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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Nov 19. 2017

평범하게 살긴 그른 걸까? #3

전문대에서

 나는 처음부터 편입을 할 생각으로 영어 통역과 에 진학했다. 솔직히 다른가를 고르려고 해도 그때는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이곳은 내가 '편입하기 위해 거쳐가는 학교'였기 때문에.


 일 학기가 시작하자 나는 언제나 혼자 다녔다. 혼자 앞에 앉아서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그렇게 열려있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나랑 맞는 사람이 있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지금도 자주 만나는 '절친'을 만나게 됐다. 나보다는 언니였고, 언니도 편입을 준비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편입준비생이 나 말고도 두 명 더 있었다. (이 둘은 각각 몇 년 후, 중경외시급으로 편입을 했다.)

 거기다 같은 반 내에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면서, 학교생활이 다채로워(?) 졌다. 술자리도 참석하고 여기저기 어울려다니기도 했지만, 아쉬운 건 내가 그 당시에 의정부와 춘천을 통학하는 통학생이었기 때문에 늦게까지 있을 수는 없었던 거였다. 부모님도 열 시로 통금을(아직까지도 집에 가면 열시다) 잡아놓으셨으니, 길게 놀아도 여덟 시에는 출발해야 했다.

 기억이 맞다면 1학기 도중에 우리가 살던 집이 팔려서 할아버지 댁 옆으로 이사했던 것 같다. 기존에 살던 집은 아빠가 손수 신설하신 건물로, 초중학교가 걸어서 오분이었고 교통도 좋았다. 고등학교 때는 조금 멀리 진학해서 힘들긴 했지만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 곳이었다.


 갑자기 집에 돈이 생기자, 엄마는 유학을 알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학교 들어가기 전 겨울방학 때 얘기했듯이 말이다. 나는 차근차근 알아보기 시작했다. 고3 때부터 불어불문학과로 지원하고 싶었기 때문에, 프랑스 국립대 유학을 알아봤다. 알고 보니 프랑스 대학은 3년제에다가 학비가 거의 공짜였다. 뭐하러 한국에서 편입을 할까 하는 생각에 프랑스로 바로 유학을 가기 위해 사실 학교를 다니면서 종로로 프랑스어 학원을 다니고 있던 차였다. 2년간 편입이든 유학이든 준비를 해보라고 얘기하셨기 때문이다. 유학원에 알아보니, 바로 유학을 가는 경우는 드물고 어학연수를 기본 일 년은 한다고 했다.


 솔직히, 한 학기를 다니면서 학교 공부에 대해 많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문대에서의 영어 통역 과라니. 메리트도, 얻을 것도 없어 보였다. 그냥 벗어나서 새로운 곳에서 공부를 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만 한다면 내 길은 지금보다는 밝게 열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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