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ho Apr 27. 2020

VTuber 글로벌 진출은 성공할 수 있을까

니지산지(NIJISANJI) 책임자 인터뷰

90년대 문화를 경험한 제 또래의 연식이 된 분이라면, 사이버 가수 '아담' 이 생소하지 않을 것입니다. Vtuber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이거 아담이 유튜버 된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브이튜버에 대한 관심이 2018년쯤 반짝했다가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스타가 나오지 않아서 저 또한 잠깐의 화제성 이슈로만 기억하고 잊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업무적으로 2D 캐릭터에 팬덤이 생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이튜버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시 찾아보게 되네요.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할 때 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선호해서 많은 기사 중에 업계를 리딩하고 있는 니지산지 담당자의 최신 인터뷰를 골라봤습니다. 니지산지는 이미 한국에서도 두 차례 버츄얼 유튜버 오디션을 진행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브이튜버가 다소 생소하더라도,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콘텐츠 기업이라면 도움이 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초기 진출 시 거점 지역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 현지 팬을 효과적으로 늘리는 방식은 무엇인지, 현지 채용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는지 등을 인터뷰이가 자세히 언급해 주셨네요.




원문 : 브이튜버 문화는 세계로 뻗어갈 수 있을까. 니지산지 해외사업책임자 인터뷰 (2020.4.18)


주식회사 이치카라가 운영하는 버추얼 크리에이터 전문 그룹  <니지산지>. 이제는 국내 사업뿐 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9년 4월 「VirtuaReal (중국)」 을 시작으로 7월에는 인도네시아, 11월 인도, 12월 한국까지 글로벌 프로젝트가 론칭되었다. 니지산지의 해외사업 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버츄얼 유튜버 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니지산지 브이튜버


―― 국내 사업뿐 아니라 해외 각국에서 버츄얼 유튜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거점 지역을 선정한 기준이 궁금합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확산되었는지'와 '라이브 스트리밍 문화가 자리 잡았는지' 2가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습니다. 특히 기존 유튜버 활동에 대해 독자적인 팬 커뮤니티가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면, 사업 확대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인도네시아나 중국도 이러한 기준으로 결정된 걸까요?

 네 그렇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중국은 이미 브이튜버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어서 저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팬아트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역으로 그런 곳에서 사업적인 기회를 발견하기도 하고요.


―― 현재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한국 4개국에서 브이 튜버 사업이 진행 중인데, 각국의 현황에 대해서도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먼저 인도네시아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데뷔 직후 출연했던 인도네시아 국내 이벤트「Creators Super Fest 2019」 에서 팬들의 환호가 뜨거웠던 것입니다. 특히 2기생 오디션 공지가 나왔을 때 반응은 대단했습니다. 국토 면적이 넓은 인도네시아에서 행사장까지 직접 오는 것만으로도 수고스러운 일이었을 텐데요. 이러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곧 론칭 1년이 되는 시점인데요. 현재 약 20명이 브이튜버로 데뷔했고, 이들의 구독자 수는 약 80만 명 정도입니다. 1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bilibili에서 팬아트 공모전을 실시했는데 조회수가 350만 이상, 댓글도 1800건 이상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와 한국은 이제 막 론칭한 곳이라 아직 성과라고 말씀드릴 부분은 없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이네요.

인도에서는  Noor라는 브이 튜버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구독자 수는 2.5만 명으로  최근 오레오 밈 동영상의 리트윗 수가 2.6만 건. 좋아요가 7.7만 건을 넘는 등 단숨에 인지도가 올라갔습니다. 기본적으로 저희는 니지산지 그룹 브랜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 특정 브이튜버만을 집중적으로 키우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화제가 된 것은 Noor의 자발적인 활동이 주목받은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  이렇게 우연히 '터진' 사례는 일본에서의 니지산지 케이스와도 닮은 것 같네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브이튜버 문화


―― 각국의 브이 튜버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을까요?

국내와 해외로 나눠 봤을 때, 해외는 어느 지역이건 기본적인 언어능력, 학습능력이 높은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니지산지의 활동을 팔로우하고 있었거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친구들이 대부분이라서 일본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비율이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그 외에도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거나 2개 언어 이상 가능자가 절반 이상이 될 정도로 언어 능력이 뛰어납니다.


