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D+3|베트남 하노이
많은 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로 번잡하기 그지없는 하노이는 내 첫 여행지로 꽤나 제격이었다.
목요일 아침.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코코넛 커피를 입에 물고, 여기저기 빵빵- 울리는 클락션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대체로 바삐 움직이는 것은 관광객이지만-을 보는 일은 내게 상대적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번잡 속 고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 홀로 잠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듯, 나만의 세상에 갇혀 보내는 하루.
여기, 참으로 모순된 매력이 있는 곳이다.
내가 탈출한 세계를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은 늘 묘한 상대적 쾌감을 가져다준다. 그래, 고등학교 시절 반에서 가장 먼저 수시에 합격한 날 ‘야자는 해야 하지만 야자 시간에 공부는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얻은 내가 맨 뒷자리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반 풍경을 살피던 딱 그때의 기분이다.
'탈출이다!'
마치 내가 운이 좋아 다른 사람들은 누릴 수 없는 호사를 누리는 듯한 느낌.
이 느낌이 궁금하다면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단 하루, 연차를 쓰고 여의도의 회사가 즐비한 골목 카페에 앉아 당신의 하루를 모조리 보내보길 바란다. 단 하루지만, 당신이 탈출한 세계에 남아있는 수많은 당신들이 온몸 곳곳을 간질일 것이다. 사실 여행 별 것 없다. 바로 그게 오늘 나의 하노이 었으니…
그래, 내가 원했던 건 딱 이 정도의 여유였어.
나는 그렇게 내리 4일을 ‘나만의 세계’ 속에서 '그들의 세계'를 바라보며 행복해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내게 행복은 참으로 상대적인 존재다. 그러니 오늘 내가 저들의 빠른 발걸음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거겠지. 또한 같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항상 저보다 힘든 이의 불행 스토리를 찾아다니는 거겠지. 공감과 동정심 밑바닥에서 스멀스멀 차오르는 '그래, 나는 그래도 그들보단 낫잖아?'라는 비교 우위 행복.
사실 나는 잘 알고 있다. 지금 내가 느끼는 행복은 자존감 없는 이의 전형적인 특성이라는 것을. 그리고 진짜 행복은 밖이 아닌 안에서 찾는 것임을. 실제로 외부에서 얻은 행복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한다. 어쩌면 '행복'보다는 '잠깐의 쾌락'이라는 표현이 옳겠다.
행복은 내 안에서 찾았을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빛은 어떤 충격에도 굴하지 않고
단단하게,
아주 오래도록 반짝일 것이다.
즉, 행복이야말로 내가 내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셈이다.
물론 머리로 진정한 행복을 얻는 방법을 안다고 해서 마음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게 아니면, 행복 자기개발서만 읽으면 세상 모두가 행복할 수 있게?
아마 바닥을 친 자존감이 돌아오려면 내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택한 이 여행은 내게 그 선물을 보다 빨리 되찾아주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 되어주겠지.
그렇게 생각에 잠긴 사이, 반쯤 녹아버린 코코넛 커피를 한입 쪼-옥 빨아들인다. 그래, 긴 여정에 급할 것 뭐 있나. 조급해하지 말고 커피나 마시자.
아!
이 커피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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