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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MAY Jan 31. 2018

일희일비하는 여행자

세계일주 D+60|인도 바라나시


간만에 한국인 여행자들과 둘러앉았습니다.

그러다 ‘여행이 주는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한참 이런저런 사소한 사연들이 오가다가,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행은 사람을 단단해지게 만들어


맞습니다.

특히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겪게 되고,

그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내야만 합니다.

대체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요.


하루에도 몇 번씩,

낯선 말을, 낯선 이를, 낯선 사고를 맞닥뜨립니다.

그것이 일주일, 한 달, 그 이상이 되면,

어떤 사건 사고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나를 느끼게 됩니다.

그만큼 단단해졌다는 것이겠지요.


(바라나시 겐지스강)


‘단단해지는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어른이 되는 일’이라 부르지요.

사랑 분야의 어른들이 “이별도 무뎌지면 괜찮아”라는 말을 종종하던가요.


맞아요. 처음으로 여행지에서 함께했던 동행과 헤어졌을 때,

나는 며칠이나 우울해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안녕, 언제가 또 길 위에서 보자!”라며,

누구보다도 쿨-하게 뒤도는 일이 부지기수예요.

이렇게 이별에 대해 점점 단단해져 가는 거겠죠?


하지만 내 마음속 말랑이는 감성만큼은,

아직은 단단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게 되어도,

언제든 참지 않고 눈물 쏟아낼 수 있는

‘말랑이는 어른’이 될 수는 없을까요?


(바라나시 겐지스강)


그런 맥락에서,

저는

일희일비하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한 걸음 내딛고 찾아오는 희(喜)를 만끽하고,

또 한 걸음 내딛고 찾아오는 비(悲)에 모조리 적셔지는,


그렇게 모든 걸음의 감정에 충실하며,

그것을 모조리 기록하고 나서야

또 한 발 천천히 내딛는, 그런 인생이고 싶습니다.


인도 길바닥에서 어린아이의 슬픈 눈망울과 마주한 순간

눈물짓던 나를,

캄보디아에서 만난 친구가 선물이라며 건넨 들꽃 두 송이에

진심 다해 기뻐하던 나를,

순례길을 가득 에워싸던 꽃향기에

심장이 쿵쾅거리던 나를,

'어른이 된다는' 이유로 놓아주고 싶지 않아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일희일비하는 인생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아주 오래도록. 









YOUTUBE <여행자may> : https://www.youtube.com/여행자m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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