―― 나라 별로 다른 브이튜버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각각의 나라에 주목하면 미묘하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브이튜버들은 활기 넘치고 밝은 인상에 개인 활동도 적극적입니다. 인도는 현재 3명이 활동 중인데 모두 개성이 강한 편입니다. 전 세계 브이튜버가 모이는 '니지산지의 날' 이벤트에서도 인도의 브이튜버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중국의 브이튜버들은 가장 일본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다양한 매력의 브이튜버들이 모인 것 같아요.

한국은 아직 데뷔 직후이긴 하지만, 인터넷 방송이 워낙 발달한 나라라 방송 횟수나 시간을 봤을 때 브이튜버들의 남다른 체력을 알 수 있었습니다.


――  해외 브이튜버 중에는 일본어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언어 실력이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할까요?

그 점을 우선적으로 본다기보다는 결과적으로 일본어를 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았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자국의 팬이 메인이기 때문에 엔터테이너로서의 매력이 우선이지요. 다만 뽑고 보니 다국어 능통자가 많았다고 해야 할까요.


매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결국은 개개인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교양에서 만들어지는데요. 그런 점에서 결과적으로 학습 능력. 학력이 좋은 친구들이 뽑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브이튜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층은 어떤 의미에서 다양한 관심사나 소양을 갖춘 친구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어릴적부터 인터넷 문화에 익숙했던 유튜버들은 대개 열정적이거나 호기심 많은 특징이 있던 것과도 일맥상통할 수 있겠죠.


――국내와 해외에서 팬들의 분위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전반적으로 열정적이고 특히 이벤트/행사장에 가면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응원 도구나 자체 굿즈를 만들어 나온 팬들도 눈에 띄고요. 제 경우 예전에는 국내에서도 사업 총괄을 맡았어서 국내 현장 분위기는 매우 익숙한 편인데, 해외 일부 코어 팬들을 보면 그 열기가 국내에 못지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브이튜버와 마찬가지로 팬들도 일본어 실력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일본의 니지산지를 봐온 팬들이 많아서 그런지, 일본어로 된 자막 포함 영상을 올리기도 합니다.


――팬들도 어느 정도 기본 소양을 갖춘 분들이 모이는 거군요.

네. 바로 자막이 올라온다거나 라이브 방송 중에 실시간으로 번역 댓글이나 설명이 올라오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의뢰한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동시통역해주는 분들도 계셔서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감사할 따름이지요.


니지산지 인도네시아 브이튜버의 일본어 LIVE


브이튜버 문화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 '니지산지' 글로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브이튜버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이 느껴지시나요?

제 개인적인 견해이긴 합니다만, 앞으로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문화가 확산되려면 크리에이터 숫자가 늘고 시청자 폭이 넓어지는 2단계가 필요한데요.


아직 브이튜버 문화가 전파되지 않는 국가나 지역에서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가면을 쓰고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들은 잠재적인 브이튜버이거나 저희와 성향이 맞는 크리에이터라 할 수 있겠죠. 이러한 크리에이터들이 기술과 잘 매칭 된다면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또한 전 세계에는 아직 디바이스나 인프라 설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국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들의 발전 속도에 따라 시청자 층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5G 시대에 도래한다면 개발도상국 가운데 4G를 건너뛰고 5G로 진입하거나, 중국계 기업들이 낮은 비용으로 하이테크 디바이스 보급할 경우 예상외로 빠르게 시청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 전 세계적으로 브이튜버 문화가 침투할 수 있는 토양은 마련되었다고 보십니까?

기술 발전 속도는 국가별로 천차만별이라서 각국의 시장 상황을 콘텐츠를 통해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립프로그 현상(Leapfrog : 기술적으로 낙후된 나라가 기술혁명으로 단기간에 한 단계를 뛰어넘어 성장하는 것)처럼 휴대전화 보급이 패스되고 급격히 스마트폰이 확산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인도네시아에서는  4G가 어느 정도 확산되는 바람에 5G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외를 하나로 묶어 보기보다는 국가 단위로 좁혀서 전략을 잡고 있습니다.


――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활동의 폭이 넓어지는 듯한 인상이네요.

기술의 진보는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늘려줍니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에서는 'GO-JEK'이나 'Grab' 같은 바이크 택시 앱이 등장하면서 승객을 매칭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일 모두 앱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택시 운전사들의 수입이 안정되고, 이들이 지금까지 막연히 대기하면서 낭비되던 시간을 SNS나 유튜브를 보면서 보내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흐름은  다른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개개인의 소비 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만 동영상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수요가 늘어난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이런 계층이 점점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면서 크리에이터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겠군요.

