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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생각 Jan 21. 2022

유치원 졸업이 의미하는 것

인생의 첫번째 관문을 통과한 우리 아이에게

"졸업"

우리는 인생에서 수 많은 졸업과 함께 살아간다.

고등학교 졸업, 대학교 졸업, 육아 졸업 등등의 수 많은 끝과 함께 살고 있다.

간절히 기다려지는 졸업도 있고, 누구보다 아쉽고 하기 싫은 졸업도 있다.

우리 아이가 인생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졸업은 아마 '유치원 졸업'일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때부터 수 많은 졸업을 거치며 살아간다.

코로나 전에는 7세반 졸업식을 위해 몇 주 전부터 열심히 아이들과 졸업식을 준비하고, 또 그 졸업식에 대해 가족 모두가 참석하여 아이들의 졸업을 축하해주고는 했다.

하지만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유치원 졸업식이 매우 간단해지고, 가족들도 거의 참석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졸업식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졸업식이 가벼워진다는 것은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는 좋기도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 든다.

겉모습은 조금 가벼워진 졸업식이 되더라도, 그 의미는 더욱 무거워 지기를 바라며 이 글을 작성한다.


그렇다면 일곱살 아이들에게 졸업은 어떤 의미일까?

유치원 졸업의 의미에 대해 크게 세가지로 정리해서 전달해보고자 한다.


첫째, 유치원 아이들에게 졸업은 '무사히 사회 생활의 첫 시작을 마쳤음'을 의미한다.

유치원은 5, 6, 7세 유아들이 다니는 유아 학교이다.

왜 다섯살부터 유치원에 입학하게 될까?

다섯살부터 사회적인 규칙을 지킬 수 있게 되는 시기이기 떄문이다.

다섯살에 입학한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수 많은 규칙을 배우고 규칙을 지키기 위해 매일 매일 노력한다.

'기본생활습관(줄서기, 손씻기, 바르게 앉기 등)'이라는 것을 유치원에서 배워가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가 아닌 유치원의 규칙속에서 움직이는 사회화된 나를 만들어 간다.


엄마가 없이도 반나절 가량을 울지 않고 지내야 하고, 스스로 밥을 먹는 것 부터 시작하여 스스로 화장실에 가고 스스로 정리까지 해야 한다.  

이렇게 부모님의 도움 없이도 규칙 속에서 혼나지 않고 혼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규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사회화가 되어 간다.

더불어 가족이 아닌 '친구'라는 존재를 만나서 1년동안 함께 해야 한다.

이렇게 유치원에서의 3년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기초적 토대가 되며, 3년을 무사히 마친 것은 누구보다 사회 속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유치원 아이들에게 졸업은 '긴 시간을 노력해서 얻는 첫 번째 상'이다.

유치원을 졸업장을 받기 위해서는 길게는 3년이라는 시간을 꾸준히 유치원에 다녀야 한다.

인생을 생각해 보면 인생은 끊임없이 '노력->결과'라는 루틴으로 이루어진다.

어렸을 때에는 '심부름--> 보상' 등으로 짧은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바로 바로 결과가 보이지 않는 긴 오랜 노력을 해야 하는 일들이 필요하다.

만족지연능력(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지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에서, 오랜 시간 노력과 꾸준한 반복을 위해 얻는 보상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어렵고도 쉬운 방법이 바로  졸업장이다.


매일 아침 뜨기 힘든 눈을 뜨고, 엄마랑 헤어지기 싫지만 헤어져서 유치원에 가고,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내는 일련의 반복적인 과정들을 거치며 아이는 1~3년을 보상 받는 졸업장을 받게 된다.

부모님이 생각하기에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는 졸업장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졸업장을 받은 아이에게 부모님은 아주 큰 의미를 부여해주어야 한다.

"이 졸업장은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래. 일곱살 어린이 중에서 유치원에 가기 위해 매일 일찍 일어나고, 유치원에서 규칙을 지키고, 매일 엄마를 다시 만나는 시간까지 유치원에서 멋지게 생활해준 사람만 주는 상이래. 이 상을 받는 사람은 1년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한 사람인거야. 그리고 00이가 이 상을 받았으니 정말 대단해!"라고 말이다.


셋째,  유치원 아이들에게 졸업은 인간 관계에 대한 첫번째 정리과정이자, 첫번째로 잘 이별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인생에서 나를 스쳐간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만남과 동시에 수 많은 헤어짐이 있었다. 이렇게 인생은 '만남 - 이별'의 반복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는 한다.

하지만 친구와 잘 헤어지는 방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면 연인간의 결별, 이사, 학교 졸업, 회사 이직 등 우리는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잘 이별을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다.


사회 생활에서 잘 이별할 수 있는 방법을 졸업을 통해 아이들은 배우게 된다.

유치원 졸업도 마찬가지이다. 졸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친구들과 그리고 선생님과 이별을 경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매일 만나던 누군가를 더이상 매일 만나지 않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인사를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유치원에서 졸업을 하기 전에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졸업 편지나 영상을 통해서 일년 동안 함께 해준 추억을 공유하기도 하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아이들이 인생을 살면서 '이별을 할 때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은연중에 배우게 된다.


잘 이별하는 것을 배우는 것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법을 배우는 것 만큼 그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하다.

이러한 중요한 과정들을 졸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아이는, 다른 이별에서도 어떻게 잘 이별할 수 있는지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출처: https://pixabay.com/photos/college-students-graduation-photo-1872810/


교사인 나에게 졸업이 이제 익숙해 질 때도 되었지만, 졸업은 할 때마다 여전히 새롭다.

일년동안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더 해줄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복합적이다.

그리고 나를 일년동안 가장 힘들게 했던 아이들을 보낼 때 이상하게도 누구보다 그 아이가 내년에는 새로운 선생님에게 사랑받고 잘 다닐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이 글을 읽은 부모님, 혹은 교사분들은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졸업의 중요한 가치들을 아이들이 더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이 축하해주고 더 많이 칭찬해주기를 바란다.

졸업을  것이 누구보다 뿌듯하고 행복하게 느껴지는 아이로 졸업장을 받을  도록.


졸업을 하는 아이들, 그리고 졸업까지 함께해준 부모님, 졸업까지 1년을 긴장하며 달려온 선생님들

모두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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