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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o May 24. 2020

일본 내 한국 드라마 시장이 꿈틀거리다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가 쏘아 올린 공

나름 격주 업데이트 원칙을 잘 지켜왔는데, 지난 한 달을 한 가지 과제에 끙끙거리느라 브런치를 꺼내들 여유가 안 생겼네요. 여전히 과제는 두 손 무겁게 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포스팅은 제가 가장 관심 있는 시장의 얘기라서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내용도 길지 않고 ^^)


코로나 시대 최대 수혜주인 넷플릭스가 정체되어 있던 일본 내 한국 드라마 시장에도 변화를 몰고 오네요.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가 쏘아 올린 공의 의미를 분석한 서브컬처 저널리스트 飯田一史 의 글을 가져와 봤습니다.


원문 :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인기가 획기적인 이유. 일본의 한국 드라마 비즈니스에 가져올 변화는? (2020.5.17)


넷플릭스에서 독점 서비스 중인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가 일본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간의 일본 내 한류 드라마 인기와는 다른 새로운 현상이다. 과연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지 알아보자.


일본의 젊은 세대가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새로운 현상


<사랑의 불시착> 은 한국의 재벌 2세 기업가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떨어지며 북한 장교와 사랑에 빠지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이태원 클라쓰> 는 한국의 웹툰 원작 드라마이다. 카카오 재팬이 운영하는 '픽코마'에서는 <롯폰기 클래스>라는 로컬화 된 타이틀로 서비스 중이다. 한국 최고의 요식 기업인 '장가'를 둘러싼 음모와 사건, 주인공이 장가를 뛰어넘는 기업을 일궈내는 성장 서사를 담고 있다.


픽코마에서 서비스 중인  <롯폰기 클라쓰>

최근 일본에서는 셀럽들이 드라마 시청을 자발적으로 인증하고 추천하면서 화제 몰이, 넷플릭스의 인기 랭킹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왜 새로운 현상일까? 그동안 일본 내 한국 드라마는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던 장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후지 TV 와이드쇼 5.18 방영


기존 드라마 윈도의 문제점


알다시피 일본에서 제1차 한류 붐은 <겨울연가>에서 시작되었다. 이후로 한국 드라마는 중장년 여성과 주부 타깃으로 비즈니스가 전개되었다.  그리고 이 윈도( 하나의 콘텐츠를 시차를 두고 여러 개의 매체에 푸는 전략)는 오랫동안 공식처럼 굳어져 왔다.


우선 'KNTV' 등  한류 전문 채널로 방영되고 DVD로 발매되어 렌털 시장에 풀린 다음 지상파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즉. 가장 빨리 일본어로 보는 열성적인 팬들은 유료 CS 채널에 가입해서 시청하고, 굳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보는 수준이 아닌 시청자들은 한국 방영 후 2,3년이 지나서야 주로 낮시간대 TV에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지상파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의 대부분은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없었고, 타깃 시청자가 중년 이상의 주부이다 보니 CF도 건강식품 위주로만 들어왔다. 좋은 작품이 나오더라도  젊은 층에게 도달이 될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넷플릭스나 ABEMA 등장으로 달라진 것


필자는 이전에 사이버 에이전트가 운영하는 동영상 서비스 ABEMA (구 아메바 TV)의 '한류, 중화권 채널' 'K WORLD' 등 한국 콘텐츠의 프로듀서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ABEMA에서는 <수상한 파트너> 등의 한국 드라마를  중장년 여성 시청자 외에 젊은 1020 유저들도 본다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놀란 적이 있다고 한다.


<겨울연가>가 방영된 지 벌써 20년이 지났고, 일본 내 한국 드라마 시청자 층도 같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위기감이 있기는 했지만, 기존의 유통 방식으로는 도저히 새로운 젊은 시청자들을 끌고 올 수가 없었다.


이 판에 상대적으로 젊은 유저층을 확보한 ABEMA가 기존 윈도의 가장 마지막 단계로 뛰어들었다. 한국에서 방영된 지 2-3년 지난 작품을 한류 드라마 라이트 층에게 노출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넷플릭스는 기존의 모든 윈도를 무너뜨리고 전 세계 동시 방영권을 사들이면서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히트할 요소들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유통 구조의 문제로 특정 시청자 층 이외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콘텐츠들이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KPOP이나 한국 패션, 뷰티, 푸드에 이어 '한국 드라마'도  일본에서 젊은 세대의 팝 컬처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만큼의 임팩트를 주는 이슈는 아닐 수 있겠지만, 5년-10년 단위로 산업을 바라봤을 때 일본 (그리고 아시아의) 영상 비즈니스나 서브컬처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불시착'에서 시작된 기적의 러브 스토리가 <사랑의 불시착>이었던 것처럼 이 작품이 가져올 영향력 또한 예상치도 못한 곳으로 번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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