 실제로 택시 운전을 하는 형이 본인이 춤추는 틱톡 동영상을 보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콘텐츠 소비와 창작 모두가 가능해진 문화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브이튜버가 느는 것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십니까?

사회적 역할로는 크리에이터의 고용 창출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일러스트나 모델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더라도 그 일이 직업이 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취미가 취미로써 끝나버리는 거죠. 저희는 『Virtual to LIVE』의  인도네시아 커버판을 만들 때, 번역이나 동영상 제작을 현지 크리에이터에게 맡기거나 현지에서 일러스트 콘테스트를 개최했었습니다. 저희가 크리에이터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지금까지 직무로써 인정받지 못했던 일들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죠.


Virtual to LIVE 니지산지 인도네시아 커버판


또 실제로 팬들의 댓글로 확인한 내용인데, 코로나 사태로 경계 태세가 강화되었던 인도네시아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웃게 해 줘 고맙다" 거나 "친구들 만나기도 어려운데 유튜브 방송을 보고 있자면 외롭지 않아요"라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도 사회적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온라인 콘텐츠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지만, 취미로 활동하시는 분이나 크리에이터의 수입으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충분한 고용 창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이대로 시장이 성장해 간다면 그런 사업화의 그림이 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해외 사업에 있어 국내에서의 경험이 유용했거나, 또는 국내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느낀 점은 무엇일까요? 플랫폼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어서 채널을 성장시키는 노하우는 확실히 국내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브이튜버와의 신뢰를 쌓는 과정도 최대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풀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점을 말씀드리면, 문화적인 배경이나 법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로컬라이징의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은 디바이스나 인터넷 환경이 의외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인데요. 브이 튜버들이 유튜브 방송을 할 수 있는 회선이 없거나, 대가족과 살고 있어 방송 진행 자체가 어려운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일본은 1인 가구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해외 브이튜버들의 매니지먼트 관련해서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스탭은 현지인을 채용하는 등 일본 정서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브이튜버 뿐만이 아니라 스탭들도 문화나 비즈니스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지 진출한 4개국에 대해서도 그렇게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운영을 담당하는 분들이 굉장히 힘드실 것 같아요.

네 많이 힘들었습니다. (웃음). 전 세계에 니지산지를 알리자! 라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곧 장벽을 만난 느낌이랄가. 현지 언어로 소통 가능한 일본인이나 일본어를 할 수 있는 현지인을 반드시 배치해서 최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해외 기업의 콜라보 안건이나 이벤트에 대해서도 현지 스탭으로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인가요?

일본 측에서 스탭을 파견한 일을 거의 없었습니다. 문화 등 다른 점이 많아서 일본의 방식대로 문제를 풀어나가지 않도록 기본적으로는 각국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형태를 갖춰나갔습니다. 단 회사 전체의 브랜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수준의 관리는 해왔습니다.


전 세계가 더욱 가까워진 '니지산지의 날'


―― 2020년 2월 3일에는 '니지산지의 날' 글로벌 콜라보가 열렸는데요. 2월 3일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해외의 니지산지 브이튜버들이 출연한 대형 이벤트였죠.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팬과 브이튜버 사이에 국가의 장벽을 뛰어넘은 교류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성과였습니다. 팬 아트 숫자도 늘었고, 각국의 팬들에게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브이튜버를 알린 기회가 된 것도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전파와 시차의 문제가 있어서 고생을 좀 하기는 했습니다 (웃음)


<니지산지의 날> 기념 방송


――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사전에 어떤 점에 가장 신경 썼을까요?

트래픽을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과 장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종교나 문화적으로 민감한 이슈는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했습니다.


특히 한국과 인도의 경우 아직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브이튜버들과 함께 대규모 콜라보 방송을 진행하다 보니 저희가 대본에 어디까지 관여해야 할지, 어디까지 자율적으로 맡겨야 할지 컨트롤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 커뮤니케이션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요.

원고를 일본어로 전달하면 각국의 담당자가 동시에 번역해서 브이튜버들의 피드백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했었습니다.  하나의 팀에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여러 부서, 여러 나라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발생합니다.


――그래도 <니지산지의 날>을 통해 성과가 있었던 것을 체감할 수 있었나요?

트위터에서 팬들의 반응이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팬들이 그동안 몰랐었던 다른 나라의 브이튜버 방송을 보러 들어오기도 했고요. 편집된 동영상 클립의 업로드 수도 늘었습니다.


