이 쓰일 때도 있었다.


프랑스 생활 새내기였던 내게는 낯설었고 당황스럽기만 한 이들의 인사법 비즈(La bise). 특히나 얼굴만 좀 알 뿐이지 사실 잘 모르는 사람과 뺨을 맞대고 친한 척?을 해야 하는 경우도 번번이 있어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비즈를 그들 부부와 나누며 오늘 초대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하고 곁에 있던 다른 이들과도 몇 번의 비즈를 나누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수도 없이 많은 볼인사를 나눈 후에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아마도 그날 밤 초대된 모든 이들과 비즈를 나누었던 것 같았다.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 땐 또 만나요 뽀뽀뽀.

모이는 사람들과 만날 때나 헤어질 때 일일이 한 사람, 한 사람과 볼인사를 하는 광경은 프랑스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내게는 넘어서야 할 문화 차이라고나 할까,,, 익숙해지기 힘든, 아무튼 그런 것이었다.


이들에게서 뺨을 맞대고 인사를 하는 비즈는 상대에 대한 우호적인 표현으로 가족, 동료, 친구사이는 물론 이웃하고도 이 볼인사를 나눈다. 이날 프랑스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소개받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나는 비즈를 나누었다. 낯선이 와 볼이 닿고 싶지는 않았지만 예의상, 그리고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비즈를 나누며 앞으로 프랑스에서 잘 적응해서 살려면 이런 그들의 낯선 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코로나가 바꾸어 버린 프랑스의 뽀뽀뽀 문화


아침 출근길에 거리에서 한두 번은 꼭 보게 되는 프랑스인들의 비즈 하는 모습이 코로나로 인해 거의 사라져 버렸다.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 나서서 봉쇄령 동안 비즈를 피하라고 요청했었다.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행해지는 이들의 비즈 인사법은 사회적 의식처럼 행해져 왔지만 코로나라는 바이러스 출현으로 인해 현재는 거리나 레스토랑 등에서 서로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나누었던 볼인사를 거의 보기 힘들게 되었다. 프랑스 남편과 사는 어느 지인은 나이 드신 노부모를 방문해도 이제는 더 이상 이 프랑스식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람마다 가정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다들 예전 같은 분위기는 확실히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프랑스에서 이들과 어울려 살려면 싫어도 익숙해져야 하는 그들의 오랜 전통문화였던 비즈- 뽀뽀뽀 문화를 코로나가 한순간에 바꾸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 만나면 자연스럽게 볼을 맞대며 입술로만 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해졌고 한국 지인들끼리도 오랜만에 만나면 비즈를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이들의 문화에 어느새 물들었는데 바이러스 하나가 이런 프랑스의 오랜 전통문화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3. 막상 사라지니 아쉬운 것 같은 볼인사 비즈(La bise)


프랑스인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프랑스인들 대다수가 이런 볼인사를 당연한 것이고 지켜져야 하는 인사예절이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 비즈가 불편하고 피곤한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으며, 자신들의 문화라는 이유로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이어왔던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La bise 프랑스 볼인사는 프랑스 문화의 기본적인 인사로 수세기 동안 프랑스 문화의 일부로 여겨지며 전통 그 이상으로 현대에 와서는 가까운 누군가를 보면 마치 저절로 하게 되는 습관적인 그들만의 규칙 같은 것이 되었다. 프랑스 보르도 출신의 어느 의사는 한 인터뷰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La bise, c'était bien mais ça fait partie de l'ancien monde"  -볼 인사는 좋은 것이긴 하지만 이제는 구시대의 것이다.

프랑스는 코로나로 인한 제한 조치를 전면 해제하면서 코로나 이전의 삶을 차츰 되찾고 있는 중이지만 비즈는 돌아와서는 안된다며 경고를 하였는데, 이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반응은 제각기 다른 것 같다.

그들의 좋은 전통이 사라져서는  된다며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과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는  같았다.


이른 아침 부스스한 모습으로 바게트를 사러 나가면서 마주치는 이웃들과 비즈를 나누며 오늘 날씨 얘기를 하는 동네 할아버지 모습, 출근길에 마주치는 아파트 현관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비즈를 하며 바캉스 다녀온 이야기 등을  나누는 이웃들, 직장에서, 레스토랑에서, 시도 때도 없이 행해지는 이들의 볼인사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서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을 느끼며 난 왠지 너무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토록 적응하기 힘든 이들의 문화였건만 막상 사라져 버리니 마음이 이상했다.

외국인인 나에게는 낯선 문화이기는 했지만 프랑스인들의 비즈- 볼인사는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빠른 방법으로 가장 프랑스다운 프렌치식 인사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코로나 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되는 프랑스 볼인사에 어쩌면 나도 익숙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거리에서 누군가와 반갑게 볼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던 여유 있고 낭만적인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가도 누군가 눈치 없이 비즈를 하려고 하는 포즈를 취하면 나도 모르게 슬슬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주먹 인사(fist bump)를 청하게 되는데 (내 주위 지인들은 현재는 모두 이 피스트 범프로 인사를 나눈다),

낭만이고 뭐고 역시 코로나는 웬만하면 걸리고 싶지 않은 게 내 솔직한 마음인가 보다 :D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이들의 볼인사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와 그들이 다시 정다운 비즈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싶은 바람은 진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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