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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MAY Nov 05. 2017

다시, 아침

세계일주 D+11|베트남 호이안



아침이구나. 기지개를 쭉 켠다.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한 후 핸드폰, 이어폰만 챙겨 집을 나선다. 문을 여는 순간 햇빛 가득 머금은 노오란 호이안이 나를 반긴다. 어제 하루 종일 내린 비 덕에 촉촉한 물 내음은 덤. 당연한 일과처럼 숙소 근처에서 반미 샌드위치를 하나 사 한 입 크게 문다. 역시 맛있다. 간 밤 온 거리를 밝게 비추던 등불들은 쉬고 있는 중이지만, 어제 느낀 달콤한 공기가 여전히 가득 배어있다. 매일 맡는 향기처럼 한 숨 크게 들이마신다. 달다.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어쿠스틱 음악이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시장 골목에서 과일을 깎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아주머니는 활짝 웃어 보인다. 이곳에 갓 도착한 배낭을 멘 여행자들을 스쳐 지나가며 미소 짓는다. 


마치 이곳이 나의 일상 인척. 

어쩐지 기분은 간질간질.



사실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면, 여행의 매 순간이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아무리 좋았던 곳이라도 말이다. 그 나라, 혹은 지역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은 보통 단 한순간이다. 내게 가장 아름다웠던, 설레었던, 혹은 슬펐던 그런 명장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호이안은 바로 지금, 오늘, 이 달콤한 아침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주 먼 훗날까지도 말이다. 아주 일상 같은, 하지만 어쿠스틱의 노랫말처럼 노오란 햇살 가득 머금은 오늘의 아침으로…




한 차례 산책을 마친 후 느릿느릿 하루를 보내다, 오후에는 투본강으로 향했다. 어젯밤 등불 가득 띄어 올린 투본강을 보며 감동씩이나 받았었는데, 낮의 모습은 어떨까? 저 멀리 강가의 나무와 나룻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강이 보인다. 와, 여기 진짜 좋은데? 멀찍이 놓여있는 벤치에 앉을까 하다가, 배를 묶어두는 곳까지 다가간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가까이서보니 굉장히 더럽다. 

그냥 더러운 게 아니라 아예 똥물이다, 똥물.


‘에잇, 그냥 저 멀리 있는 벤치에 앉아 멀리서나 봐야겠다’

'역시 멀리서 볼 때가 제일 예쁜 법이구나'


그리고 벤치로 향하다가,

문득 멈칫.


'그래, 멀리서만 볼 거였다면,

아름다운 모습만을 볼 거였다면,

여기까지 떠나오지 않았을 거야.

그건 진짜 네가 아니잖아.'


다시 강가로 간다. 그리고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강을 본다. 

진짜 투본강을 본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가까이서, 좀 더 가까이서 바라봐주세요.

정말 그 사람을 보고 싶다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 말이에요.


'살아있는 것들을 보라

 사랑하라

 놓지 마라'

 -더글라스던-






YOUTUBE <여행자may> : https://www.youtube.com/여행자m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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