"이 나라에서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라는 홍보 활동을 그동안은 국내에서밖에 못하다 보니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요. 이런 행사를 계기로 팬들의 반응을 체크해볼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 실제로 이벤트 이후 일본 팬들이 다른 나라의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나요?

네. 실제로 행사 이후 브이튜버 방송에서 해외 팬들이 댓글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 브이 튜버들과 전 세계 팬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생각해요. 다른 나라의 브이튜버에게도 "전 세계에 이렇게 많은 선배들이 활동하고 있고, 이들과 같은 브랜드로 연결되어 있어"라는 연대 의식을 심어준 것도 내부적으로는 의미 있는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브이튜버 중심으로 해외 사업 전개


―― 니지산지의 해외 진출에 꼭 필요한 것,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선 인재가 필요합니다. 크리에이터, 스탭 모두요. 인터넷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제로부터 1까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개개인의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분야라서 인재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 현지에서 믿을만한 스탭을 채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특히 브이튜버는 개인 사생활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도 컨플라이언스 의식을 갖춘 해외 인재를 찾아야 하다 보니 상당히 어렵네요.


―― 현지 공고를 내고 면접을 보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나요?

네. 헤드헌팅 보다 직접 채용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 해외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점,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리얼 이벤트입니다. 아직까지 해외에서 단독으로 리얼 이벤트를 개최한 적은 없거든요.

일본에서 진행했던  Zepp 투어 'NIJISANJI JAPAN TOUR 2020 Shout in the Rainbow!'처럼 언젠가는 전 세계 각국에서 월드투어를 개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NIJISANJI JAPAN TOUR 2020 Shout in the Rainbow

 

그렇게 되려면 행사장을 확보하고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등 인터넷 방송과는 또 다른 진입 허들이 발생할 거라, 이 부분도 앞으로의 과제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희망에 가까운 이야기이긴 한데요. 예전부터 브이튜버 업계에서는 실시간으로 누구나 (장벽 없이) 크리에이터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가능성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니지산지 또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2차 창작이 가능한 콘텐츠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프로모션 영상 제작이나 일러스트 콘테스트 운영 주체로서 크리에이터들을 참여시켜 왔었는데요.

"이 나라이니까 가능한 이벤트"를 발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런 이벤트가 있다면 시청자들도 더 열렬히 반응할 수 있겠네요.

글로벌 프로젝트가 굳이 일본의 방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각 나라에서 독자적인 문화가 생겨나고 다양성이 늘어나는 것이 저희가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팬들의 목소리나 브이 튜버들의 자발적인 제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꼭 사람을 늘리기보다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앞으로 더 많은 국가에 진출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니지산지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국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고, 그래서 팬들의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 최근 브이튜버를 찾는 영미권 시청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전부터 고정 팬들이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활동했었는데 이들이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저희도 포착할 만큼 규모가 커졌습니다.


자막 등으로 영미권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는 '프치산지'라는 만화 동영상도 영어 자막 대응을 하면서 조회수가 늘었습니다.

<프치산지>


―― 언젠가 영미권을 메인으로 활동하는 브이튜버가 등장한다면 로컬에 갇히지 않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할 수 있도 있겠네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튜브 영상은 어느 국가에서든 접속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브이튜버가 나온다면 전 세계의 팬을 모을 수 있겠죠.


사업적 접근 방식으로 보자면 '언어권'과 '문화권' 크게 두 축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요. '언어권' 관점에서 다수의 시청자들이 다가가기 쉬운 콘텐츠를 만드는 브이튜버를 육성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로컬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브이튜버도 여전히 필요하고요. 기본적으로 브이튜버들 개개인의 활동 방식을 존중하되, 운영은 어디까지나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확산 방식도 브이튜버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겠다는 의미이겠네요.

그렇습니다. 어디까지나 저희는 브이튜버들의 창작 방식을 존중하려는 입장입니다. 운영에서 일일이 간섭하면 편할 수 있지만 결국 방송하는 것은 저희가 아니니까요. 브이튜버들이 즐거워서 결과적으로 팬들도 즐거워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해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브이튜버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해외 사업에 관련해서 지금 진행되는 일들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행사 개최 제안이 각국에서 들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코로나 사태 여파로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온라인 콘텐츠의 장점을 살려서 코로나 영향을 받지 않는 대형 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인터뷰 : moguLive 편집부

집필 : 우에루 아메

(END)


작가의 이전글 넷플릭스는 애니메이션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